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고등학교의 현악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하게 되어 매주 레슨을 받고 또 학교가 보유한 첼로를 매주말에 집에 가져와서 연습을 한다고 하여 한 대 사줘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캐나다로 출발하기 전에 급히 연습용 첼로와 하드케이스를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열심히 포장해서 가져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급히 서두르지 않고 인터넷을 조금 더 둘러보고 주문했으면 똑같은 물건을 10만원 이상 더 싸게 살 수 있었을텐데 싶었지만, 갑자기 결정된 캐나다 행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내 건강 상태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검색할 생각조차 못 할 정도였으니 더욱 그랬다. 그래도 이정도 물건에 이 가격이 충분하다.
캐나다 집에 도착해서 비닐과 골판지로 둘러싼 포장을 뜯어보니 최소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서 좋았는데, 며칠 전 첫 레슨 시간에 강사 총각이 하는 말이 사운드 포스트 (Sound Post)가 잘못 되어 있으니 그걸 수리해야 한단다. 그게 뭔지, 비용이 얼마나 들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가까운 Mall 에 있는 음악사로 가져갔더니, 자기네들이 수리 의뢰를 받을 수 있지만 시내의 본점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다시 돌려받으려면 2~3일쯤 걸린단다. 아들 녀석이 오늘 저녁에 꼭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다운타운의 본점으로 향했다.
다운타운 본점에 첼로를 들고 들어간 아내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첼로를 다시 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뭐가 잘 안됐구나 짐작을 했다. 역시나 첼로 수리하는 사람이 지금 휴가 중이란다. 그래도 그 사람은 집에서도 수리를 하기도 한다며 음악사의 직원이 전화번호랑 주소를 적어줬다며 명함을 가져왔다. 이름이 Allan Broughton 인데 주소를 보니 바로 우리 집이 있는 동네였다. 웃기는 해프닝이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전화를 걸었더니 오늘 당장 와도 된단다. 수리 비용은 20불. 허헛, 저렴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방문을 3시에 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식사를 끝내고 우리 집에 들렀다가 그 집으로 가는데, 역시나.. 직선거리로 2~3 백 미터 정도 될까. 첼로가 무거워서 차를 이용한 것일뿐, 걸어서 가는게 더 편한 정도로 가까웠다. 이 Allan 이란 사람은 약 60 세 전후의 나이쯤 되는 백인 아저씨였다. 작업실로 쓰는 지하실에 들어가니 첼로뿐 아니라 바이올린 같은 다른 현악기들도 수십개 눈에 띄었고 악기 수리에 쓰임직한 공구들도 아주 많이 보였다. 끝이 집게처럼 생긴, 마치 수술용 내시경처럼 생긴 도구 끝을 첼로 옆의 홈에 집어넣고 사운드 포스트를 집어서 세워 고정한 뒤에 첼로의 현을 손으로 튕기며 약간 그 위치를 조절하는가 싶었는데 바로 “이 정도면 될겁니다”라며 첼로롤 돌려줬다. 나중에 동네 사람에게서 들으니 그의 부인은 피아노 레슨을 하는 사람이란다. 부부가 함께 음악에 관한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괜찮아보인다. 이른바 부부가 동종업계에 종사하고 있겠다고 할 수 있겠구먼..
앞으로 첼로에 대해서는 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간단하게나마 각 부분의 영어 명칭을 공부하기로 했다. 아래 그림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첼로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링크에서 읽어봐야겠고..
http://www.ceciliomusic.com/catalog/ceciliocelloownersmanual-pg-14.html?chapte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