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라는 말이 한국에 등장하기 훨씬 전인 1970년대에 일본에서는 신인류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었다. 그 의미는 여러 해 전에 우리가 사용한 신세대라고 부르던 바로 그것과 거의 같았는데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을 간단히 줄여 쓴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얼마 전에는 그 신세대를 가리키는 단어가 ‘X세대’로 바뀌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이 또한 별로 많이 쓰이지 않는 것 같다.
삼천년 전에 만들어진 이집트 유적에도 “도대체 요즘 젊은이들은…”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걸 보면 결국 신세대나 X세대가 유별난 것은 아니고 단지 표현만 달라졌을 뿐인 것 같다. 언제나 그들은 기존 세대와 다르게 보였을 뿐이다.
한동안 신세대에 대해 못마땅하던 어른들도 오히려 ‘그들에게서 배우자’라는 주장에 관심을 가지고선, 이해도 안 가고 제대로 따라잡기도 힘든 최신 댄스곡들을 배우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이른바 영어와 컴퓨터로 무장한 신세대들에 밀린 중년들의 슬픔이라는 주제는 영화나 TV나 신문 지상에서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쉰세대’로 불리지 않기 위해서 낑낑거리며 나이 어린척하는 지긋한 나이의 인물들도 적지 않게 보아왔다. 그리고 밤잠 자지않고 컴퓨터와 어학에 매달리는 모습의 그들도 봤다.
이제 그런 신세대들이 여태껏 고교생이나 대학생이라는 소비계층의 자리에 있다가 이제 경제활동의 일부분으로서 사회에 참여하기 시작한지 몇 해가 지나고 있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 사회는 그들의 영향으로 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일까.
사실 그들을 대하면서 뭔가 기대했었다. 겉으로 봤을 때 그들은 미국여행을 한 경우도 많았고, 아예 미국이나 기타 영어권 국가에서 어학과정을 밟았던 이들도 많았다.
컴퓨터는 물론 기본이 되어서 어지간하면 이삼백타의 속도로 키보드를 두들겼고 프로그램 설치와 간단한 컴퓨터 사용상의 문제 해결은 곧잘 해내는 듯 했다. 기성 세대의 모습에 그런 어학실력과 컴퓨터 능력을 오버랩시켰을 때 그들은 아주 훌륭한 능력을 가진 조직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항상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다. 그리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영어와 컴퓨터는 항상 중요하다고 강조돼 왔지만, 필자가 대했던 대다수의 신세대들 가운데 정작 ‘잘한다’라는 인상을 준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저 ‘제법 한다만…’ 이라는 느낌을 주는 정도였다. 영어 단어와 표현을 많이 알고 미국 사회에 대해서 익숙하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정작 실제 일을 맡길 수는 없는 수준이었다.
외국인과 영어회화를 제법 하는 것 같아서 실제 업무 현장에 참여시켰더니 그때부터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버리든지, 아니면 그 분위기와 상황에 잘 맞지 않는 말을 해대곤 했다. 어학능력과 실무 능력은 반드시 함께 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어를 잘 모르는 40대 아저씨들이 분위기를 통해 비즈니스 상대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을 많이 봤다.
컴퓨터에 관해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필자는 약 20년 전에 하드웨어 상에서 기계어를 숫자로 하나씩 입력하는 식으로 컴퓨터 언어를 시작했었다. 그리고 대형컴퓨터의 터미널과 DOS, 윈도우 3.1 등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주로 하드웨어를 개발해왔고 지금은 개발업무를 직접 하진 않지만 그런 경험 덕분에 하드웨어든 어셈블리든, 아니면 고급언어든 별다른 거부감 없이 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요즘에 웹프로그래밍이나 인터넷 프로그래밍이란 것을 하는 신세대들은 도무지 하드웨어나 펌웨어(Firmware) 수준을 잘 알지도 못하고 아예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 경향이 다분히 있다. 하드웨어와 펌웨어를 마치 3D 업종의 하나로 인식하지 않는가도 싶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의 사정에 따라 뭔가 다른 일을 시키기가 참 어려울 때가 많다.
어찌 보면, 컴퓨터와 외국어만을 강조해온 사회 분위기 때문에 우리의 젊은 인재들은 컴퓨터와 영어 쪽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전문기술 쪽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되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영어와 컴퓨터를 어느 정도 하니까라는 자신감 속에서 나의 연봉 수준은 적어도 몇 천 만원은 되어야 한다라는 기대감만 높아 가기까지 한다. 실제 조직사회에서 단련된 업무 경력과 그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노력이 없이는 그런 것은 어차피 잔재주에 불과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일본의 한 저명한 엔진 기술자의 일화가 있다. 국제 회의에 참석한 그는 영어 한 마디 할 줄 모르는 형편이었지만 다른 외국인 참석자들은 모두 그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의 노하우를 조금이라도 듣고 싶어서 였다.
그래서 일본어 통역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일본어를 배우겠다고 까지 했다. 당연히 그 일본인에게 실력이 있어서 였고, 그는 자기 분야의 실력으로 당당히 외국어 문제를 해결해 버린 것이었다.
진정으로 실력있는 사람은 예전에도 있었고, 요즘에도 있었다. 요즘의 그 실력자들은 외국어와 컴퓨터로 더욱 보강된 실력과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충분한 노력과 경륜이 쌓인다면 그 결과는 훨씬 더 우수한 인재로서의 탄생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영어 실력과 컴퓨터 능력, 기술의 전문성, 원활한 대인관계, 그리고 실제 업무 추진 능력 등과 같은 것이 모두 어우러질 때 진정한 실력자가 될 수 있음이다. 신세대여, 그대들은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