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2002년 월드컵 축구 대회가 시작되기 조금 전에 양평 산기슭에 집 한채 짓고 들어가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후로 몇달 지나지 않아 출퇴근하며 다니던 서울의 직장도 그만 두고 그 속에 완전히 파묻혀 살았습니다. 4년여동안 거기서 둘째 아이를 낳고 개 여러마리를 키우기도 하고 텃밭도 일구고 망치질이니 톱질이니 뚝딱거리며 집을 완성하면서 시간을 보냈지요. 2006년 가을에 태국으로 이주하기 위해 떠날 때까지 하늘 아래 우리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였습니다. 그곳에서 이런저런 추억이 참 많습니다. 역시 사람 사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라서 항상 좋은 기억만 있는게 아니지만, 우리 가족의 역사에서, 나의 일생에서 소중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그 뒤로 양평을 떠난 뒤로 10년이 넘어 지금 이곳 캐나다에서 몇번째인가 겨울을 맞이하고 있네요. 어제 런던의 펄펄 내리는 눈발을 보니 다시 그시절 양평에서의 겨울이 기억났습니다. 10월에 이사 들어가서 맞이한 양평의 첫 겨울이영하 23도까지 내려가는 기록적인 한파를 보여서 한동안 바짝 긴장했었죠. 채 완성되지 않은 집이었지만 그래도 그 기온에서도 삽살개를 앞세우고 뒷산 꼭대기까지 눈을 헤치고 올라가서 세상을 내려다 보며 자유를 만끽하곤 했습니다. 집에 들어오면 내가 패놓은 장작이 거실 벽난로 안에서 툭툭거리며 불길을 내고 있었구요. 겨울을 지나 여름이 오고 또 그게 계속되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오랫만에 사진을 열어보니 아름답던 기억이 다시 어른거립니다. 살기가 그렇게 녹녹치 않은 지금 이땅에서 보는 예전의 사진과 기억은 실제보다는 더 화려하겠지요. 남들이 부러우니 뭐니 하며 얘기하는 지금 우리의 캐나다 생활은, 한국에서 양평 살던 시절이나 그 뒤로 캐나다에 오기 전에 2 년을 보냈던 태국에서 살던 시절보다 그다지 낫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지금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는 소중한 시간들입니다. 조금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나중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살아봐야지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할 수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
그때 그시절, 양평 집의 거실 창에서 바라본 여름과 겨울 모습…
오랫만에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플랫폼을 오랫동안 써왔던 텍스트큐브에서 워드프레스로 이전 설치했습니다. 뭔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픈데 그 마음을 실현하려는데에 좀 도움이 되려나 싶습니다. 웹호스팅을 받는 곳에 파일을 업로드와 설치 작업을 하고 코드를 이것 저것 건드려서 재가동을 시작했습니다. 가끔은 남들처럼 그냥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 같은걸 써서 쉽게 블로그 운영을 하는게 어떠냐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을 남의 눈치 안 보고 내맘대로 쓰겠다는 자유스러움에 반하는 것이라 노땡큐라고 바로 고개를 젓습니다. 이곳 저곳을 헤치고 다니며 살아오다가 이곳 캐나다에서 꼼짝 못 한 채로 발이 묶여있는 것도 맘에 안 드는데 그런 자유까지 억압받으면 안 되겠지요. 2017년은 어찌됐든 이 캐나다 땅에서 내 인생의 분기점이 되는 한 해가 될겁니다. 그렇게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