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금요일에는 저희 아들내미가 다니는 양평군 양서면 양서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1박 2일 캠핑 행사가 열렸습니다. 전교생이라고 해도 90명 정도인데 그중에서 형제자매의 수를 빼면 약 60 가구 정도에 불과하므로 운동장에 가족별로 텐트를 쳐도 넉넉합니다. 실제 설치된 텐트를 세어봤더니 약 40개 정도더군요. 사정상 텐트를 준비하지 못했거나 가족이 함께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와 동문회에서 대형텐트 몇 개를 더 설치했습니다. 동문회라고 해도 그날 참여했던 동문회 어른들의 자제들이 다 이 학교를 다니고 있었으니 실제로는 학부형들입니다.
저희 집엔 텐트가 없었기에 학교 옆동네인 국수리에 사시는 아는분에게서 텐트 및 야영 용품 일체를 빌려왔습니다. 아래 사진의 가운데 아랫쪽에 커다랗게 열어놓은 텐트가 그것입니다. 세간살이가 꽤 많죠. 항상 그랬듯이 신원리, 국수리, 대심리, 도곡리 등으로 편을 짜서 텐트가 배치되었습니다.
시골 학교에서 운동회나 소풍, 캠핑을 하는 날이 되면 부모님들이 더 들뜨기도 합니다. 지난 봄소풍은 서울 전쟁기념관으로 갔는데 버스 3대를 대절하여 2 대엔 학생과 교사, 1대엔 부모님들이 타고 갔답니다. 거의 대부분의 집에서 어른이 따라가는 셈이었죠. 이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애들 공부를 더 시키라던가 하는 그런 식의 주장은 안 하는 대신에 소풍, 운동회, 외부견학, 캠핑 등등의 행사는 꼬박꼬박 해야 한다는 조금 다른 치맛바람(?)이 불더군요. 지난번 학부모 회의 때에서도 학교 교장선생님이 소풍을 꼬박꼬박 가기 어려우니 봄에는 운동회, 가을엔 소풍 식으로 하자고 말했다가 학부모들이 다 반대하는 바람에 다 하기로 했답니다. 시골에서 살면서 좋은 점이 그런 행사를 통해 추억을 심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죠.
학생들이 사는 마을 가운데 가장 많은 수가 대심리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동네에서는 행사때마다 서로 역할분담을 미리 해서 준비를 크게 하더군요. 아래 사진이 대심리에서 준비한 바베큐 현장입니다. 왼쪽에서 두번째 옆모습 보이는 인물이 저희 집사람인데 배짱 좋게 이 마을에 가서 당당히 얻어먹고 있습니다. 함께 얘기중인 분은 약간 6개월전에 아들 둘의 교육때문에 양평으로 이사오신 분이시구요.
밤엔 캠프파이어와 함께 촛불의식도 하더군요. 저희 아들내미가 캠프파이어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습니다.
계속 유모차 안에 머물러야 했던 딸내미가 부러운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이 녀석도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며 함께 할 수 있을겁니다.
텐트에서 자는 것이 30년만의 일이었고 또 준비하고 뒷정리 하는 일이 꽤 힘들었긴 하지만 저희 아들내미가 또 하나의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고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을 하니 그나마 기분이 뿌듯합니다. 이런 점이 시골살이의 또 다른 만족감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