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의 속도가 나오는 인터넷을 어떻게든 연결해 보려고 이리저리 궁리하던 중 문득 같은 마을에 있는 신망원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곳은 쉽게 말해 우리가 흔히 고아원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수용된 원생이 약 50명 정도되는 곳인데, 원래는 서울에 있다가 80년대 중반에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이번에 필자의 일곱 살 먹은 아들내미가 들어간 유치원이 차로 10여분 떨어진 마을에 있는데, 그 유치원에 신망원 아이들 4명도 다니고 있어서 함께 친구가 되기도 했단다. 신망원에서는 유치원에도 보낼 뿐 아니라 올해 대학에 합격해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들까지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 접속과 관련해서 신망원을 생각하게 된 것은 그곳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때문이었다. 이 마을에 집을 짓고 이사오기로 결정한 뒤에 웹에서 신망원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살펴보기도 했었는데, 홈페이지가 무척 예쁘장하고 깔끔하게 만들어진데다 아주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 걸 봤을 때 신망원에서는 어떻게든 고속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혹시나 하고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보았더니, 역시나 상황은 필자의 경우와 다르지 않았다. 2년여 전부터 KT에 계속 ADSL 연결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담당자가 잠깐 나와서 한 말은 필자에게 했던 말과 같이 ‘전화국과의 거리가 멀어서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얼마 전부터 위성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나마 속도 문제는 일반 전화 모뎀을 사용한 것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접속이 끊어지지 않는 것에 만족한다는 수준이다. 이 마을의 일반 전화회선 품질이 워낙 엉망이라서 데이터의 업링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럿이 쓰는 환경은 아예 되지도 못한단다.
사실 필자의 집에 전화회선을 가설하러 온 담당자가 한 말도 그것이었다. “이곳은 전화 회선 품질이 워낙 안좋아서 전화 가설 전에 그런 상황에 대해 미리 얘기를 해줍니다. 만약 소비자께서 그것을 문제시하시면 전화 회선 가설을 못해 드립니다.”
아하! 바로 이게 세계적으로도 이름났다고 자부하는 통신 선진국의 뒷마당이구나…. 전화 보급률이 몇 퍼센트니 뭐니 하고, 또 디지털 이동통신도 세계에서도 선진국 대열에 섰느니 어쩌니 하면서도 그 뒷면에는 이런 그늘이 있었다니 말이다. 그래도 위성 인터넷이라도 대충 쓸 수 있는 점을 가지고 위안을 삼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래 전에 본 컬럼에서 강남구 일원동에 장애인 학교를 지으려고 하다가 그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론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아파트 주민들이 내걸었던 플래카드 가운데 ’10미터도 못걷는데 100미터 운동장이 웬 말이냐’라고 커다랗게 써있던 것도 기억난다.
비비 꼬인 그 속마음에 너무도 맘이 상했는데, 오늘 약 50명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빛나고 있을 신망원에서도 아이들이 인터넷과 컴퓨터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을 상황을 생각해보니 가슴이 서늘해진다. 걷기에 힘겨운 몸이라고 해서 큰 운동장을 가지면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부모가 없는 상황이지만 밝고 명랑하게 꿈을 갖고 살아가는 그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이 누리는 인터넷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도 소위 통신강국으로서 창피한 일이 아닐까.
신문을 보면 KT에서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에도 무궁화 위성을 이용한 고속 인터넷을 개통시켰다고 자랑하고 있다. 강원도 어느 산골에도 그런 식으로 정보화 마을을 구축했다고 보도가 되었다. 하지만 오늘도 신망원에서는 제대로 된 인터넷은 꿈도 못꾸고 있다. 하긴 컴퓨터는 얼마나 갖추고 있을까….
신망원의 홈페이지를 보니 도움을 주시고자 하는 분들이 기증해 주었으면 하는 물품들의 목록이 적혀있다. 그 가운데 필자는 VCR을 하나 기증할 예정이다. 그리고 필자가 쓰지 않는 PC 본체도 한대 포함해서이다. 그곳에서 필요하다면 컴퓨터 네트워크 설치와 교육도 가능하겠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도와야겠다. 결국 부모와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 그 아이들은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나 마찬가지이니까. KT에서도 고속 인터넷을 선물해 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