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번호판이 너덜거린다면

By | 2019-04-14

내 차의 번호판 (License Plate) 껍질이 벗겨져 있다는 사실은 꽤 여러 달 전에 알았는데 그게 부분적인 문제를 떠나서 이제는 아예 전체 코팅이 들떠버렸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바람에 너덜거리면서 어느 순간 몽땅 떨어져 나갈지 모를 정도. Service Ontario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차량 번호판이 훼손되면 교체가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무료 교체 보증기간까지 있는데.. 그게 발급된지 5년 이내에만 가능하다고. 그보다 더 오래된 경우에는 교체 비용 57불을 내야 한단다. 번호판을 이따위 불량품으로 만들어 팔아놓고 교체비까지 받는다고 실망스러워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차를 몰고 다닐 수는 없다. 경찰에 적발되면 벌금 딱지를 뗀다. 아내도 자기차 번호판 글자들 일부가 완전히 떨어져 나간 상태에서 다니다가 경찰차에게 걸렸는데 즉시 교체한다는 조건하에 경고로 끝난 적이 있었다. 그 차는 새로 구입하면서 번호판을 받은지 5년이 안 되어서인지 무료로 번호판을 받았었다. 내 차는 딱풀 칠을 해서 벗겨진 꺼풀을 임시로 붙여놓고 며칠 그냥 몰고 다니다가 시간을 내서 Service Ontario 오피스에 들렀다.

면허증과 함께 보험카드, 차량 등록증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역시나 3 가지 모두 필요했다. 교체 비용을 내야하겠기에 신용카드로 낼까, 데빗카드로 낼까 생각하고 있는데 서비스 창구 직원이 하는 말이, “이 번호판은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라 무료 교체 대상이에요.”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B 또는 D 로 시작되는 번호판 중에 그런 문제가 있는게 다수 발견되어서 B와 D로 시작되는 번호판은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은 다 무료 교체해주는거란다. 맞다! 내 번호판도 B 문자로 시작되는 것이고 아내 차 번호판 역시 B 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럼 그렇지.. 꽤 오래됐음직한 번호판들도 그 세월의 흔적을 별로 보이지 않으면서 꿋꿋히 버티고 있음을 수없이 봤는데 말이다. 온타리오 주의 번호판 품질이 정상적으로는 이렇게 조악하지 않고 오직 “일부” 제품만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다. 그런데 이렇게 너덜거리는 번호판은 무척 많이 봐왔으니 이걸 그저 “일부”라고 하기엔 좀 약한 느낌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불량품이 만들어졌을까나..?

창구 직원이 새 번호판이라고 가져온 것은 C 문자로 시작되는 번호판. 기존의 내 것과는 완전히 다른 번호이었다. Service Ontario 오피스 안에서 번호판을 새로 만들 장비도 없을테고 시간도 몇분만에 뚝딱하면 만들어질 수 있는게 아니니까 당연히 미리 만들어져 쌓여있는 것에서 가져온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갑자기 내 Identity 가 바뀐 느낌을 받았다. 이제 이게 내 차 이름이구나 싶어서.. 좀 아쉽기도 하고 불편할 것 같기도 해서 같은 번호를 받을 수 있냐고 물었지만 그러면 Custom 번호판 주문으로 간주되어 350불이 청구되고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단다. 그럼 할 수 없지.. 그깟 차량 번호가 바뀌는게 별 문제는 아니지.

이상한 점은 아내가 새로 번호판을 만들었을 때에는 문명히 예전과 같은 숫자/문자로 받았다는 것이다. 경찰관에게 적발당하고 딱지를 뗀 뒤에 48 시간 이내에 새 번호판을 받고 그걸 경찰서에 신고하면 딱지 취소를 해 준다고 해서 즉시 그렇게 했다는 것인데 도대체 그게 어떤 경우이길래 똑같이 B 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받았느냐는 것인가… 너무 궁금해서 나중에 Service Ontario 갈 일이 있으면 직접 물어봐야겠다.

참고사항:

  • 온타리오 주에서만 매년 10만개 이상의 훼손 또는 도난된 번호판을 교체해주고 있다 함.
  • 다른 주에서도 이런 문제가 종종 발생함.
  • 온타리오 차량 번호판을 제작하는 회사는 TrilCor Industries 라는 온타리오 주정부 소유 기업이라고 하며, 공장은 온타리오 주 Lindsay 라는 조그만 타운에 위치한 교도소 내에 있단다. 즉 죄수들이 일하는 공장이다.여기서 시간당 8백개, 일년에 1백50만개 안팎의 번호판을 생산함.
  • 검색을 해 보면 번호판 코팅 재료는 3M 에서 공금하는 것이라고..

번호판을 교체하자 마자 둘째 아이를 픽업하러 갔는데 멀리서 차 모양을 보고 알아차린 듯 하다가 번호판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바로 그 앞에 차를 세우고 내가 운전석에서 신호를 하고 나서야 아빠 차임을 알아차리고 차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리고 “What happened to your license plate?” 라고 묻는다. 차 번호가 바뀌면서 몇가지 거쳐야할, 비교적 사소한 일들의 하나이다.

집으로 오면서 마주 오는 차들 번호판을 살펴봤더니 일부가 벗겨서 엎어지거나 코팅이 너덜거리는 것들은 100% 다 B 로 시작되는 것들이었다. 주 정부에선 이런 차주들에게 돈 내라는 다른 고지서는 보내겠지만, 불량번호판에 대해서는 알려주지는 않고 있으니 저렇게 어글리한 번호판을 계속 달고 다니고 있는 것이겠다. 이번 경우도 역시 문제가 보이면 스스로 결방안을 찾아내야하는 교훈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