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을 아시나요? 그리 옛날 옛적 일만은 아닙니다.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방방곡곡에서 5일장이란 것이 보편적으로 서곤했었으니까요. 요즘도 5일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저희 가족이 서울을 떠나 경기도 양평군 산 속에 집을 짓고 살던 시절이 몇년 전이었는데 그때에도 양평 읍내에서는 여전히 5일장이 서고 있었지요. 꼭 필요한게 있어서 5일장터에 가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재미있는 물건들, 맛있는 음식을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고 재미삼아 나가곤 했습니다. 그밖에도 양평이 인구 몇 만명의 작은 동네라서 5일장을 보러 나가면 아는 얼굴들을 우연히 만나는 기회도 되곤 했었구요. 하긴 대도시에서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일주일에 하루 장터가 열리는 곳들이 적지 않긴합니다 시골스러운 맛은 없지요.
이곳 캐나다 런던에 살면서 보게되는 5일장 비슷한 것이 바로 주말 장터더군요. 시내 여기 저기에서 볼 수 있는 Farmers Market 은 인근 지역의 농산물을 농업인들이 직접 들고 나와서 파는 장터입니다.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오픈되지요. 그런데 얼마 전에 가봤던 지브랄타 주말 장터 (Gibraltar Market)은 단순히 농산물만 거래하는 곳이 아니라 벼룩시장 (Flea Market)의 기능을 포함해서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다양하고 특이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허름한 입구만 보면서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이번에 한번 들어가 봤더니 예상보다 더 재미있는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입구가 좀 허름해 보여서 첫 이미지는 별로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왠 초록빛.. 암튼 주소는 1712 Dundas Street, London 입니다. 다운타운에서 Dundas St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Highbury 와의 교차로를 지나면 왼쪽에 보입니다. 입구 앞쪽에는 주차공간이 별로 없지만 건물을 뒷쪽에 넓직한 주차공간이 있으니까 차 세우는 데에는 별 문제 없습니다. 앞에 Air Conditioned Market 이라고 써 있듯이, 겨울이나 여름에도 제약이 없는 실내공간입니다. 매주 토, 일요일 아침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오픈합니다.
아래 사진은 폴란드 햄, 터키 킬바사 등과 같은 동부 유럽식 음식을 파는 곳입니다. 저로서는 처음 듣고 보는 음식이었죠.
이건 각종 육류 요리들을 재어놓고 파는 곳이더군요. 쇠고기 또는 돼지고기 테리야키, 하니 갈릭 돼지고기 같은 것은 뭔지 알겠는데 Souvlaki Beef 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모양을 보아하니 꼬치구이인 것 같은데 케밥 종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체는 몰라도 맛있어 보이긴 합니다.
라틴 음식을 판매하는 곳.. 저는 수상한(?) 음식에 대해서 좀 민감하고 까다로운 편이라서 선뜻 손이 가지 못하지만, 뭐든지 못 먹는게 없고 맛없는게 없는 아내는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보고 싶어합니다. 위 사진, 아래 사진들의 음식들에 대해서도 모두 그렇더군요.
이곳에서도 주문을 받아 고기를 재어주는 (Marinate) 곳입니다. 미리 재어놓고 파는 게 아니라 즉석에서 바로 생고기를 재어줍니다. 까다로운 제가 봐도 군침이 흐릅니다.
아하, 제가 비교적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베트남 음식입니다. 제가 베트남 쌀국수를 좋아하거든요. 런던 시내에 베트남 식당이 여기저기 많이 있지만 이곳은 역시나 가격이 저렴합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팟타이는 태국 음식이지만, 다른 베트남 식당에서도 거의 항상 그러하듯이 이곳에서도 팟타이가 메뉴에 올라가 있네요. 이날은 이미 식사를 막 마친 직후라서 먹지 못했지만 다음 기회에 오게되면 여기서 쌀국수 한번 먹어봐야겠습니다.
먹자골목을 지나면 각종 생활집기나 취미용품 등등을 파는 좌대들이 나옵니다.
음악 CD, 게임 CD, 책들을 파는 곳도 있구요…
아내가 아래 사진의 물건을 보고 신기해합니다. 다른 일반 침구 상점에서는 보기 힘든 1800수 침대 시트 같은 상품이 있어서였죠. 아시다시피 캐나다에서는 보통 모직류들이 워낙 성기고 까칠까칠하잖습니까..
아내가 침대시트를 살까말까 망서리다 일단 다음 기회에 사기로 했습니다. 긴축재정을 실천하고 충동구매를 지양하는 차원에서입니다. 아내의 등 뒤로 사진 액자를 파는 부스가 보입니다.
그냥 물건만 파는 게 아닙니다. 문신 새겨주는 분도 성업중입니다. 캐나다 20~30대의 40% 정도가 몸에 문신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 결과가 있죠..
악기도 팔고…
Farmers Market 구실도 할 겸해서 농산물을 파는 곳도 있습니다만, 가격은 그리 싸진 않습니다.
그밖에 잡다한 악세사리, 생활용품, 슬리퍼 등등….
사진으로 다 찍진 못했지만, 이 지브랄타 마켓에 실제로 가보면 훨씬 다양한 물건들이 있습니다. 제가 항상 주장하는 점, 이 좁은 런던 땅에서 심심하지 않게 살아가려면 여기 저기 다 뒤져서 재미있을만한 것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죠. 이번에도 한가지 발견한 구경꺼리였습니다.
참, 이 주말장터의 바로 옆에는 Forest City Surplus 라는 재미난 상점이 있습니다. 이곳도 참 재미있는 곳입니다. 제가 거의 매주 가서 뭔가를 구입하곤 하는 곳이구요. 글이 너무 길어질까봐 그곳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적을랍니다. 참고로 아래 사진이 바로 그 입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