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옷도 남루하고 장난감도 없이 흙장난에 푹 빠져있는 이 아이들은 누구일까? 혹시 한국전쟁 당시의 고아들 사진일까? 놀이터도 아니고 철조망이 쳐 있는 밭 옆에서 소꿉장난을 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측은해 보이지 않는가?
서있는 아이가 나다. 가장 가까운 여자아이는 작은누나, 가장 멀리에 큰누나, 그리고 까까머리 아이는 막내인 남동생. 이 사진에 전생고아들 모습이라고 설명을 붙여도 그럴듯해 보이고, 또한 꽤나 불쌍한 느낌을 줄 수 있을테지만 내가 일단 우리 남매들의 어린 시절 모습이라고, 부모가 모두 계신 1960년대 중반의 어느 정상적인 가정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라고 말하면 그런 느낌은 받지 못할게다. 빈곤하다는 말은 항상 상대적으로만 쓰인다. 상대적 빈곤감,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의 대상은 존재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이 아이들의 머리 속에는 그런 비교를 할만한 존재가 아직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습을 지금의 기준에 맞춰서 보는… 사명감이 깊다고 자부하는… 알만큼 안다고 자신하는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착각을 하지 않을까.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애들을 허술하게 입히고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장난감도 없이 놀리는가! 틀림없이 부모가 사진을 찍었을텐데 그런 무책임하고 비정한 부모는 벌을 받아야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설마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도 실제로는 “그땐 지금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 오래된 시절이었으니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 난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이건 1960년대야, 거의 50 년 전의 옛날 얘기야. 그때는 지금과 너무나 달랐다고… 그때 사람들의 생활수준과 소망하는 것과 가치 기준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과는 달랐다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고.. 그때를 살아보지도 않은 네가 뭘 다 아는척 감 내놔라 배내놔라 하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