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로 봄이다, 아니 초여름으로 넘어가고 있다. 며칠 전에 갑자기 밤 기온이 영상 10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하늘의 실수였음에 틀림없다. 세상이 온통 녹색으로 덮혔고 여기 저기 꽃이 피었는데 어찌 여름의 문턱 앞에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집 근처 공원의 잔디도 무성해졌고 민들레는 무성하게 피었다 지면서 홀씨를 만들어 날리고 있다.
그래서 캐나다는 드디어 바베큐 계절의 시작이다. 우리집도 바베큐를 꽤나 좋아한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바베큐를 꽤나 즐겼다. 그때는 조개탄 비슷하게 생긴 챠콜 (Charcoal) 또는 숯으로 고기를 익혀야 했기에 꽤나 번거롭고 제대로 익히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프로판 개스를 이용하니까 걸핏하면 바베큐 그릴로 고기를 굽는다. 아이들도 그냥 오븐으로 굽거나 후라이팬으로 요리한 고기보다 바베큐를 월등히 더 좋아하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는 한 바베큐는 기본이다. 요즘엔 일주일에 2번 이상은 바베큐 그릴로 요리하고 있다.
우선, 식구들 사이에 가장 인기 좋은 쇠고기 안심(Sirloin) 스테이크. 양파와 감자를 겯들였다.
겉은 좀 그을려도 속은 미디엄-레어 정도로 익힌다.
다음엔 닭고기 바베큐… 바베큐로 익히면 기름도 쫙 빠지고 쫄깃한 맛이 있다.
그리고 돼지고기 바베큐.. 소금, 후추, 허브 가루를 섞어 겉에 살짝 뿌려서 약간 붉은 색이 돌고 있다. 위의 안심 스테이크와는 달리 감자를 알미늄 호일로 싸지 않고 직접 구워봤다.
우리 식구가 항상 하는 얘기… 산다는게 별건가. 가끔씩이라도 이렇게 지내며 살 수 있다면 호의호식이고 천국이 따로없는거지. 경제적으로, 그리고 건강상으로도 문제들이 있지만 오히려 그게 더 삶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전혀 문제가 없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행복의 극치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의 행복의 기준은 무엇이 되려나… 배고픈 적 한번 없이 매일 맛있는 것으로 배부른 사람은 그것이 행복인줄 알 길 없다. 배고픈 때를 기억하며 지금의 음식을 먹어야 그게 행복으로 인식된다. 혹은 궂은 날이 있어야 맑은 날이 좋은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는 조그만 빗줄기에도 감사하고 감격스러울 수 있다. 조그만 행복이 오히려 완벽한 삶을 만들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 완벽함만 찾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