양평에서의 어느 여름날 풍경

By | 2009-03-29


오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꽤 많은 사진 파일들을 촬영 일시별로, 그리고 촬영 장소별로 정리하다보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일들을 다시 기억하게 해주는 사진도 많았고, 아~ 이렇게 살았었지라고 감회를 새롭게 만들어주는 사진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위에 보이는 2005년 여름날 양평 집에서 찍은 것이었다.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한적한 시골마을인데다가 개발제한 구역의 경계선 바로 앞이라 더 이상 새로운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었다. 아주 조용했고 여름이면 사방이 푸른빛으로 둘러쌓였고 겨울이면 온통 하얀색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야말로 외부로부터 거의 방해받지 않고 가족끼리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요새같은 곳이었다.

태국으로 이주할 때 집을 팔고 나왔지만 아직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 한필지는 팔지않고 그대로 남겨 놓았으므로 나중에 여건이 허락한다면 적당한 시기에 다시 내집을 한번 더 지을 수도 있는 곳이다. 그런데 여기에 최근 청량리까지 가는 전철 중앙선이 복선공사가 완공되었고 역까지 만들어졌다. 덕분에 땅값이 오를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그게 좋기만 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어쩐지 나만의 공간을 들켜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니 말이다. 편리해진 교통 덕분에 외지인들이 더 많이 들어와 갈게 된다면 원래 장점으로 삼았던 그런 안정감이 사라지지 않을까도 싶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에 체류하면서 잠깐 들러본 그 마을에서 목격한 문제는 전철의 완공현장이 아니었다. 예전에 있던 개울의 석축을 허물고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 다시 쌓았는데 그 꼴이 참으로 압권이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아무리 그 마을 사람들의 미적 기준이 나와는 다르고 또 이런 축대의 편의성과 기능성이 우수하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했다. 매일같이 이 앞을 지나가면서 이 모습을 보고 살아야한다면 이 마을에 돌아가서 살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냥 한국으로 돌아오지 말아야 하는걸까. 아마 돌아와도 이곳에서 다시 살 생각은 전혀 없게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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