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처음 가 본 골프연습장

By | 2009-04-17

캐나다 런던에 온지 어언 열흘이 넘어가면서 슬슬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거의 열흘 정도의 날들을 시차적응 실패와 소화불량 증상 때문에 고생하느라고 다른 생각을 못하며 정신 못차리고 지내다가 몸 컨디션을 좀 되찾으면서 나타난 또 다른 증상이 그 근질거림이다.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현재로서는 걷는 것 이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게 보이질 않고 결국 생각은 만만한 골프에 미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우선 대형 골프 백화점인 Golf Town 으로 가서 값싼 세트를 구입했다. 어차피 아이언 클럽들은 모두 태국에 버리다시피 놔두고 떠났고 한국에는 드라이버, 하이브리드, 퍼터, 샌드웨지, 로브웨지 등만 가져다 놨기 때문에 아이언은 다시 살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아이언 세트만 구입해서 그걸로 이곳에서 버티다 나중에 한구에 있는 클럽들과 합치려고 했었는데, 마누라는 그것만 가지고 어떻게 필드에 나가겠느냐며 풀세트를 사라고 했다. 결국 드라이버와 우드, 유틸리티 들이 포함된 풀세트를 구입하긴 했지만 나중에 집에 생각해 보니 차라리 돈 좀 더 해서 좋은 아이언 세트만 구입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뭐 어쩌겠는가, 골프는 사람이 치지 골프채가 치는게 아니니까 이것들보다 더 시원찮은 것으로도 감지덕지하며 골프 치던 시절 생각하며 이 물건들에 익숙해지면 또 마찬가지가 될테니까 말이다.

집에서 약 5분 거리에 드라이빙 레인지가 있고, 약 10분 거리에 36홀짜리 퍼블릭 골프장이 있음을 구글 맵에서 확인했다. 집에서 몇번 빈 스윙만 해봤지만 공 없이는 내가 제대로 공을 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므로 우선 연습이 필요했다. 드라이빙 레인지는 운전 중에도 몇번 지나가며 눈도장을 찍은 적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첫날은 안에 들어가서 몇시부터 여는지 확인하고 시설을 잠깐 둘러보고 나와서 그 다음날 아침에 골프백을 차에 싣고 찾아갔다. 사무실 건물이 귀엽다고나 할까, 아담한 주택같이 보인다.

거나 잔디 위에 놓고 스윙하는 방식으로 연습을 하게 되어있다. 태국의 골프 연습장에서 익숙한 자동 공 공급장치도 없다. 하긴 골프 연습장에서의 장면들이 나오는 미국 영화에서는 연습장들이 다들 그런 식이긴 했다. 골프공 바구니는 3가지 크기가 있는데 가장 큰 것에는 110 개 정도의 공이 담겨있고 바구니 당 12불이고 오전 11시까지는 9불로 할인해 준다.

오늘은 스윙 자세와 템포를 가다듬기로 했기 때문에 위 사진 저 편에 보이는 잔디 연습장 대신 매트 연습장을 택했다. 다음 번에는 저쪽 편으로 건너가서 마음껏 디봇을 날리며 샷을 해야겠다. 제대로 디봇을 날리면 그게 설사 연습에 불과하더라도 기분이 참 좋을 것 같다.

연습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18홀짜리 미니어쳐 골프장도 잠깐 둘러봤다. 이곳은 가족들이 함께 하는 놀이터인 셈이다. 조만간 애들도 다 데리고 와서 한번 놀아봐야겠다.

연습용 퍼팅 그린은 멀리서 봤을 땐 너무도 색이 푸르고 매끈해서 인조잔디라고 의심까지 했었지만 가까이서 확인해 보니 진짜 잔디 그린이었다. 그렇게 카펫같이 촘촘하게 잔디가 들어찬 그린은 처음봤다.

오늘은 110 개들이 바구니 2개를 사서 연습을 했는데 이게 비용이 만만치 않다. 퍼블릭 골프장에서 18홀을 돌 때 30~40 불 정도 드니까 연습공을 3 바구니나 4바구니 사면 필드 한 번 돌만큼 비용이 되는 셈이다. 결국 어지간해서는 연습장을 많이 이용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이번주에는 연습장을 한 번 더 가보고, 다음 주에는 퍼블릭 골프장을 찾아가야겠다. 그런데.. 누구랑 치지? 태국서는 혼자 치거나 다른 사람들과 조인해서 치곤 했는데 여기선 어떤 식이 될지는 일단 골프장에 가봐야 알 수 있겠다.

그리고 며칠뒤… 지난 며칠 동안 인조잔디 매트 위에서 땀흘려 샷 연습을 계속하여 어느정도 스윙이 무르익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젠 진짜 잔디 위에서 연습함으로써 그 갈고 닦은 실력을 더욱 세련된 샷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일념 드디어 잔디 타석으로 자리를 옮겨 연습을 시작했다. 아아.. 얼마나 아름다운 녹색 바닥이던가! 우선 피칭 웨지를 가지고 맘껏 땅을 파기 시작하긴 했는데…

아뿔싸. 매트에서 자신만만했던 그 셋업자세와 스윙 플레인과 샷 타이밍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내가 그럼 그렇지… 매트에서는 그렇게 잘 되던 샷이었건만 일단 푸른 잔디 위에 공을 놓고 테이크백을 하는 순간부터 헤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웃인스윙 + 치킨윙 현상이 다시 나타났는데 이건 거의 녹색 공포증 수준이었다. 스윙의 타이밍이 잘 안 맞으니까 그걸 커버하는 몸짓을 다소 격하게 했는지 허리에 무리가 되는 느낌까지 들었다. 정말로 연습장 매트와 진짜 잔디 위에서의 샷은 너무나도 차이가 컸다.

피칭과 7번아이언으로 20 개쯤 치고 나서 힘들어 헉헉거리며 쉬는 동안 한방 찍은 사진을 아래에 보인다. 디봇자국은 참으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여기엔 뒷땅자국도 몇개 있고 전체적으로 클린샷으로 맞아나간 공은은 절반도 안된다. 이런 것까지 고백하긴 창피한 일이지만 사실이다.

그늘에서 연습하다보니 조금 쌀쌀한 느낌이 들어 햇볕 있는 쪽으로 옮겨서 첫 바구니의 공들 가운데 나머지를 다 치고나서 한 바구니를 더 사와서 샷연습을 했다. 도무지 샷이 제대로 맞아주지 않는 상태에서 그냥 집으로 갔다간 한이 될 것 같아서 였다. 그래서 모두 합해 250개 정도 친 것 같은데 어느분 말씀대로 잔디 위에서 샷 연습을 하는 것은 정말 엄청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골프화를 신지도 않고 그냥 운동화를 신고 연습하러 왔기 때문에 잔디위에서 중심 잡기가 힘들고 발이 미끄러지는 경향이 있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아무튼 소쿠리 2개의 공을 다 날리는 연습을 다 끝나고 나니 바구니 바로 옆에 있는 잔디처럼 멀쩡했던 바닥이 윗사진의 왼쪽 부분처럼 디봇들로 인해 초토화되었다. 디봇 날리는 기분은 좋긴한데, 바닥의 흙이 좀 찰흙같다고나 할까 조금만 깊게 파헤쳐도 왼쪽팔이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어왔다. 다음번에는 땅이 파이지 않을 정도로 좀 얇게 슬슬 쳐야겠다.

볼 10개 정도만 드라이버 연습에 할애했는데 잔디밭이 끝나는 근처에 서있던 250야드 싸인이 왜 그리도 멀어보이던지.. 한국에 두고온 스릭슨 드라이버만 여기 있었어도 공 한두개만이라도 저곳까지 보낼 수 있을텐데 아쉬웠다. 지금 휘두르는 윌슨 드라이버는 왜이리 가볍고 물렁한 느낌인지 답답했다. 하긴 이곳의 연습공들을 가지고 제대로 된 샷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였다. 게다가 어줍잖은 내 실력가지고서야 뭔 불만을 말할 수 있을까. 3주 뒤에는 한국에서 여기 오는 사람이 있어서 그 편에 드라이버와 나머지 웨지, 퍼터 등을 가져올 예정이니까 그때는 좀 샷이 나아지려나.

오늘 퍼팅 연습은 안했지만 퍼팅그린의 잔디가 좀 신기해보였다. 한국에선 골프장에 가본 적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한국의 경우와 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태국의 골프장에 있는 그린의 잔디 종류들과는 달랐다. 깍아주지 않아도 더이상 자라지 않을성 싶은 잎이 달려있는 이 풀은 어떤 종류의 것인지.. 열대지방 잔디와 비교적 한대지방의 잔디 종류의 차이일까나.

카메라를 줌 모드로 설정하고 잔디에 렌지를 바짝 들이대서 찍어봤다. 이건 잔디라기보다는 무슨 고사리 나물처럼 생겼고 손으로 쓸어봐도 뻣뻣한 느낌이었다. 느낌상으론 그린이 좀 빠를 것 같은데 다음번에 연습해 보면 알게될 터이다.

오늘 연습에서는 다행히도 막판에 가서야 간신히 샷이 제대로 맞기 시작했다. 그나마 백돌이 간신히 면한 상태에서 이렇게까지 샷이 안되면 필드엔 절대 창피해서 못 나간다. 맘에 들만큼 제대로 샷이 맞아나간 뒤에나 실제 라운딩을 가야겠다. 그래서 충분한 연습을 위해 바구니 10개짜리 선불 티켓을 미리 끊었다. 이것 다 치기 전엔 필드에는 안 나가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해보는데, 한번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언제가 되던간에 필드에 나가게 되긴 할건데 누구랑 가지? 여기 있는 동안에 누가 됐던 골프 친구를 하나 사귀어놔야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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