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변하고 있다. 외적 형태가 변한다기보다는, 물론 체중은 몇년전보다른 몇킬로 줄어든 상태지만, 체질적인 면에서 변화가 생겼다. 태국에 와서 느낀 점은 마사지가 별로 즐겁지 않게되었다는 것이다. 마사지를 받은 다음 아침에는 전체적으로 몸이 쑤시고 아프다. 요즘엔 어차피 마사지를 받아야겠다는 필요를 몸 자체가 느끼지 않고 있다. 어제 받은 태국 마사지가 내가 치앙마이에 머무르는 동안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땀이 끈끈하다. 원래 땀은 끈적거리는 것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예전의 내 몸의 느낌은 그게 아니었다. 땀은 그저 물 같은 것이었고, 일단 흘린 땀이 마르고나면 거의 보송보송하다고 할 정도여서 운동 뒤에 꼭 샤워를 해야겠다 싶지도 않았다. 땀의 구성성분이 지금과는 달랐을거라는 생각이다. 그게 이젠 기름기가 많이 섞여서 나오나보다. 중년남자에 어울리는 번들거리는 기름기이다. 어쩌면 내 피부가 기름기를 밖으로 배출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예전보다 살이 빠진게 아닐까라고 엉뚱한 추측을 해본다.
여기 와서 맥주가 조금 당기곤 했다. 한번, 두번 조금씩 마시다보니 자주 마시게 되었는데 몸에서 그에 대해 반작용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맥주 따위(!)를 마신것만으로도 헤롱거리는 것은 여전하지만 배 속에서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기분 좋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아직 소주니 양주니하는 것은 시도해 보진 않았고 그럴 생각도 현재로선 가지고 있진 않지만, 이런 더운 곳에서 맥주마저 못 마신다면 꽤 아쉬웠을게다. 내몸이 이제껏 발작을 일으키던 알콜성분과 친해지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직 확인할만큼 증거가 있는건 아니지만 식성도 달라지고 있는게 싶다. 방금전에 Black Canyon 카페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음식과 함께 나온 이런저런 야채들을 다 먹었다. 심리적으로도 다 맛을 보고 싶어졌고 또 맛있게 먹었다. 물론 매운 프릭고추는 입에 대지도 않았지만 바질, 팍치 같은 것들도 다 먹고보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식성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음식에 대해 조금이나마 선입견이 줄어들고 덜 까다로워지고 있는게 아닐까도 싶다. 실제로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나… 그를 위해 기대도 되고 노력도 해보고 싶다.
이건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거울을 보니 머리가 더 빠진 것 같기도 하다. 어떨 때는 그대로인 것도 같고, 또 어떨 때는 휑하니 머리숱이 빈 것 같기도 하다. 맥주를 마셔서 헤롱거리는 눈으로 봐서 실제가 아닌 것이 보이는건지, 아니면 맥주에 포함된 성분 때문에 실제로 빠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봐선 알 수가 없고 나중에 아내가 보고 판정을 내려야 할 일이다. 내 몸에 관한건 세상에서 아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정작 가장 아쉬운 내 체질 중의 하나인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성향은 그대로 남아있지만서두, 그래도 위에 나열한 것들 말고도 여러가지가 더 달라졌다. 아내하고만 은밀히 얘기할만한 변화들도 있다. 아무튼 예전과는 다르다. 그리고 계속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세월은 참으로 줄기차게 잘도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