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올 것 같지 않던 캐나다의 봄도 결국은 코앞에 다가와서 동네의 나무들에 새순이 돋고 화단들에는 목련이니 튤립이니 뭐니하는 꽃들도 만발합니다. 매일 오전에는 운동, 저녁식사 후에는 동네 산책을 하고 있는데 저녁 8시쯤 되어도 햇살이 눈 부실 정도의 수준이 되었으니 지난달과는 완전히 다른 날씨입니다. 봄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주까지 이렇게 매일같이 봄 비가 내리더니.. (작은아이 학교에서 데려오다 찰칵)
갑자기 환하게 날이 개어서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서 한참 놀렸습니다.
봄… 봄과 함께 찾아온 것이 강력한 증상… 지난회 11월에 처음 공황을 겪으면서 며칠간 패닉을 맛본 뒤로는 그저 이런 저런 증상이 심하거니 약하거니 오거니 가거니 했는데, 지난주 어느 날에는 그 수준이 너무 심해서 거의 패닉의 절정을 오랫만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아 맞다, 이런 정도였지..” 기억이 나더군요. 힘겨움에 몸을 덜덜 떨면서 참고 있으려니 “여기서 드디어 응급실을 가게 되는 것 아냐?” 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생각만 하고 실제로 가지 않았던 응급실을 말이죠. 결론적으로 그날 캐나다에서도 물론 가진 않았습니다. 가면 또 뭐하겠습니까. 가봤자 거의 나이롱 환자일텐데요.
그저께부터는 비교적 평온한 모드로 접어들었습니다. 여전히 잠을 오래 자지는 못하지만, 먹을 것 먹고 운동 할 것 하고 삽니다. 하루에 한 두번씩, 특히 저녁때에서 자기 전까지의 사이에 특정 증상들이 모습을 드러내곤 하지만 그리 현저한 것들은 아닙니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얼굴에 열기가 화끈 느껴지는 일이 잦아졌다는 정도입니다. 체온이 올라간 것은 아니고 제 느낌만으로 그렇습니다. 흔히 말하는 무슨 여성 갱년기 증상처럼 말이죠. 하긴 남성 갱년기도 있다고는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사는게 뭐 있나요. 그냥 이렇게 살면서 조금씩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기를 기대하며 봄날을 맞이하고 있답니다. 조급함을 버리고, 욕심을 없애고, 모든 것에 긍정하고 오늘을 받아들이며… 계속 노력중입니다. 평생 노력하며 살아야겠죠.
자신의 의지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니 놀랍습니다.
자신에게 닥친 정신적인 문제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마음과 여유가 다른 사람에게도 있을까 싶구요…
그리고 스테이크 바비큐는 침 넘어갑니다…^^
…블로그 아래 페이스북 리커맨드가 있는데, 혹시 페이스북은 하시는지요?
실제 상황이 전개되었을 때의 제 모습은 제가 쓴 글만큼 차분하진 않습니다. 글로 표현할 시점엔 그런 상황에 있지 않고 안정된 시점이기 때문에 그래 보일 뿐이죠. 실제의 모습은 치열 혹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페이스북에도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