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런던 지역 신문을 검색하던 중에 이런 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런던 동남쪽 끝자락인 Southdale 과 Wonderland 가 만나는 근처의 5.2 헥타르 면적 토지에 1천2백만불 예산으로 기도 공간, 체육관, 데이케어, 어린이 놀이시설, 사무실, 회의실 등이 들어가는 이슬라믹 센터의 건축이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http://www.lfpress.com/2017/05/15/12m-noor-gardens-complex-includes-gym-wellness-centre-daycare-and-conference-facilities
생각해 보면 길을 가다가 보게 되는 무슬림 인구가 상당히 많아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런던에 처음 왔던 2009년 2월에 가졌던 “여긴 거의 백인들이 주로 사는 곳인가보다”라는 느낌은 10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크게 바뀌어 버린 것이죠. 하긴 2011년 통계로도 런던 전체 시민의 5% 정도가 무슬림이라고 하니 현재의 2017년에는 그보다 훨씬 늘었을겁니다. 이민자들도 많고 또 시리아 난민들도 많이 정착했으니 말이지요. 2016 년 통계를 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Arabic takes over Spanish as London’s second-most-common language
위의 링크를 보면 런던 지역의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는 영어, 그 다음이 아랍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배운 언어 역시 영어 다음은 아랍어가 되었구요. 그 전까지는 스페인어였는데 여러 해 전에 남비 콜롬비아에서 대규모로 난민신청을 했던 사태의 결과일겁니다. 그 당시 대단했었지요. 콜롬비아와 무비자 입국이 되자마자 하루에도 몇백명씩 비행기 타고 와서 난민신청을 했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 지금은 그 자리를 시리아, 그리고 아랍어가 차지한 상태입니다.
Top 5 spoken at home
427,510: English
6,170: Arabic
5,305: Spanish
2,295: Portuguese
1,730: French
Top 5 mother tongues
387,285: English
10,685: Arabic
8,960: Spanish
5,975: Portuguese
5,775: French
이렇게 무슬림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런 건축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기존에도 무슬림 모스크가 체리힐 몰 근처에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겠지요. 무슬림 전용은 아니고 대형 그로서리나 심지어는 코스트코에도 가보면 할랄 육류 제품도 팔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적지 않은 분들이 “이슬람 포비아” 혹은 천시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히잡을 두른 이슬람 여성들을 통칭해서 “보자기 두른 것들”이라고 표현하는 말도 적지 않게 듣고요. 좋건 나쁘건 이른바 모자이크 컬쳐라고 하는 캐나다에 이주해서 살면서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우리 한인들이 캐나다에 와서 다른 인종들과 문화 속에 섞여 살듯, 그들도 다른 종교와 문화 속에서 살고 우리도 그냥 어울려 산다고 보면 되지 않을가요.
한편 우리 한인들의 절대 다수가 가진 종교는 역시나 기독교입니다. 그런데 교회라는 장소의 의미가 옛날과 달라졌다고 생각이 듭니다. 동질감을 가진 사람들의 회합장소, 설교를 듣는 곳, 정보를 교환하는 곳.. 등등. 하지만 현대에 와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기 시작했고 IT 문명이 최고조로 발달하고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나날이 강해지는 요즘에는 그런 원래의 목적에 많이 배치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캐나다로 들어오는 신규 이민자들의 출신지역이 바뀌고 있는 것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군요. 60년대나 70년대에 캐나다로 이주한 사람들은 주로 유럽 출신이어서 교회 신도의 숫자를 유지해 주고 있었는데 요즘엔 중국, 인디아, 중동 지역 출신이 신규 이민자들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서 새로운 신도들의 유입이 크게 줄었다는 얘기도 어지간히 맞는듯 합니다. 아무튼 그때문일까요… 문을 닫거나 부동산 매물로 나오는 교회가 많이 보입니다. 최근에는 런던에서도 멀지않은 Brantford 지역의 유서깊은 교회가 1불에 매물로 나왔더군요. 물론 실제로 1불에 팔겠다는 것은 아니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오퍼를 넣게 함으로써 이 교회 건물을 최대한 의미 있는 쪽으로 재활용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라고 합니다. 실제 예상가는 50만불 내지 70만불이라는군요.
Ontario church built in 1871, listed for $1
그런데 최근 통계에서 보면 영주권을 받은 이민자들의 출신국 중에서 가장 많은 곳이 필리핀이었습니다. 2015년에는 5만명이 넘고, 2014 년만 해도 4만명이 넘었어요. 제가 생각하기론 필리핀 사람들의 대다수가 카톨릭 크리스챤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카톨릭 교회 (성당)는 오히려 더 부흥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신앙심을 가진 것과 교회에 출석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기존에 성립되어 있는 교회보다는 자신들 커뮤니티 내의 시설쪽으로 모이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이런 상황이 기존 교회 건물들의 쇠락을 막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런 교회 건물들은 오래된 동네, 백인들이 주로 사는 곳에 있는 편인데 반해 새로운 이민자들이 주로 모여 사는 곳은 그런 곳과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 하는 느낌입니다. 한편, 그런 지역의 카톨릭 학교들은 필리피노 학생들로 채워지기 시작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군요. 그런 카톨릭 학교에 아이들 보냈던 한인 분들의 반응을 들어보면 어떤 분은 같은 아시아계라서인지 더 친해지기 쉽고 정서적으로도 맞았다는 얘기도 있고, 또 다른 분은 필리피노 아이들끼리만 그룹이 만들어져서 그분 아이가 거의 왕따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신규 이민자의 종교가 또 다른 사회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구글 검색을 해 보니 캐네디언들의 신앙에 대한 통계를 알기 쉽게 표현해 놓은 그림이 있더군요. 다른 내용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캐네디언들의 70%는 어린 시절 기독교인으로 교육받고 자랐지만 현재는 48% 만이 여전히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간주한다는 것에 눈길이 갑니다. 한편 흥미로운 점이, 2011 년에 자신을 무신론자 내지는 신의 존재를 긍정도 부정도 안한다는 비율이 24% 였는데 지금에 와선 그게 19%로 줄었다는 것이더군요. 이게 혹시 신규 이민자들의 대부분이 종교를 가지고 있어서 생긴 변화인지, 아니면 기존에 생각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건지는 이것만으로 확실치 않네요.
우리 가족에게 있어 종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글쎄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별 의미가 있을리는 없겠지요. 아내가 리얼터 일을 시작할 때 자주 들었던 말이 이것이었습니다. “한인 교회에 나가지 않으면서 어떻게 리얼터 일을 할 수 있겠느냐”라는 것이었지요. 한인을 대상으로 해는 대부분의 한인 비즈니스들은 개신교나 카톨릭 교회에 적을 두지 않으면 고객 유치에 상당히 불리할 것이라는 의미였지요. 하긴 아내는 결혼 전까지는 비록 나일롱 신자였지만 성당 출입을 하고 있었으니 다시 나가기 시작하는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곳 런던에 있는 성당에 유일하게 계시던 리얼터 분이 은퇴하고 타지로 가셔서 지금은 성당 다니는 리얼터가 전혀 없으니 더욱 더 비즈니스 적으로 유리하긴 할겁니다. 하지만 종교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해서 믿음을 가지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라 그런 장삿속 목적으로 원치 않는 신앙생활을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물론 교회나 성당에서도 그런 목적을 가지고 출석하는 것을 전혀 바라지 않으실 것입니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리얼터 활동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요. 이제까지 무교, 교회, 카톨릭, 무슬림 등 다양한 신앙을 가진 다양한 분들도 고객이 되셨고 큰 비율을 아니지만 중국계를 비롯한 다른 아시아 이민자들과 남미, 아프리칸, 백인들도 고객이 되었습니다. 종교활동이 한인 비즈니스에 있어 필수라는 조언은 예전과는 달리 요즘엔 그저 적지 않게 도움이 된다라는 정도가 아닐까 싶더군요. 물론 어려울 때를 대비한 비빌 구석의 확보라는 점은 장점은 여전히 인정하지만 말입니다… 사실,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면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많은 분들을 보면 부러운 면도 있습니다. 사업적으로도 그렇고 게다가 정신적인 면까지 받쳐주는 굳건한 기둥을 갖는 측면도 있어보이니 말이죠…
저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철저한 무신론자도 아니고 세상의 주된 종교 형식들이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무척 다르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뿐입니다. 저는 런던의 한인 분들을 아주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만, 캐나다 런던에 8년쯤 살면서 만나본 한인들 가운데 60% 정도는 교회 (성당 포함)를 다니시는 분들 같았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특별히 종교가 없으시거나, 다소 불교적인 스타일이거나, 또는 한때는 교회나 성당을 다니다 현재는 안 나가고 계시는 분들이구요. 일부러 물어보진 않았지만 대화를 조금만 나눠도 바로 종교에 대해 파악이 되지요. 일요일에 약속을 안 잡는다거나, 주변의 누구를 지칭할 때 김집사님이니 뭐니, 혹은 김베드로니 뭐니, 자매님이니 뭐니.. 흥미로운 점은 다른 한인들과의 교류가 무척 활발한 분들은 교회 활동도 활발한 경우가 많고, 캐네디언 사회에 묻혀서 살면서 한인들간의 교류가 적은 분들 가운데에는 무교의 비율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불교를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종교별 인구 분포를 봐도 꽤 숫자가 많구요. 그런데 여기선 “난 불교를 믿는다”라고 하는 분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마도 불교는 신을 찬양하거나 숭배하는 모습이 많은 종교라기보다는 자기 수양이 기본인 것이고 또는 전통 풍습과 깊이 밀착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절에 다니는 분들은 교회처럼 정기적으로 절에 나가는 건 아니었죠. 그냥 뭔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가는 분위기였고요. 여기도 마찬가지인 듯 하고 사찰이 없으니까 더더욱 그게 밖으로 안 비쳐보이는 것 같습니다.
캐나다에서 종교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생각해 봤습니다. 캐네디언들은 종교에 대해 어떤 시선을 주는가… 더 나아가서 신규 이민자들은, 그리고 요즈음 한인들의 종교관은 또 어떤 모습일까. 한편, 캐네디언들의 종교 생활은 어떨까요. 캐네디언이라고만 하면 한국계 캐네디언을 비롯해서 원주민, 유럽계나 아프리카 등등이 다포함될 수 있으니 신규 이민자가 아닌 대체적인 백인 캐네디언의 경우로 봐야겠군요. 제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매니저들만 30~40 대고,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20 대 백인입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직원과 거쳐간 직원들을 포함하면 거의 50 명쯤 되는데 거의 대부분이 20 대 초반의 학생들이지요. 1 명만 아시안이었어요. 네 종교가 뭐냐라고 물어보면 안 되고 그런 적도 없습니다만 이런 저런 대화를 했던 내용을 추측해 보면 거의 다 무교, 혹은 자신이 크리스찬이라고 생각해도 교회에는 나가지 않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도 미국이나 캐나다 모두 국가 건립의 기반은 다 기독교적이긴 하고 또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그 종교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겠지요. 제 아내가 소속된 리얼터 회사의 리얼터들이 어떤가 물어봤더니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다 기독교를 부정하는가? 그건 또 아닌 것 같았습니다. 여전히 신의 존재를 믿고 자신이 크리스찬으로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가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이죠.
우리 한인들의 종교에 대한 통계는 찾아보진 않았지만 여전히 기독교 비율은 절대적으로 높은게 사실입니다. 한국에서는 무교였던 분이 여기에 오셔서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는 경우도 많이 봤고, 반대로 교회를 오랫동안 다니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발을 끊었다는 분들도 계시구요. 오래전에 이민 오신 분들의 경험담과 작금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참 많이 달라진 듯 합니다. 제가 느끼는 것은,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더 이상 교회가 이민 정보 교류의 중심지가 되진 않았고, 한인들이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사교 활동의 장은 아닌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 듯 합니다. 아무튼 뭐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는 사람 나름이고 꼭 종교가 연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무슬림 센터의 건립 뉴스를 보고서 캐나다에서의 종교 생활에 대한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우리 한인들 경우에 한인회관 건립을 위해 많은 노력이 있은지 꽤 오래 되었는데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태라서 참 부러운 면이 있네요. 역시 종교가 함께 결부되지 않으면 추진력이 약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