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항상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나도 동의를 하지만 그 동안은 전혀 자금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집안일만 열심히 할 뿐이었는데 아내는 혼자서 Business Broker 랑 접촉을 계속하고 인터넷에서도 계속 비즈니스 매물을 탐색하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말에 한국의 집이 갑자기 팔렸다. 한국, 특히 서울의 주택 경기가 완전 바닥이라서 매매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는데 말이다. 아내는 이제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탐색에 뛰어들었고 나도 거기에 동참하는 척이라도 해야됐다.
우리가 생각하는 비즈니스… 그것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물론 우리의 자금 수준으로 매입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우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붙잡혀 있어선 안 되는 것이다. 아내는 계속 직장을 다니면서 다른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미 1차 시험을 패스하고 2차 시험이 얼마 안 남았은 상태이다. 그게 완료되면 기존의 캐나다 경력 자격증, 기존의 미국 자격증 등으로 무장하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문직으로 가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정규직 퇴근 후에는 우리가 하게될 비즈니스를 뒷켠에서 계속 살펴보겠다고 한다. 나는 앞켠에서 기본적인 관리와 장비의 유지보수 등을 하되, 직접 매장에서나 카운터에 앉아있는 일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내 들락날락하는 컨디션으로는 Full-Time 일은 하지도 못할 것이고 아이 학교와 각종 레슨 받는 곳에 라이드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바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골프 칠 여유를 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있고..
기존에 시작한 주택 Renal Business 의 확대도 여전히 후보에 들어가 있지만 작은 자금으로는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모기지를 껴도 3세대나 4세대짜리 주택 2채 정도 밖에 못 산다. 아내는 20 세대, 30세대짜리 큰 덩어리나 Commercial Property 만 본다. 그것들의 가격은.. 싼것은 70만불짜리도 있고 백만불, 2백만불짜리도 있다. 이런 비즈니스는 은행 융자가 그리 쉽진 않다. 아주 어렵다. 동업하려는 사람도 없다.
Coin Laundry, 혹은 Laundromat 이라고 부르는 비즈니스도 살펴보고 분석도 해봤다. 조금 작은 도시에서는 Coin-Operated Washer & Dryer 와 세제 자동판매기 등만 놓고 운영하는 무인 빨래방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운영이 안 되는지 업소 내부에 세탁소 Depot, Mini Bar 같은 것을 놓은 업소들이 제법 영업을 잘 하고 있어보였다. 부동산 중개인이 내놓은 매물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선 주인이 직접 수선을 하면서 제법 괜찮은 수익을 올린다고는 하지만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종일 거기에 붙어있어야 하고 빨래의 달인, 옷수선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 한국인 운영 업체이며 현금 장사인 특징상 세금 신고 매출액은 주인이 주장하는 매출액의 절반 밖에 안 된다. 이건 아니다.
피자가게도 살펴봤다. 한국인이 내놓은 작은 규모의 한 피자점에서는 직접 피자를 구우면서 늦게까지 운영을 해야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주인은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는 자리에 전혀 앉을 틈 없이 일한다고 한다. 실제 매출과 주장하는 매출액도 당연히 크게 달랐다. 이것도 아니다. 이것 말고, 런던 경계를 벗어나서 인구 일, 이만 정도인 소도시의 피자 레스토랑이 비즈니스 브로커 매물에 올라왔다. 피자와 파스타 등의 배달도 하지만 안 쪽에 20 여명 이상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고 TV 도 벽에 높이 달려 있으며 있는지 맥주와 와인도 팔고 있어서 마치 Bar 형태의 운영이 가능하다. 현주인은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Sarnia 에 직장이 생겨서 이걸 팔게 되었다고 한다. 브로커와 협의도 하고 직접 방문해서 손님인척 피자도 먹어봤다. 피자 맛이 꽤 괜찮아서 최소한 망하지는 않을 것 같긴 하고 연 매출이 30만불을 훌쩍 넘어가는데 현재 순익이 그것의 1/1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실내 리노베이션을 하고 제대로 관리를 하고 인원도 감축하면 순익을 꽤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관심을 보이려는데… 그 동네를 돌아보다보니 문을 연지 며칠 안 된 피자집이 보인다. 원래는 그 동네에 이 피자가게밖에 없었는데 가까운 곳에 경쟁업체가 생겨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가치 평가 내용은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 이것은 drop 이다.
아내가 미리부터 탐색을 해왔지만 실제로 비즈니스 인수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게 두달도 채 안 된 지금, 이제까지 본 것들 중에 가장 강력한 후보가 나타났다. 지금 단계에서 명확히 무슨 업종이라고 밝히면 안 될 것 같고, 일단은 한 매장 안에 많으면 20개가 넘는 장비를 갖추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종이라고만 표현하겠다. 비즈니스 브로커에게서 Financial Report 를 받아서 1차 분석을 끝내고 기존 Owner 와 만나서 1차 미팅도 가졌다. 런던 시내와 외곽에 총 * 개의 매장을 갖고 있고 총 매출은 1백만불 정도, 매장마다 매니저와 영업 직원 한명이 상주하고 성수기때에는 주말동안 서너명씩의 학생 part timer 들을 고용한다. 고객을 대하는 모든 영업은 매니저가 책임지고 맡으므로 Biz Owner 는 안 보이는 곳에서 직원 관리, 회계, 유지 보수, 장비 및 제품 구매, 마케팅 등을 하게 된다. 회계 관련 업무는 아내가 퇴근 후 및 주말에 하고, 나머지는 내가 다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매출액에 비해서 기초 운영비가 큰게 맘에 안 들긴 한다. 인건비가 총 매출액의 40% 수준이 되고 매장 렌트비용이 30%를 넘어간다. 이런 규모 매장 1개만 직접 운영한다고 하면 정말 mom and pop store 밖에 안 되어서 만족할만한 규모의 비즈니스는 안 될 것 같고, 몇 개를 모아서 이렇게 운영해야 비로소 제대로 모양이 된다.
순익은 2년전까지는 매출의 30%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매출도 감소하고 순익도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마디로 조금씩 맛이 가고 있는 비즈니스라고 볼 수 있는데 이건 그 업계가 전체적으로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반토막나거나 하진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 오너는 10 여년 전에 이 비즈니스를 세워서 그동안 충분히 단맛을 봐왔고 미래가 불확실한 분야가 되었다고 생각이 들고 이제 은퇴할 나이도 되었을 뿐 아니라 이혼의 가능성까지 농후해져서 아직 가치가 있을 때 팔아버려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사업체가 좀 망가졌다는 것은 추후에 완전히 망가질 수 있는 가능성때문에 불안감을 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문제로로 인해 buyer가 비교적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기존 오너와는 다른 시각으로 이 비즈니스를 볼 수 있다면, 새로운 상품도 도입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해볼만한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구멍가게 한 개 운영하는 정도밖에는 못 된다.
협상을 통해 충분히 디스카운트를 한다고 해도 이 비즈니스의 sale price 는 우리가 가진 자금의 2배 정도이다. 게다가 operating capital (working capital), 즉 기본 운영자금도 필요하다. 은행에서 좋아하지 않는 비즈니스 분야이기때문기도 하고 우리가 캐나다에서의 비즈니스 경력도 없고해서 은행에서 융자를 받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설사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은행 융자가 최종 승인되고 시행될 때까지는 넉넉잡고 3개월 정도를 잡아야 할텐데 그러면 지금의 Peak Season 이 곧 끝나고 Slow Season 이 시작된다. 운영을 시작하자마자 off-season 으로 들어가는 것은 여유자금이 부족한 우리게는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일이다. 이런 경우에 필요한 것이 바로 Seller Financing (Vendor’s Note) 이다.
이쪽에 대해서 잘 몰라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니 Seller Financing 은 비즈니스의 기존 Owner 가 신규 Buyer 에게 비즈니스 매수 자금의 일부를 융자해주는 것으로 보통 매매가의 1/3 내지 2/3 정도 액수가 되는데 그보다 더 많은 융자를 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seller financing 비율이 너무 높으면 담보라거나 경영권 유보 같은 조건이 달릴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 비즈니스의 기존 Owner 가 자신이 매각하는 업체의 실적에 대해 확실한 자신감을 가지면서 그 보증을 하는 차원이라서 다른 담보물이 아닌 비즈니스 그 자체만 가지고 담보를 삼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그래서 만약 Seller 와 Buyer 의 미팅에서 Seller 가 Buyer 를 평가할 때 그 비즈니스를 제대로 운영해갈 능력이 없어보이면 Seller Financing 을 거부하기도 하는 것이다. 아무튼 기존에 Financing 을 30% 해 준다고 하는데 그걸 50%로 늘려야 우리가 감당할 수 있으므로 그렇게 Biz Broker 와 얘기를 해 놨다.
원래는 부족한 자금 때문에 고민하다가 적당한 비즈니스를 찾고있는 다른 한국분과의 합작을 생각하고 얘기를 꺼내봤지만 여러 명의 캐네디언 직원들과 여러 개의 매장을 관리해야 하고 앞날이 보장되지도 않으며 한국인들에겐 워낙 생소한 계통의 비즈니스라는 이유로 정중한 거절을 받았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유다. 우리처럼 거의 배수진을 치는 것에 가까운 각오를 하고 처음부터 최대한 몸집을 크게 가져가고 싶어하는 분들이 흔하진 않으니까 말이다. 주변을 보면 40~50대 연령의 한국 이민자들의 대다수는 최소한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지고 수십만불의 현금 동원 능력을 가지면서도 재산을 한국과 캐나다에 나눠서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 분들이 만약 비즈니스를 한다면 그이유는 큰 돈을 벌거나 큰 비즈니스를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냥 놀면 뭐하나 싶어서, 한국에 있는 돈이나 캐나다에 가져온 돈을 까먹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하기 위해서… 같은 식이 많아 보인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우리는 독자 행보를 갈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총 재산의 대부분을 투자해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때문에 더욱 신중한 사업 분석을 해야 하는 것이고 이른바 Due Diligence 과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다음 주 중에는 지난해 (2012년)의 회계 장부가 Pro Forma 버전으로 나오게 되는데 그걸 확인한 뒤에 일단 구매 Offer 를 보냄으로써 Deal 을 시작할 것이다. Seller와 가격 협상이 되면 Due Diligence 프로세스를 시작하는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들을 나열해 보자면…
1. 2012 년 회계 리포트의 월별 분석.
2. 2012년 회계 리포트의 각 매장별 분석.
3. 각 매장별 Lease Agreement 내용 확인. 계약은 assumable 인지 re-negotiation 가능한지?
4. 영업장에서 사용하는 POS 소프트웨어 업체, 버전, 서포트 내용.
5. 고객 데이터 베이스에 들어있는 1만명의 고객에서 Active Customer 분류 가능한가?
6. 매니저나 직원이 고객 데이터베이스 목록을 출력할 수 있는지 확인. (유출 방지)
7. 각 영업장 별로 월별, 일별로 고객이 몇회의 서비스를 받았는지, 유료 및 무료 구분해서 분석.
8. 유료 멤버쉽 가입한 숫자는? 멤버쉽으로 사용 가능한 서비스 횟수와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그 남은 서비스 가치에 대해 기존 Owner가 보상해 줄 방법은?
9. 장비의 종류, 연식, 수리 및 유지보수 일지 확보.
10. 경쟁업체의 위치, 장비, 서비스, 가격 분석 자료 확보.
11. 기존 Owner 가 장비 및 Retail 제품을 구매할 때 받는 우대고객 자격도 그대로 유지되는가?
12. 기타 직원들 관련 사항들… 동종 사업 참여 금지.. etc…
만약 1차 Deal 이 타결된다면 그 이후에 이밖에도 다른 많은 사항들에 대해 Due Diligence 를 수행하고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할텐데 그러다가 성수기가 지날까봐 신경이 쓰이긴 하다. 그런 사항도 조건에 함께 넣긴 할테지만… Due Diligence를 거치고 최종적으로 문서에 서명을 할 때까진 아직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Walk Away 할 수도 있고 Seller가 그렇게 할 수도 있고… 아무튼 그때까진 긴장을 풀지 말고 다른 비즈니스 기회에도 여전히 눈길을 주면서 진행을 해 나가야 한다. 아직은 모른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고 그냥 또 세월이 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런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참 많다. 그래도 맨날 공부만 해서도 안 되고 진짜 돈 되는 것 좀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