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처음 이곳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왔을 때 우선 놀란 것이 곳곳에 엄청나게 쌓여있는 눈이었고 그 다음은 기온이었다. 첫날 최저 기온이 섭씨 -22도인 것에는 그냥 그런날도 있겠지 싶었지만 그 기온이 며칠씩 계속 되고 낮기온도 영하 5도 근처까지 올라간 것이 그나마 포근해진 정도였으니 할 말 다한 셈이다. 캐나다 북부도 아니고 캐나다 동부지역에서도 가장 남쪽 가까이 있는 이 지역에서 그러하니 캐나다 서부 해안지방을 제외한 다른 곳은 정말 얼마나 더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것일까.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이곳 캐나다 토박이들도 자기들도 당연히 지겹다고 긍정하면서, 그래도 여름은 참 아름답고 즐길만 하기 때문에 참고 산다고 말하기도 했다. 초여름이 된 6월 중순의 기후를 보면 거의 가을 날씨나 마찬가지였는데 6월 하순으로 가면서 이제 겨우 여름같이 느껴지는 날이 간간히 있지만 여름은 7월에서 8월까지의 두달 밖에는 안 되는 것 같다. 게다가 실외수영장들도 열지 않은 곳이 더 많은 것 같다. 남쪽으로 약 40분 정도 차로 떨어져 있는 5대호 중의 하나인 Lake Erie 에 가도 물이 차서 수영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형 매장에서는 수영용품 같은 여름 상품들로 가득 차 있으니 이건 좀 호들갑이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물론 모두 이곳에서 나름대로 만족해서 살면 누가 뭐라 할일은 아니겠지 싶다.
아래 사진은 처음 이곳에 와서 애들을 입학시키려고 갔던 학교 옆의 주차장 모습이다. 학교 건물 안에 들어갔더니 복도는 온통 아이들이 입고와서 벗어 걸어놓은 방한복과 눈부츠로 가득차 있었고 아침에 모든 아이들이 각자 그걸 벗어서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고 오후에 그걸 다시 입고 건물을 나서는 것도 꽤나 어수선해 보였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한번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외출 준비를 하는 것이 꽤나 귀찮아서 어지간하면 밖으로 나가게 되질 않았다. 익숙해지면 괜찮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구태여 이런 것에 익숙해지면서까지 이곳에 집착할 이유가 꼭 있는 것일까. 큰 도로는 눈이 올 때마다 계속 쓸어내고 영화칼슘을 뿌려대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작은 도로는 겨울 몇달간을 거의 빙판길 상태로 있어야 하는데 이 때문에라도 외출을 삼가하게 된다. 이런 것에 익숙해지더라도 그걸 몇달간 계속 해야한다면 지겨울 수 밖에 없겠다. 이곳 사람들은 그래서 더더욱 여름을 반기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겐 최소한 아직은 지겨운 일이다.
어차피 한국에서 해외이주라는 것을 선택해서 캐나다까지 온다면 자신이 최대로 만족해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게 당연할 것이다. 잘 모르고 왔다가 기후 또는 다른 요인들에 맞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그냥 거기에 적응하기보다는 더 늦기 전에 다시 최종 정착지를 선택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우리가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삶이 터전으로 삼아 오랜 동안 살아온 것도 아닌데 무슨 미련을 가질 필요가 있겠는가. 지구 반대편에서 여기까지 머나먼 길을 온 것에 비하면 이 안에서 조금 더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너무 늦기 전에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해서 결정을 해 볼 일이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날씨 많이 춥고 지겹죠? ^^ 하지만 2월이면 긴겨울중 일부라고 해도 무방할정도네요. 보통은 10월말부터 시작되니 약 5,6개월의 기나긴 겨울을 앞으로 몇년정도 보내시면 현재보다 생각이 많이 바뀌실겁니다.(그게 적응이 되는쪽이든 아닌쪽이든)
시애틀에서도 사셨네요.. 거긴 일년중 반이 계속 비가와서 해를 못보니 우울하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춥고 눈이많지만 해가 더 있는 이곳과 춥진 않지만 해가 없는 그곳과… 사실 전 시애틀쪽으로 가보고 싶은데… 날씨도 그렇고, 생활도 그렇고.. 궁금한게 많네요.
안녕하세요. 앞으로 한번의 겨울을 더 런던에서 지내보고 결론을 내려고 합니다. 처음엔 한겨울인 상태에서 살기 시작해서 그 속에서의 차분히 겨울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못 찾았을 수도 있겠지요. 그 많은 사람들이 다들 잘 살고 있어보이니 뭔가 긍정적인 방법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시애틀은… 참 좋았습니다. 일년중 반이 계속 비가 온다고 하면 비가 그치지 않는다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보다는 그냥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는 날이 많다고 봐야 맞습니다. 한국의 장마처럼 비가 오진 않습니다. 부슬부슬 오는 비는 오히려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다고 해서 눅눅하거나 축축한 분위기는 아닙니다. 비가 쫙 내리다가도 개면서 해가 비치는 날도 많고요. 도시의 서쪽은 바다와 1번도로상의 해안절경, 거기서 자동차를 페리에 태우고 올릭픽 페닌슐라로 가서 자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도시의 북쪽은 또한 국립공원과 캐나다 밴쿠버로 이어지고, 남쪽은 또다시 국립공원으로서 화산폭발로 유명한 세인트 헬렌과 마운트 레이니어의 장관을 만납니다. 동쪽으로 가면 로키산맥과 만나는데 그것을 넘어서면 약간 사막과 같은 느낌의 평원이 이어집니다. 참으로 자연과 문화적으로 잘 어울어졌다는 느끼입니다. 인종적으로는 한국,중국,일본,필리핀 계가 참 많아서 제가 살던 10여년 전에도 아시아 계가 10퍼센트를 넘었습니다. 저는 기회만 주어지면 다시 가서 살고픈 마음입니다.
시애틀에 대해선 다들 좋다고 하시는군요. 한가지 걱정이었던게 날씨였는데, xaran님 말씀을 들으니 왠지 또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것 같기도 하네요. 어떤 사람이 글을 쓴걸 보니 해를 못봐서 우울증 걸렸다는 얘길 듣고 아닌가.. 싶었고, 벤쿠버도 같은 날씨일텐데, 벤쿠버에서 온 사람들이 오히려 이곳날씨가 더 낫다고 하니.. 좀 황당하기도 했었습니다.
전 솔직히 캐나다는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좋은점도 있구요. 앞으로 어느 직업을 가지실지 모르겠지만 날씨외에 또 크게 작용하는게 세금이구요. 정붙이기 나름이라고는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날씨는 적응이 안되네요. 제가 추위를 많이 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사실 동쪽으로 가면 더 춥기에 이곳은 그나마 양반이라고 하네요. 눈이라도 안오면 정말 다행인 겨울이 되죠. 저도 아직 많이 모르지만 궁금하신것 있으시면 물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