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지금의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1970년으로 되돌아 가 본다. 등에 매는, 그 당시 가장 고급 가방을 선물받고 너무 좋아서 학교 가는 척 폼을 잡았다. 이때는 강원도 원주시에서 대전시 유천동으로 이사를 온 뒤였는데 마당이 무척 넓고 그 한가운데 동그랗게 정원이 있는 집이었다. 마당도 그랬고 대문 밖 골목길도 모두 포장 안된 맨흙 땅이라 비만 오면 질퍽거렸지만 평상시엔 자치기, 비석치기, 공기놀이, 사방놀이, 오징어 같은 놀이를 하기엔 제격이었다.
마당의 둥그란 정원은 대충 흙만 돋아올려 만든 것이고 특별난 꽃도 요란한 장식도 없는 단순한 형태였다. 그래도 평범하나마 채송화와 해바라기, 맨드라미, 사르비아 같은 것들이 우거져 있었는데 그중에 사르비아 꽃을 뽑아서 쪽쪽 빨아먹던 기억이 난다.
집에서 키우던 잡종 진도개가 새끼를 여러마리 낳았다. 그 당시 그 녀석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이 사진의 집에서는 오래 살지 못했고 국민학교 1학년이 끝나기도 전에 대전시의 다른 동네인 대동으로 새집을 짓고 이사를 가게 되었다.
예전엔 개 이름을 미국 사람들 이름을 붙이는게 일반적이었는데 발음은 일본식이었다. 쫑(John), 메리, 해피, 캐리 등이 흔한 예였고 심지어는 ‘덕구’라는 이름도 많이 쓰였는데 덕구는 사람 이름이라기보다는 Dog 의 일본식 발음이 변형된 걸로 보인다. 그 당시에 집에서 키웠던 개 이름이 ‘비루’였던걸로 기억되는데 어디서 유래된 것일까 생각해보니 Bill 의 일본식 발음인 것 같다.
사진들을 보니 내가 머리가 유난히 크다는게 이때부터 드러나보인다. 오죽했으면 국민학교 시절의 별명이 짱구박사 였을까. 머리가 크고 잡다하게 아는게 많다고 해서… 초등학교 시절은 그래도 집에 힘든 일이 많이 생기기 전이고 아버지가 여전히 직장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시던 때라서 비교적 좋은 기억이 적지 않던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