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이지만 모든 집은 수리가 필요하다. 새로 지어서 이사 들어가는 집도 그렇고 수십 년 된 집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정도의 차이, 많고 적음의 차이, 그리고 고칠 곳이 어디인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그냥 비 안 새고 바람 안 들어오면 기존에 되어있는 대로 살지 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이런 것들에 좀 까다롭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뜯고 고치고 새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잘 보이지 않는 곳의 문제도 일부러 찾아내고 설령 문제가 아니더라도 내 맘에 드는 쪽으로 개선 내지는 변경을 하기도 한다. 이게 바로 끝없이 진행되는 Home Improvement 이다.
이사를 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현관 자물쇠를 바꾸는 일이었다. 사실, 거의 문제는 없겠지만 다른 사람이 내 집 현관 열쇠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게다가 전 주인으로부터는 열쇠를 1개만 받았기 때문에 어차피 열쇠가 더 필요한데, 카피 열쇠를 만드는 것이 큰 돈이 드는 일이 아니지만 기분 좋게 확 바꿔버리고 싶었다.
아래 사진은 자물쇠를 교체한 뒤의 모습이다.
위의 사진에서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원래 달려있던 데드볼트 (Deadbolt)인데 핸들세트(Handleset) 전체를 바꾸려면 너무 값이 비싸져서 원래 달려있던 것과 가장 모양과 표면처리가 비슷하게 되어 있는 모델을 골랐다. 어차피 문짝의 구멍 크기는 표준이므로 문제는 안 되고, 문짝으로부터 데드볼트의 구멍 중심까지의 거리인 Backset 만 다를 가능성이 있는데 현관 문의 경우엔 2-1/2, 혹은 2-3/4 인치의 두 가지 중 하나이고 예전과는 달리 요즘 제품들은 볼트 실린더를 돌려서 조절할 수 있는 겸용으로 되어 있어서 실제로는 별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은 1층 화장실 환기 팬을 손 볼 차례. 팬 자체는 화장실 천정에 있고 거기서 공기를 뽑아내서 벽체에 있는 Exhaust Vent Louver 를 통해 밖으로 내보내는 구조인데, 모터는 계속 돌고 있는데도 전혀 환기가 안 되고 있었다. 팬 스위치를 켜고 밖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봐도 전혀 공기가 나오는 느낌이 안 나오는 것을 봐서 중간 경로에서 막힌 것이 분명하다. 밖에서 봐도 루버의 찌그러진 모습이 영 시원찮다. 살짝 열어봤더니 안쪽에 뭔가 있다. 떼 내어 보니 바로 안쪽에 벌집이 달려 있었다.
파리, 모기 죽이는 살충제 스프레이를 가져와서 마구 뿌렸다. 집에 남아있는 벌들은 죽었지만 외출 나간 벌들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니까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작업 중에 벌 한 마리가 귀가하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만 문제는 아니었다. 여전히 바람이 안 나오길래 들여다보니 안쪽 깊은 곳에 새집 같은 게 보였다. 철사로 꼬챙이를 만들어 꺼내보니 과연 새집처럼 보이긴 했지만 새는 없었다. 그런데 입구가 철망으로 막혀있는데도 어떻게 새집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신기한 일이다.
집에서 가까운 Rona 라는 하드웨어 스토어에 가서 벤트 루버를 사와서 설치했다. 파이프의 직경이 여러가지가 있으므로 벽체에 이미 설치되어 있는 파이프의 직경을 잘 측정하거나 예전 루버에 적혀있는 대로 구입해야한다.
이제 환기 팬이 돌 때 바람도 제대로 나오고 보기에도 아주 깨끗해졌다.
중앙집중형 진공청소기 (Centralized Vaccuum) 필터를 점검했다. 과연.. 엄청난 먼지가 쌓여서 거의 꽉 막힐 정도다. 전 주인은 이 상태로 어떻게 청소를 했을까나.. 이런 필터는 물에 깨끗이 빨아서 2~3일 바짝 말려주고 나서 다시 끼워준 뒤 사용하면 된다. 물에 빨았더니 먹물처럼 새까만 먼지가 흘러나왔다.
위에 보인 것들을 포함해서 많은 것들을 손봤고 또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이 남아있지만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해 나갈 일이다. ..
저도 요즘 집안 정리를 하면서 이것저것 바꾸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집은 늘 가꿔가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정답인듯 합니다. 먼저, 화장실 수납 선반을 전부 교체했는데요, 외국은 어떤지 몰라도 한국은 화장실에 따로 수납공간이 없어서 수납선반을 설치해야 합니다. 이전에 설치했던 것들은 ‘코너선반’이라고 해서 피자조각같은 작은 선반을 서너단 세워놓았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볼품도 없고, 너무 좁아서 도저히 봐줄 수 없더군요. 그래서 기둥이 두 개 있는 선반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백열등을 형광등과 LED 전구로 바꿨는데, 전기 절약도 많이 되지만, 일단 더 밝은 것이 마음에 듭니다. 형광등기구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하더군요. 이제 창고에 있는 짐들을 싹 버리는 일만 남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