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우체국에서 제공하는 “주소변경 서비스”라는 것이 있다. 이사를 가면서 주소가 바뀌었는데 옛주소로 우편물이 날아오면 그걸 우체국에서 새로운 주소로 착신지를 바꿔 보내주는 서비스이다. 우체국에 가서 신청해도 되고 인터넷 (www.epost.go.kr) 으로 신청해도 된다. 비용은 공짜다. 신청하면 3개월동안은 무료로 옛주소로 온 우편물을 새 주소로 배달해준다.
미국에 살던 시절에 이용해본 적이 있었는데, 미국의 우체국에서도 Mail Forwarding 서비스가 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사 등으로 인해 Change of Address 가 되었을 때 우편물을 새로운 주소로 바꿔 보내준다. 여기서는 최장 1년까지 주소변경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비용은? 미국에서도 기본적으로 공짜다. 단,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주소 확인 증빙을 위한 비용 1불을 카드 결제해야 하지만, 직접 우체국에 가거나 우편으로 신청하면 완전 무료로 제공해주는 서비스이다. 만약 기본 주소변경 서비스에 프리미엄 서비스를 추가하면 비용이 조금 더 붙긴 하지만 기본적으론 무료다.
한달쯤 전에 캐나다에서 이사를 하면서 여기서도 당연히 주소변경 서비스가 있겠다고 생각되어 동네 우체국에 갔다. 물론 그런게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람? 공짜가 아니란다. Monthly Fee 가 6.50 달러란다. 이런 된장…. 하지만 우리집은 한달만 그 서비스를 받으면 되니까 그냥 돈내고 하자 싶어서 한달만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안된단다. 최소한 6개월 서비스란다. 된장.. 간장.. 고추장.. 2#2$@%23
그런데 그게 우리집에 꼭 필요한걸 어쩌겠는가? 이 나라에선, 혹은 최소한 이 동네에서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집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배달온 우편물은 어떤 종류의 것이건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는걸 어쩌라고. 우리가 살던 아파트에 새로 이사온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우편물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는건 상상조차 못하는 나라인걸 어쩌라고. 아무튼 그들은 쓰레기통에 버린다.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하고, 남의 우편물로 인해 자신들이 번거로워진다고 생각하며 던져버린다. 그런데 여기에도 반송함이란게 있기는 한걸까…?
할 수 없이 생돈 44.07 달러가 날라갔다. 6개월 서비스 비용 39불에다가 이번에 새로생긴 HST 세금 13%를 합한 금액이다. 제기랄이라고 싶었지만 강도 당한 셈 치거나, 혹은 귀중한 우편물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제때에 건질 수 있으면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며 내심 자위했다.
며칠후, 새로 이사간 주소로 주소변경 서비스 딱지가 붙은 편지가 두 통 배달되었다. 44불이 헛되이 쓰인건 아니구나라고 느끼며 봉투를 보니까, 이건 우리 집으로 올게 아니었다. 예전 아파트의 같은 층, 다른 세대로 갈 우편물을 우리에게 보내버린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집도 한국 집인데 그 아줌마 성씨가 내 성씨랑 같았던 것이다. 암만 그래도 그렇지, 엄연히 호수가 다르게 쓰여있는데 이런 만행을? 봉투를 보니까 캐나다 정부에서 무슨 수표를 보낸 것 같은데 말이지..
주소변경 서비스를 신청했던 우체국에 그 잘못 배달된 편지를 들고가서 항의했다. 그랬더니 우체국 담당 부서로 내 원래 신청서를 팩스로 보내더니 앞으론 제대로 서비스를 받게 될거란다. 뭐 달리 더 할말은 없어서 이젠 제대로 우편물 처리를 하겠지 싶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어언 한달이 지나고.. 그동안 단 한통의 주소변경 서비스가 적용된 편지를 받지 못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이 인간들이 아예 주소변경 서비스를 중단해 버린게 아닌가 싶다. 캐나다 공공기관이나 서비스 기업들의 특징이, 뭔가 일을 했는데 제대로 안 돼고 있다고 지적을 받으면 그걸 어떻게 바로잡는지 알아내지를 못하거나 혹은 귀찮아서(?) 그냥 일을 중단해버리는 습성이 있다더니 이게 바로 그런 꼴이 아닐까하는 강한 의혹이 생겼다.
새 주소로 왔어야할 편지 가운데 하나가 새로 발급된 아멕스 카드였다. 그게 신청한지 한달이 지나도 안 오고 있다. 보름전에도 혹시나하고 확인했더니 발급승인은 벌써 떨어진지 오래니까 오늘내일 중에 우편으로 배달될꺼라고 했는데 말이다. 아멕스 카드 본사에 전화로 물어봤더니, 자신들이 발급해서 우편으로 보낸지 아주 오래 되었단다. 혹시나해서 보낸 주소를 물어봤더니, 이런~ 주소변경한게 바로 적용안 된 상태에서 그걸 보냈구먼… 그래, 바로 이런 것 때문에 우체국에 피같은 돈을 내고 주소변경 서비스 신청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게 새 주소로 오질 않았다는거다. 카드는 커냥 다른 우편물 하나 오지 않고 있다. 최초에 잘못 배달된 것 외에는 전무하다. 이거 갸들이 완전히 놀고 있는거 아닌가?
원래 그 서비스를 신청했던 우체국에 가서 항의했다. 자신들은 그 서비스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며 1-800- 으로 시작하는 고객관리 담당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녹음된 ARS 시스템이 받으면서 몇번 눌러라, 몇번 눌러라는 지시에 따라 한참 그짓을 하는 직원 앞에서 뒤를 돌아보니 우편 서비스를 신청하러 온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서 있었다. 내가 그러면 맘이 약해지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전화 걸어서 문의하는 것이라면 내가 집에 가서 하겠다며 그곳을 나왔다.
이것도 Refund 가 가능하려나? 만약 그걸 주장하려면 주소변경 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어야 할텐데, 어떻게 증거를 수집해야하나? 전에 살던 아파트에 며칠동안 계속 가서 편지함 옆의 쓰레기통을 뒤질까? 아니다. 내가 덫을 놔야겠다 싶었다. 내가 내 예전 주소로 편지를 3 장 정도 보내고서는 그게 우리 집으로 오는지 안 오는지 기다려보는 것이다. 그걸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기랄.. 내가 내 돈내고 서비스 받으면서 이렇게 검증까지 하고 헛소동을 벌여야하는건가? 캐나다가 선진국이라고 끝까지 우기는 인간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거냐구….
그러고보니 캐나다 우편 서비스와 관련되어 생각나는 다른 일들이 더 있구먼. 하루종일 집에 있다가 아파트 우체통에 가봤더니 “집에 아무도 없어서 배달 못하고 우체국으로 다시 가져가니 와서 찾아 가시오..” 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경험한 일이지. 인터넷으로 등기우편물이 해당 우체국에 도착했다고 해서 가서 찾아왔는데, 그 다음날 우리 우체통에 딱지가 붙어있고 거기에도 똑같이 적혀 있었지. “집에 아무도 없어서 배달 못하였으니 우체국에 와서 찾아 가시오..” 이뿐이 아니었지, 허헛.
잘못된 것을 따지는 것은 좋은 일인데, 답답함을 없앨 방법은 별로 없어보입니다. 그냥 아무 캐나다 사람들처럼 생각없이 사는 것이 상책이겠지만 그것도 어렵겠지요.
아….답답함이 몰려오네요. 잘못된거 따지기 선수인 제가 과연 캐나다가서 잘 견딜수 있을란지…심히 걱정됩니다. 이번에도 제주도 가서 렌터카가 문제있어서 전화했더니 배짱튕기고 있어서 시청이며 온갖곳에 전화해 결국 밤11시에 고치러 오게 하기도 했는데. 땅설고 물설은 그곳에서 과연 그게 통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