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시작된 허기를 도대체 어째야 하나. 밥먹고 두시간쯤 뒤면 벌써 또 배가 고프다. 무슨 성장기의 청소년도 아니고, 힘든 일 하는 2, 30 대 근로자도 아니고, 특별히 등산이나 달리기 같은 운동을 하지도 않는데 밥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 지금도 배가 고프기 시작해서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10분 밖에 안 됐다. 평상시처럼 저녁을 먹으려면 3시간은 기다려야 하는데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다. 정말 무섭게 허기가 밀려온다. 어젯밤에도 배가 고파서 뭔가 먹고픈 유혹을 뿌리치고 간신히 잠자리에 들었다.
내가 무슨 소모성 질환에 걸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어쩌면 중성지방 과다를 해소시키기 위해서 약을 복용하기 시작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혈액 속의 중성지방 (Trigliceride) 치수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40대 후반기를 맞이하여 건강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면서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작년 9월에 받았던 종합검사에서의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335 mg/dL 이었는데 지난주에서 그 부분만 다시 검사를 했을 때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중증은 아니었지만, 다른 모든 검사 항목에서 ‘정상’ 수치들이 나오는데 이것만 수치가 높아서 맘에 걸리기도 하고, 또 이로 인한 고지혈증이 심해지고 오래 지속되면 지방간, 심혈관 질환, 뇌졸증 같은 뇌혈관 질환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높다고 하여 내 나름대로 오메가-3 를 매일 먹기 시작하면서 또한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우연히 약 복용과 뱃속에 거지가 들어선 것이 같은 시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관계가 있을 가능성도 꽤 높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중성지방이라는 것이 몸속에서 가장 먼저 쓰이는 에너지 원인데, 비만도 아니고 과식, 흡연, 음주도 안 하는 나같은 사람의 중성지방 농도가 높은 것은 결국 유전적인 요인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 몸에서 정상적인 수치로 간주하는 수치는 다른 이들에게 정상이라고 간주되는 150 내지 200 mg/dL 이 아닌 335 mg/dL 일 수도 있다. 이 치수를 약과 오메가-3 복용을 통해 낮춰버리니까 몸은 나름대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추가적인 에너지를 가져오기 위해 더 많은 음식을 요구하기 시작한게 아닐까? 만약 이런 추정이 맞는다면, 내가 아무리 수치를 낮추려고 약과 건강보조식품을 먹는다고 해도 내 몸은 그에 맞서 더 많은 음식을 요구할 것이고, 따라서 결국 335 근처의 수치는 계속 유지될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완전히 나만의 엉터리 이론이지만…)
일단은 한달치 약을 받았으니까 한달 동안 계속 약과 오메가-3를 먹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때 가서 다시 한번 혈액검사를 해 봐야 알 수 있는 일이겠다. 만약에 내 몸의 특성상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해도, 그건 좀 낮아졌으면 좋겠다. 별로 늙지도 않았는데 심장마비나 뇌졸증으로 쓰러지는 것을 염려하고 싶지는 않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으니까. 특히나 나랑 체질적으로 비슷한 어머니가 협심증 경력이 있으므로 유전적인 요인 때문에 더 그 확률은 높다고 생각된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되던간에, 한달 뒤에는 약을 끊고 식이요법과 운동과 오메가-3 만으로 다시 한달 더 관리해 볼 생각이다. 그렇게 해서 안심할 수 있을 정도의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내 목표이다. 지금도 배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