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뭔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기시작하고 신문을 보고 TV 뉴스도 접하게 되면서 느끼게 된 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자는 개나 소나 다 하는구나’ 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어떨 경우는 개나 소같은 존재들만 기자 일을 할 수 있겠구나 싶기까지 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 거리를 어거지로 우겨넣으면서라도 매일매일 기사같지 않은 기사라도 만들어야 하는 인생이 불쌍하다 싶기도 했지만 국내 최대 신문사의 평균 연봉을 생각하면 꼭 불쌍하다고 볼 수만은 없겠다 싶다. 그냥 개같이 벌어서 뭐같이 쓴다는 속담도 생각날 뿐이다.
예전에 내가 신문사의 기사에서 언급될 수도 있는 일을 하고 있을 시절의 일이다. 어떤 경제신문 기자로부터 전화로 사실확인을 요청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기자는 사실이 뭔지 알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사실이라고 간주하고 이미 내용까지 다 만들어놓은 기사를 마무리짓기 위해 내 이름이 언급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대답을 받으려는 의도였을 뿐이었다. 친구 한명은 또 다른 신문기자로부터 당신 회사 제품에 뭐가 문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걸 기사화하면 안되지 않겠느냐라는 묘한 전화를 몇번 받았다고 한다. 그래도 아무런 접대나 금품 제공없이 지나갔더니 며칠후 사실확인도 없이 그 기사가 신문 한면에 등장했다는 얘기였다.
하긴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영어강사들도 엉터리가 적지 않다. 여러해 전에 싱가폴에서 젊은 딜러 한명이 부정거래를 하는 바람에 영국의 거대금융 기업인 Baring 이 무너져버린 일이 있었다. 그때 라디오의 영어 강좌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젊은 여자 영어 강사 한명이 그 은행 이름을 ‘Bar-ing ’ 처럼 읽는 것을 들었다. 한번이 아니라 Baring 에 대해 여러가지 영문 소식을 전하면서 끝까지 ‘바링’을 고수했다. 이건 영어를 어느 정도 공부해본 사람은 다 아는 발음 원칙이다. 반드시 그런건 아니겠지만 명확한 이유가 없다면 ‘Baring’ 은 ‘bear-ing’에서처럼 발음을 하는게 맞고, Barring 이라고 쓰이거나 Bahring 정도로 되어있다면 그땐 ‘bar-ing’으로 발음하는게 일반적이다. 그 영어강사는 그 당시에 아마도 한글발음으로만 적힌 뉴스 원고를 읽었거나, 또는 English Phonics 공부를 미처 마치지 못했었나보다. 매스 미디어의 세계가 그냥 그런것 뿐이다.
요즘 신문 기사들을 보면 무슨 한글 맞춤법이나 문법, 어법도 워낙 엉망이라 이젠 그 기본적인 작문 실력까지도 우습게 보인다. 영어 공부 얘기하려다 한참 신문기자들 흉을 보고 말았는데 100% 그런 기자들만 있는건 아니겠지만 최소한 절반 이상은 그러하리라는 확신이다. 한자로 기자의 ‘자’를 者 라고 쓰는데, 요즘엔 사람 ‘자’라고도 하지만 내가 한자를 배우던 시절엔 항상 놈’자’라고 배웠다. 기자의 경우엔 이 옛날 방식 읽기가 어울린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오늘 그 국내 일간지에서 본 미국 Cartoon 을 아래에 보였다. Cartoon 의 오른편에 있는 내용 해설에서 뉴스 부분은 맞는 내용이겠지만 기자가 해석해 놓은 카툰의 대화내용과 내용의 이해는 완전 엉터리이다. 영어 회화에서 What do we do now? 라고 하는 것은 중학생도 그 뜻을 다 아는 문장이다. 영화에서도 뭔가 사건을 저지르고 난 뒤에 주인공이 친구를 보며 What do we do now? 라고 흔히 하지 않던가. 중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도 영어회화 좀 배웠다면 당연히 이 말이 “이제 우리 어쩌지?” 혹은 “이제 우린 뭘 해야되지?” 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이걸 해석한 기자는 “우리가 지금 뭘 하는 것이냐” 의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What are we doing right now?
어쩌면 기자는 돼지들(스위스 은행들)이 탈세혐의를 받는 고객의 정보를 미국 정보에 건네주기로 한 데 대해서 “내가 지금 뭔짓을 저지르고 있나”라고 자탄하는 것으로 해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왼쪽 돼지의 “What do we do now?” 라는 말에 대한 오른쪽 돼지의 “What we do best.. we.. SQUEEELLL!” 이라는 대답을 보면 그런 해석은 말도 안됨을 알 수 있다. Squeal 의 사전에서의 의미는 돼지가 꽥~ 하고 길게 소리를 지르는, 쉽게 말해서 돼지 멱을 따는 소리를 낸다는 동사이다. 즉 천장에 발을 묶여서 꼼짝달싹할 수 없는 곤경에 몰려서 할 수 있는 행동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돼지멱따는 소리를 내는 것 밖에 없다는 일차원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Squeal 동사의 또 다른 뜻, slang 으로서의 의미에는 비밀사항을 고발한다는 뜻도 존재한다. 영영 사전을 찾아보면,
Squeal (verb) To give incriminating information about others, especially to the authorities
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따라서 이 카툰은 이렇게 읽혀야 마땅하다.
돈만 아는 욕심많은 돼지들 (Swiss Banks) 들이 도살장에서 천장에 발이 매달려서 죽임을 당할 지경이 되자 (즉, 미국 정보의 강력한 협박성 요구로 곤경에 빠짐) 한 돼지가 이제 우리 어떻해야하냐고 묻고 (What do we do now) 다른 돼지가 자신들 특기인 돼지멱따는 소리를 내는 수 밖에 없다고 (Squeal, 즉 비밀정보를 미국정부에 넘긴다는 의미) 말하는 내용이다. 즉, 스위스 은행들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에 이제까지 비밀로 삼았던 고객정보를 건네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뉴스 카툰은 이렇게 심오하게 이중적 의미를 가지면서 많은 내용을 시사해주곤 한다. 물론 현란한 말장난과 함께 말이다. 기자들은 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이런 기사를 소화 흡수 이해하고 나아가서는 자신들도 이런 정도의 현란한 컨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들 좀 해야겠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