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한국에서 미용기구를 사서 캐나다 오는 길에 가져오려고 했었지만 그냥 캐나다에서 사기로 하고 오게되었다. 이곳에 와서는 이곳 저곳 대형마트를 갈 때마다 저렴한 가격의 미용기구가 있는지 체크도 하고 또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어느 회사 제품을 좋게 평가하는지도 참고하다가 월마트에서 산 것이 25불 정도에 세일하는 WAHL 이라는 회사의 미용세트이다. 가장 흔한 저가 전기용품 브랜드인 Conair 보다 이 회사 제품의 훨씬 평이 좋기도 했고 가격도 충분히 쌌기 때문에 택한 선택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로서는 최소한 머리 뜯어먹지만 않으면 된다는 바램이었다.
며칠 전, 아내가 드디어 나와 아들과 딸내미 세 사람을 차례로 욕실 좌변기 위에 앉혀서 과감히 머리를 깍기 시작했는데.. 웬걸, 결과적으로 제법 볼만한 작품들이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이날 난생 처음 남자 머리를 깍은 완전 초보 미용사(!)인 아내의 손 안에서도 머리를 뜯지는 않았다. 물론 이발관에서 하듯 칼날을 세워 면도까지 하는 등의 본격적인 이발을 하진 않았고 전문가 수준의 실력이라고까진 할 수는 없겠지만, 사춘기라서 스타일에 민감할 수도 있을 아들내미도 만족스럽다고 평가했으니 더 말할 나위 없다. 나는 일단 머리 깍는게 실패하면 그냥 빡빡 밀어버려야겠다고 마음먹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었는데 다행히 그 단계까진 갈 필요가 없어졌다. 이 동네에선 남자 이발비가 보통 아이들 12불, 성인 15불에 팁도 줘야하는데 이날 하루 남자 2 명의 머리를 자름으로써 이발기계를 구입한 본전까지 벌써 뽑고도 남았다. 뿌듯하고도 재미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