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Boy!

By | 2018-12-01

회사 일로 미국 출장을 다니기 시작했던 1990년대 중반. 실리콘 밸리로의 첫 출장때의 일이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렌트카를 빌려타고 산타클라라로 향하는데 회사에서 예약을 해놓았다는 호텔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이게 라마다, 셰라톤, 힐튼, 홀리데이인 같은 유명한 곳이 아니고 다소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 호텔이라서 자세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고, 공항에서 구입한 지도에서 주소만 가지고 찾아보면 대략 어느 도로를 타고 쭉 내려오면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차를 몰고 남동쪽으로 내려가기를 1시간쯤. 도로 주변으로 큰 건물들은 끊임없이 보이긴 하는데 그 호텔은 물론 그게 있음직한 동네는 나타나지 않았고.. 요즘처럼 온라인 검색이니 GPS 내비게이션이니 뭐니하는 것은 전혀 없던 시절이라 도대체가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어느 상가 앞에 차를 세우고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갔다. 지금보다는 영어가 훨씬 짧던 시절이고 전화영어는 더 어려워했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대략 지금 생각나는 통화 내용이…
“여보세요. xx 호텔이죠?”
“녜”
“제가 오늘 저녁에 체크인하기로 예약한 김xx 인데 지금 차를 몰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남쪽으로 암만 내려가도 호텔을 못 찾겠어요.”
“지금 어디쯤 계신가요?”
“지금 xxx 라고 쓰여진 상점 앞에 있어요.”
“그것만 가지곤 제가 알 수가 없어요.”
“이걸 어떻하죠? I’m lost!!!”
그렇게 당황해 하는 목소리로 하소연을 했더니 전화를 받은 리셉션 젊은 여직원의 한 마디.

“Oh Boy~”

결국은 차를 몰고 한참 더 도로를 따라 내려가서 밤 늦게나마 호텔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해피엔딩이 되었지만, “오 보이” 라는 한마디는 한참 동안 내 뇌리에 남아있었다. 언제까지? 미국에 살면서 본격적으로 영어 속에 뭍히기 시작한 뒤로도 한참 뒤에서야 그런 표현이 어떤 경우에, 어떤 마음에서 사용되는지를 알게 되기까지…

사실, 그 말을 들었던 순간에는 그냥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도 잡아야지 하는 아쉬운 마음에서 잘 몰랐는데 전화를 끊고 차를 운전하면서 그게 생각이 나면서 조금씩 기분이 좀 나빠졌던 것이다.

“암만 사람을 무시해도 그렇지. 왜 나보고, 성인에게, 그것도 자기네 호텔의 고객인데 나더로 BOY 라고 불렀단 말이냐.”

정작 호텔에 도착해선 반갑게 맞으며 잘 찾아와서 다행이라고 대해주는 그 직원을 보고 많이 감정이 풀어졌지만 그래도 한참동안 마음에서 그 사건이 떠나지 않았다. 언어의 차이, 문화의 차이를 이해 못했던 시절이었다. 단어를 번역해서 한국식으로 이해하는 수준이었을 뿐, 문화적인 면까지 이해를 하지 못했던 그 시절. 그때는 사실 맥도날드에 가서 주문도 제대로 못하던 시절이었다.

이게 참 이런 식의 표현이 몸에 붙지 않은 사람들에게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서 어느 분이 쓰기를, 자기보다 한참 젊은 녀석이 자기에게 “Man” 이라고 불/러/서/ 엄청 화가 났고 그에게 항의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나는데 이때의 전후 사정은 모르겠으나 아마도 Oh Boy 느낌이나 Oh Man 느낌이나 둘 다 고놈이 고놈이었을 상황이 아니었을까. 네가 “Man” 이다 혹은 “Boy” 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말버릇이라고 설명하면 맞을 것 같은데 말이다.. Oh Man! 도 있고 Oh Boy! 도 있고 Oh Dear! 도 있고 등등.. 자기를 Man, Boy, Dear 으로 부른게 아니라고.. 단지 Surprised 됐다는 감탄사 비슷한 것이라고.. 인종차별까지 몰고갈 일은 전혀 아니라는…

이렇게 설명해도 기분 나빠다고? 그러면 이 표현은 어떨까. 어떤 사람들은 비슷한 경우에 혹은 좀 더 놀라운 상황일 때 “Oh God” 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은데, 이것도 아주 자주 들리는 표현이다. Oh God! 이라고도 하고 Oh my god! 이라고 하고 Oh my goddess 라고도 하고 등등… 누가 너랑 얘기하다가 “Oh God” 이라고 말하면 그게 너를 “God” 이라고 말한거니? 오 나의 신이여…? 혹은 여신이여? 그래도 안되면 이번엔 한국말로 넘어가서 네가 나를 깜짝 놀래켰을 때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이것이라면 어떨까.

“엄마야~”

그러하다면 내가 널 내 엄마라고 부르는 것인가? 흠… 어쩌다 한번씩 직원대신 매장에서 일하다 보면 중년 혹은 노년 여성 고객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면서 “Have a good day, Honey” 라고 말할 때가 아주 가끔씩이나마 있다. 그냥 Hon 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건 원래 아내가 남편에게만 부르는 말이 아녔던감?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그 표현을 내가 받고 보니 처음엔 혼란스러워졌던게 사실이지만 (내가 그리도 사랑스러워 보였는지?) 나아닌 다른 직원들에게도 인사 받는 상대의 남녀 구분 없이 그런 표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가 갔고 점차 익숙해졌다. 이게 아주 가끔 있는 일이고 좀 더 시골 쪽의 높은 연령대의 여성들만 하는 표현이지만 그쪽 지역의 문화는 그렇단다. 그냥 문화적인 차이일 뿐이라도 이해 한다. 그래도 좀 간지럽긴 한데, 그러면서 그런 것에 익숙해 가면서 내가 여기에 많이 동화되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그러고 보니 벌써 이민 10년이다. Oh, 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