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생겨나서 가뜩이나 시간이 부족하던 차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렌트용 다세대 주택의 지하실에 있는 온수탱크 (Water Heater) 배관에서 물이 새기 시작한 것이죠. 여러날 전에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별로 심하지 않고 그냥 조금씩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수준이어서 나중에 손을 봐야지하고 놔뒀었는데 그저께 다시 확인해 보니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는 수준이 되었고 온수탱크 근처의 바닥도 물에 젖어있었습니다. 이걸 그냥 놔뒀다가 더 심해지면서 완전히 터져버리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바쁜 와중에 수리를 시작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갈라진 파이프에서 새어나는 물을 깔때기를 통해 비닐관으로 하수구로 빠져나가게 임시방편을 한 모습입니다.
한국에서는 2~30년전에 지은 집들도 상수도관에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엑셀파이프를 쓰지만 아직도 구미에서는 구리관 (Copper Pipe)가 일반적입니다. 불꽃 토치 (Torch)를 사용하여 용접하면 구리관을 자르고 붙이고 가공하기가 편리하고 쉬워서이죠. 더군다나 이렇게 오래된 집에서는 당연히 구리관이 거미줄처럼 뻗쳐있습니다. 구리 파이프 용접을 위해 필요한 기본 도구들을 한데 모아봤습니다.
두 지점에서 물이 새고 있는데 이걸 각각 수리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Main Valve로 집안 전체의 물을 다 끊어야하는 시간도 길어질 것 같아서 그 두 곳이 포함하는 길다란 부분의 배관 형태를 똑같이 만들었습니다. 기존 파이프와 연결되는 부분은 3 군데입니다.
이렇게 만든 새로운 파이프를 기존의 물새는 곳에 대어서 비교해 봅니다. 원래 파이프에서 물이 새어나오는게 사진에 잘 보입니다. 이제 기존 파이프 라인에서 3 군데를 잘라서 떼어내고 거기에 새로 만든 파이프 라인은 붙이고 용접합니다. 이 부분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죠. 아래 사진은 그 작업 결과입니다. 깔끔하고 윤기나는 새 구리 파이프가 몸매를 뽑냅니다.
이제 다 됐다 싶어서 온수를 틀었더니 왠걸, 충분히 뜨겁지가 않습니다. 한참동안 그 이유를 찾다가 발견한 사실은 바로 온수 탱크 내부의 파일롯 (Pilot) 불꽃이 꺼져있는게 아닙니까. 전기식 온수 가열탱크에는 전혀 그런게 없지만 개스 가열식 온수 탱크에서는 파일롯 불꽃이 필수인데, 이는 필요할 때 즉시 개스에 불을 붙여서 가열할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평상시에도 항상 파일롯 불꽃이 조그맣게 켜진채 유지되고 있습니다.. 쉽게 볼 수 있는 예가 개스식 벽난로의 파일롯인데, 온수 탱크의 맨 아랫쪽에 있는 가열기 (Burner) 에도 이 파일롯이 붙어있어서 항상 조그만 불꽃이 유지되지요. 작업을 하면서 이것저것 건드리다가 잘못해서 파일롯 불꽃이 꺼졌던 것입니다.
재정화를 위해선 온수탱크 아랫쪽의 제어기 밑에 있는 덥개를 열어야 합니다.
허리를 굽혀 내부를 들여다 보니 과연 파일롯 불꽃이 보이질 않는군요.
제어기의 다이얼을 Pilot 위치에 놓고 파일롯 버튼을 누른채로 라이터를 이용해서 불을 붙입니다.
파일롯에 조그만 불꽃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다시 제어기의 다이얼을 정상 동작 위치, 즉 ON 상태로 놓자마자 바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커지면서 가열을 시작합니다. 작업시간 동안 물 온도가 내려갔고 테스트하면서 또 온수를 많이 사용해버려서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파란 불꽃이 보여야합니다. 빨갛거나 노란 불꽃이 보이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바쁜 와중에 장장 이틀에 걸쳐 계획에도 없던 파이프 작업을 하고 보니 워낙 피곤해 지는군요. 임시숙소에 들어오는 분들이 갑자기 겹치기로 생겨서 정작 기존에 하고 있던 일들이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입니다. 그래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모든 일에서 마찬가지로 항상 마무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파일롯 불꽃 신기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