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혹은 공황.. 현재 진행형

By | 2011-08-17

며칠전, 새벽 4시경일까. 대충 짐작한 시간이라 정확히는 모른다. 한참 침대에서 버티다가 나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시간을 봤을 때가 5시쯤이었기 때문에 그냥 4시쯤이라고 추정해본다. 잠에서 깬 순간, 귀에서 들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 이명 현상은 하루 이틀 겪어온 것이 아니지만, 이제까지는 잠을 청할 때에 신경에 좀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참을 만 했고 낮에는 어지간해선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크기였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소리가 너무 커졌다. 그것도 잠을 자던 중에 그랬다. 왜 이렇게 됐을까.
 
작년 11월초에 처음 공황이 발생하고 나서 겪기 시작했던 이명 현상도 지금처럼 오른쪽 귀의 “삐~”하는 고주파 음이었다. 마치 옛날 모뎀이나 팩스가 전화를 걸고서 상대방과 연결을 하기 위해 나는 소리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좀 더 높은 음인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때도 지금처럼 24시간 내내 귀에서 소리가 들렸다. 사실 그 당시에는 다른 심한 증상들 때문에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이명이라는 것에 대해 그렇게까지 민감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때는 점차 몸이 안정되어 가면서 2~3 주 만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명이 사라졌다.
 
작년 12월 말부터 몇 달 동안 이명이 없다가 4월 초에 갑자기 몇 가지 증상이 다시 시작되면서 이명이 함께 또 나타났는데, 그 당시엔 작년 말처럼 한동안 이러다 사라지겠지 생각해서 그리 고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의 5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명은 사라지지 않았고 급기야는 며칠 전 새벽처럼 갑자기 커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때는 정말 괴로웠다. 다른 증상들도 마찬가지지만 이명 또한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어떻게 설명하기도 힘들고 그 고통을 이해시키기도 어렵다.
 
혹시나 싶은 마음이.. 그 일이 있기 전날 여러 달 만에 극장에 가서 혹성탈출 영화를 본 것 때문이 아닐까. 처음에 예고편을 보면서 액션 영화 장면들에서 쿵쿵거리는 저음에 귀가 좀 쩌렁쩌렁 울리고 나중에 영화도 그리 조용한 편이 아니었는데 그 때문에 귀가 과민해지는 상황을 맞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음이 그전과는 다른 양상이긴 하다. 전에는 항상 일정한 “삐~” 소리였는데 이건 좀 거친 잡음이 섞인 “삐~” 소리다. 이것에 신경 쓰지 않고 다른 곳으로 정신을 돌리려고 계속 잔디깍기 기계를 가동해서 열심히 정원 일도 하고 음악도 듣고 TV도 보고 그랬지만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으면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자기 전에 독서와 명상을 시도봤지만 자려고 누울 때만큼은 어쩔 수 없이 그 소리에 노출이 되고 만다.
 
요즘에 들어서 거의 손대고 않고 있는 자낙스 쪽으로 생각이 갔다. 잠 못 잘 때 가끔 반쪽씩만 먹었는데 한 알 다 먹고 팍 취해서 잠을 청해 볼까 생각도 했다. 이명에 관한 미국 대학의 어느 연구 결과에서도 자낙스 복용으로 이명을 해결한 것이 있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신경과민으로 인한 이명에 대해서는 신경안정제를 처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니 말이다. 이게 과연 좋은 생각인지는 모르겠다. 정 안되면 시도는 해 보겠다만..
 
지금 생각난 거이 하나 있다. 1~2 개월 전쯤엔 계속 소리에 익숙해지면서 뇌가 그 소리를 필터링해 버리도록  마인드 컨트롤를 시도해서 거의 소리가 없어지다시피 한 적이 있었다. 그땐 조금만 더 노력하면 완전히 없앨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내 노력이 부족했던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완전히 없앨 수 없는 것이었는지 몰라도 다시 소리가 조금 커졌나 싶었더니 지금의 상황이 되어 버렸다.

요즘의 상태는, 공황발작은 거의 없고.. 오기 전 증상 수준에서 내가 컨트롤하니까… 다른 증상들도 그 수준이 약하고 참을만 하고 또 완전 멀쩡한 때가 더 많다. 불안 증상은 여전히 내가 수시로 느끼긴 하지만 강한 증상으로 오는 것은 그리 잦지는 않다. 그런데 이명이란 것이.. 컨트롤이 안 된다. 다른 증상들은 왔다가는 다시 돌아가곤 하는데 이명은 24시간 그치지 않는다. 그만큼 참으로 난처한 증상이다. 하긴 이게 공황 증상이 아니라 다른 질환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귀 전문의는 만나볼 일이다.

병원을 가보고 싶은데 이 나라에서는 의료비가 무료이지만 진짜 응급환자가 아닌 이상은 관련 전문의에게 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한동안은 참고 견디거나, 내가 해 볼 수 있는 한의 최대한 대응을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오른쪽 귀에서 뭔가 귀지 굴러다니는 소리가 가끔 들린다. 이게 이명과 관련이 있는걸까. 그냥 잠을 청해 보다가 정 안되면 자낙스라도 한알 먹고 잠을 청하면 되지 뭐… 그래도 못 자면 책을 읽던지, 컴퓨터로 놀던지, 달밤에 체조라도 하던지…

아무튼 여러날이 지난 지금.. 그냥 저냥 다시 지낼 만해졌다. 소리가 실제로 작아졌는지, 뇌가 거기에 익숙해져서 작게 느껴졌는지 아무튼 음량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 어차피 무의미한 판단이긴 하다. 이게 다 뇌에서 감지하고 판단하는 일이니말이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려는지 그냥 놔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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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이명, 혹은 공황.. 현재 진행형

  1. 마루프레스

    아, 저도 귀에서 삐~~~~하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데요. ^^;;;
    뭔가 일을 하면 그 소리에 대해 둔감해져서 잊어버리고 있다가, 조용하면 이명이 들립니다.
    저는 귀를 후비는 것이 습관이어서 예전부터 자주 이비인후과를 다녔는데,
    ‘외이염’도 여러번 생겼고, 지금도 면봉으로 귀후비는 일을 자주 해서 걱정입니다.
    속귀까지 다치진 않았지만 ‘외이’에는 분명 문제가 생긴 듯 한데요,
    이명이 이비인후과의 문제인줄만 알았는데, 신경정신과적인 문제가 있기도 한가 보군요.

  2. xaran

    이명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우선 소리의 종류에 따라 원인을 추정해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역시 스트레스로 인한 금속소리에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

    성인병 -> 기적소리 (보~)
    중년 -> 벌레소리 (지~ 지~)
    과로 -> 종소리 (강~)
    죄졸증 -> 세탁기 (구와, 구왕~)
    중이염 -> 매미우는소리 (민~ 민~)
    스트레스 -> 금속소리 (깅~)
    돌발성난청 -> 파도소리 (싸~)
    사무기기증후군 -> 바름소리 (휴~ 휴~)
    뇌경색 -> 제트기소리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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