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뒷마당은 장마의 피해현장이자 임야의 절토로 인한 여러가지 폐해의 시범케이스입니다. 재작년 폭우에 축대가 무너졌고 작년 폭우에는 진흙이 뒷마당을 가득 덮기도 했습니다. 그때문에 어언 2년동안이나 제대로 아늑한 공간으로서 활용해 오지 못했지요. 도저히 못 참겠다 싶어서 2주일 전부터 정리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가족 및 손님들과 함께 실외 활동을 하는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바닥에 보도블록을 깔고, 평소에는 삽살개들을 그 안에 가두기 위해 뒷마당 전체를 울타리로 막아놓는 계획입니다. 거기에다가 여름 장마기간에 뒷산에서 쏟아지는 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배수로도 확충했습니다. 우선 철망 울타리의 설치입니다.
우리가 공원이나 전원주택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울타리는 단연 나무로 만든 것이지만 금속 망으로 된 것도 꽤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아래 사진과 같은 메쉬펜스가 단연 인기 1위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녹색보다는 희색이 좋습니다. 흰색 메쉬펜스에 빨간 덩굴장미가 참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메쉬펜스는 가격이 만만치 않죠. 양평 국수리에 있는 업체 가격은 1.5미터 메쉬펜스 2미터 단위에 3만9천원이었습니다. 물론 기둥과 볼트 포함이구요. 반면에 아래와 같은 아연도금망, 일명 능형망은 2만2천원이었습니다. 집의 뒷마당은 산의 절개면에 바로 접해서 외부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미관을 많이 고려할 필요는 없으므로 능형망으로 결정했습니다. 게다가 철망의 주된 목적이 멍멍이들을 뒷마당에서만 놀게 만들기 위해서니까 메쉬펜스까지 필요치는 않았습니다.
국수리에 가서 24미터 길이의 울타리를 만들기 위한 철망 재료를 주문했더니 바로 다음날 아침에 배달을 해주더군요. 아래 사진처럼 배열해 보았습니다. 각각의 용도는 이제 차례차례 설명됩니다. (국수리 철망 업체 친절하고 가격도 괜찮아서 추천할만 합니다.)
능형망 울타리의 철망은 쭉 늘리면 4미터 길이가 됩니다. 그래도 기둥은 2미터 간격으로 세워야 하지요. 기둥을 고정하는 방법은 기초형과 앵커볼트형이 있습니다. 이미 콘크리트 바닥이나 벽이 있는 곳에는 앵커볼트형을 사용하겠지만 저희 집 경우에는 맨땅이므로 기초형 기둥으로 선택했습니다. 이제 레미탈을 비벼서 기초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평소에 다용도로 사용하는 손수레를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공사 현장에서 주어온 THP 주름관을 약 30센티 길이로 잘라 거푸집을 여러개 만들었습니다. 이것들을 길이 방향으로도 절단해서 콘크리트가 굳은 다음에도 쉽게 거푸집을 제거할 수 있게 했습니다. 위에서 비벼놓은 몰탈을 거푸집에 가득 채워준 뒤에 철제 기둥을 꽂고 수직 (plumb)을 맞춰준 다음에 벽돌을 몇 장 이용해서 기둥이 안 움직이도록 고정했습니다.
기둥 기초는 이틀간 양생시킨 다음에 거푸집을 제거했고 이제 땅에 구멍을 파고 기둥을 파묻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기초 콘크리트를 넣기 전에 구멍에 미리 자갈을 약 20센티 깊이 깔아주었는데 원래 이 방법은 방부목으로 앞마당의 펜스를 만들 때 물빠짐이 좋으라고 사용한 방법이었는데 자갈 덕분에 기둥의 기초가 더 내려앉지도 않고 또 똑바로 세운 채 그대로 유지시키기 좋다는 장점이 있더군요. 그래서 이처럼 쇠기둥을 사용한 기초에서도 그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둥을 하나 세웠으면 다른 기둥도 하나씩 세워나갈 차례입니다. 그런데 기둥 사이의 간격이 2미터씩이나 되다보니 두 기둥의 높이를 똑같이 만들기가 쉽진 않습니다. 예전에는 공사장에서 호스에 물을 넣어서 두 지점 사이의 높이를 일치시키기도 했었죠. 제가 이번에 철망 울타리를 만들면서 사용한 것은 간단한 레이저 수평계였습니다.
최초에 세운 기준 기둥에 수평계를 올려놓고 수평을 맞춘다음, 레이저를 켜줍니다. 아래 사진처럼 레이저가 발사되죠. 이 레이저 광선이 기준 기둥과 동일한 높이에 명중하도록 두번째 기둥의 높이를 조절해 주면 되니까 참 편리하죠.
아래 사진의 기둥에 빨간 레이저 빔이 보이죠?
두번째 기둥을 세웠다면 이제 기둥과 기둥 사이에 철망을 감싸줄 동연을 걸어줍니다. 동연을 걸기 위해 J 모양으로 생긴 고정쇠를 이용합니다.
동연끼리 연결할 때에는 아래 사진과 같은 연결 부속을 사용합니다.
울타리는 보통 직선으로만 설치되지는 않죠. 90도 각도로 꺽어질 수도 있고 아래 사진처럼 더 작은 각도로 꺽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동연을 함께 꺽어주려면 핸드 그라인더를 사용하여 동연을 절반 두께만큼만 잘라서 휘어주었습니다.
기둥을 세우고 동연을 모두 걸어준 다음에는 능형 철망을 쫙 펼쳐서 끼워주면 되는데, 그러다 보니 아래와 같은 물건이 하나 툭 떨어지더군요. 이게 왜 포함되어있을까요? 철망 한 뭉치에만 있는게 아니라 4미터 단위의 뭉치마다 이게 꼭 하나씩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어따 쓰는 물건인지를 마누라와 함께 한참 생각하다가 결국 알아차렸습니다.
4미터짜리 철망이 끝나는 위치에서 또 다른 철망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바로 그때 사용되는 것이었습니다. 두 철망 사이를 아래 사진과 같이 실뜨기 하듯이 연결해 주니 감쪽같았습니다.
에구, 혼자 이걸 설치하다 보니 너무 힘이 들어서 사진을 더 찍지 못했네요… 아뭏든 이런 식으로 능형 망의 설치를 대략 해치웠습니다. 이제 출입구 쪽에 메쉬펜스를 설치하고 또 뒷마당 바닥에 보도블록을 설치할 차례입니다. 그 내용에 대해선 내일 다시 올리도록 할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