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학생이 또 자살했다. 올 들어 4번째. 하긴 OECD 국가들 가운데 최고의 자살률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이게 뭐 별난 일도 아닐 것이다. 60대 노인들의 자살률은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하단다. 그런데 왜 자살을 하느냐고?
사람들이 자살에 대해서 너무도 무지하다. 정신자세가 약해서 자살을 “선택”한다느니, 자살하는 용기로 더 열심히 살라느니, 난 너보다 더 힘들게 살았는데도 자살을 생각한 적 없다느니…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그렇게 당당한 사람들에게 호르몬 조절약 한 알만 먹여도 그들에게 충분히 자살 충동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용감했던 사람도 전쟁터에서 충격을 받으면 PTSD에 걸리면서 자살로 연결될 수 있다. 자살은, 그냥 머릿속의 정상적인 호르몬 또는 심리적 메카니즘이 무너지면서 생기는 질병 현상일 뿐이다. 예방하고 치료하고, 그러면서 조절해 나가야 하는 것인데.. 그런걸 간과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정신력 운운한다. 정신자세가 썩었느니 약해빠졌느니 뭐니 비난을 한다. 그런 비난은 당사자들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자신이 강한 정신력을 가졌다고 으시대는 그들에게 한마디 하련다. 당신들은 스스로의 꿈도 조절하며 꾸는가? 당신들은 꾸고 싶은 꿈을 꾸고, 그 줄거리도 만들고, 싫은 꿈은 꾸지 않는 재주를 가졌는가? 자살 충동은 흔히 꿈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무의식까지 조절할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잘난 척 하지 말아라. 당신들도 결국은 무의식에 끌려 다니는 꿈을 꾸는 약한 자일 뿐이다. 당신들은 그저 운이 좋아서 약간의 호르몬이 좀 더 있던지, 적게 있던지, 환경이 당신들을 도왔던지 했을 뿐이다.
자살을 비난하는 자들은 대개 그들 자신의 성향이 극악한 자들이죠.
남들을 밟고 일어서거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강박을 가진 자들이거나, 생각이 삐뚤어진 자들이거나, 극우 꼴통들이거나…즉,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상처를 공감하지 못하고-아니, 그럴 생각이 없고-이기적인 작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는 ‘자살하고 싶어하는 삶’을 사는 사람은 없죠. ‘자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자살을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 상황이라는 것도 상당부분 사회 환경일 수밖에 없구요…(자신이 극단으로 몰고 가는 경우도 없진 않겠습니다만) 명문대학생들의 잇따른 자살은 분명 그 학교의 환경에 기인한다고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겠군요. 그럼에도 총장이라는 작자는 학생들 책임이라고 떠넘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