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는 열회수식 환기장치 (HRV)라는 것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이 바로 제가 약 1년 여전에 설치했던 HRV 입니다. 사진 속의 설치 장치는 지붕과 방 사이의 공간이며 가운데 보이는 철판통이 HRV 입니다. 항상 그랬듯이 이것도 직접 사다가 혼자 설치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DIY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도 없고 실력도 없었기 때문에 꽤 고생했습니다. 그래서 좀 지저분하죠.
HRV는 Heat Recovery Ventilation (혹은 Ventilator)를 뜻합니다. 해석해 보자면 열/회수/환기 장치가 되겠죠. 즉 집 안의 질 나쁜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고 같은 양의 신선한 외부공기를 집안으로 들여보내는 장치 (환기장치)인데, 거기에 열회수 기능을 붙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집 밖의 온도가 영하20도, 집안의 온도가 영상 20도인 경우를 생각해 보죠. 실외공기가 아무리 신선하면 뭐합니까, 집 안에 계속 빨아들이면 얼어죽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집안의 따듯한 공기가 아무리 오염되었다고 해도 그 따듯한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긴 참 아깝죠. 그래서 이런 HRV 장치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아래의 그림이 그 원리입니다.
그 원리인 즉슨 밖으로 나가는 따듯한 공기에서 열에너지를 빼앗아서 새로 들어오는 신선한 외부공기를 데우자는 것입니다. 이럴 때 열효율이 중요해지는데 제품에 따라서 최소 60% 대에서 90% 이상까지 가는 걸로 나와있더군요. 저는 국산 제품인 리쿠퍼레이터를 사용했는데 그 회사 주장으론 실내 난방시에 96% 까지 간다고는 하는데 그 사실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뭏든 제가 실제로 온도 측정을 해 보니, 실내는 영상 20도, 실외는 영하 10도 정도의 상황에서 HRV를 통해 집안으로 들어온 외부 공기의 온도가 약 19도 정도 되더군요.
이 리쿠퍼레이터라는 이름의 HRV를 만든 업체는 STK 라는 곳인데 (http://www.stk.co.kr) 그 정체는 잘 모르겠습니다. 벤처기업 같기는 한데 여전히 요즘에도 주택전시회에는 계속 출품해서 광고는 하고 있으면서도 홈페이지는 조용하고 게시판의 질문에도 대답 안 하고, 제품의 디자인은 투박하면서도 부가 기능도 하나도 없더군요. 제가 이 회사 제품에서 불만스러운 점은 특히 소음입니다.
낮에는 잘 몰라도 밤에 자려고 누우면 “윙~”하는 고음이 상당히 귀가 거슬립니다. 근데 이 제품에는 타이머 기능이나 원격조절 기능도 안 달려 있고 오직 전원 스위치 뿐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제가 타이머를 하나 달아서 밤에 잘 때는 안 돌아가게 만들었습니다. 기계자체에서 직접 들리는 소음뿐 아닙니다. 위의 사진에서 덕트 주름관이 쓸데없이 길게 되어있죠?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덕트를 통해서 그 소음이 전달되더군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소음을 더 줄이기 위해 덕트 길이를 연장했습니다.
다음에 집을 짓게되면 보다 효과높은 방식으로 HRV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다른 업체의 HRV도 알아봐서 부가기능도 많고 소음도 훨씬 작다면 그쪽을 생각해 봐야겠고 설치 위치도 지하층이나 크롤 스페이스를 이용해야 소음이 줄어들겁니다. 한편으론 ERV (Energy Recovery Ventilation)에도 관심이 가더군요. HRV는 오직 온도의 회수만 해주지만 EVR는 온도 뿐 아니라 습도의 회수도 해 줍니다. 따라서 집안의 습도를 집밖의 습도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문제는 ERV 제품을 국내에선 보지 못했다는 점이네요. 가격도 꽤 비쌀 것 같고요. 참고로, 제가 리쿠퍼레이터를 구입한 가격은 2백만원입니다. 딱 절반 가격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나 저희집처럼 싸게 지은 조립식 주택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