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저녁을 먹고는 CTV 뉴스를 틀어놓고 있었습니다. 소리는 줄여놓고 화면에 나오는 뉴스의 타이틀만 가끔씩 보곤 했는데 갑자기 깜짝 놀랄만한 제목이 보였습니다.
“Coulple pleads guilty to enslaving children from South Korea”
아니, 캐나다에서 한국 아동 학대 사건이 또 벌어진건가…? 리모콘으로 소리를 키워서 들어보니 캐나다에서의 사건은 아니었고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일이더군요.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니 사실 사건이 TV 뉴스와 신문을 장식한 것은 작년 초의 일이었고 이번에 다시 뉴스를 타게된 것은 그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범죄를 인정하고 검찰이 형량을 구형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그 뉴스를 접했던 기억은 나지만 그 뒤로는 다른 추가 소식이 없어서 잊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CTV 홈페이지에 나온 기사는 너무 간략해서 미국의 한인 신문을 찾아봤더니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오더군요. (http://www.koreatimes.com/article/1066972)
10대 조기유학 한인 남매에게 노동착취 및 아동학대, 폭행 등을 가해온 혐의를 받아온 한인 부부(본보 2016년 1월12일자 보도)가 유죄를 인정했다. 뉴욕 퀸즈 검찰은 퀸즈 플러싱에 거주하는 박수경(50)씨와 남편 이정택(54)씨가 지난 19일 열린 재판에서 노동착취 관련 두 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박씨는 6개월 징역형과 5년 집행유예, 이씨는 5개월 집행유예에 각각 직면하게 됐다. 이들 부부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9월13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지난 2010년 1월 한국 부산에 거주하는 친지의 자녀인 당시 10세와 8세 된 피해 남매를 조기유학 목적으로 미국으로 데려왔다. 이들 부부는 이후 남매의 여권을 압수하고 6년 간 밤늦게까지 하루 10시간씩 집안 허드렛일과 심부름 등을 시키며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 남매를 자신들이 운영하는 식품점에서 일하게 하고 그 수입마저 빼앗은 혐의도 받았다.
당시 기소장에 따르면 남매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오후 4시부터 새벽 2시까지 집안 식구들을 위한 청소, 빨래 등을 했으며 허락없이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또 박씨는 남매가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집안의 가재도구 등으로 이들을 폭행하거나 손바닥으로 가격하고, 다리를 밟거나 발로 차는 등의 폭력을 휘두른 혐의도 받았다.
이 같은 사연은 본보의 보도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진 후 한국 SBS방송 시사프로그램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영까지 되면서 한국사회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현재 이들 남매는 한국으로 돌아가 친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리처드 브라운 퀸즈 검사장은 “아이들에게 안전한 가정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 부부가 아이들에게 노동을 강요하고 노예처럼 부렸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이같은 범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가 왜 이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했냐 하면 이곳 런던에서 몇년 전에 발생했었던 사건이 떠 올라서 입니다. 런던에서 여러해 살아오신 분들은 어쩌면 저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셨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도 무척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지요. 런던에 새로 오셨거나 더 자세히 그 사건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구글에서 ‘캐나다 런던 소년 감금 사건’으로 검색해 보시면 많은 글들이 나옵니다. 간단한 골자를 발췌해 보면…
30일 런던 경찰과 토론토 현지 언론에 따르면 10살 A군은 ‘아무도 없는 집에 어린아이가 혼자 있는 것 같다’는 익명의 제보자의 신고로 경찰과 아동보호단체(Children’s Aid Society)에 인계됐다.
A군은 발견 당시 긴 머리에 창백한 모습이었으며, 옷은 소변으로 얼룩져 있었다. A군은 저체중과 영양실조 상태여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A군이 지난 2010년부터 캐나다에 있었으며, 최근 18개월에서 2년으로 추정되는 기간 동안 학교에 가지 못하고 방에 갇혀 지냈던 것으로 추정했다. 또 A군은 하루에 2번씩 제공된 패스트 푸드를 먹으며 끼니를 해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가 주목한 것은 이 두 사건 사이에 유사점이 여럿 있다는 것입니다.
첫째, 아이(들)의 친부모는 한국에 있다.
둘째, 친부모는 아이(들)과 안 만난지 몇년 됐다.
셋째, 아이들을 학대 또는 감금한 어른들은 교회의 열성 신자들이었다.
넷째, 다른 한인들은 몰랐거나 외면했고, 캐네디언들이 발견해서 신고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기타 등등..
이런 점은, 제가 아직 한국에 살고 있을 때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봤던 ‘염전에서 노예 생활하던 정신 지체자’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 염전 인근의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그 ‘현대판 노예’에 대한 사실을 알면서도 그저 외면 또는 무시로 일관했다는 것이죠. 이 뉴스에서 나온 그 부부와 가까운 미국 뉴욕 한인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나서서 아이들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고 하더군요. 혹 그럴 수도 있지만, 이번에 ‘범죄 사실을 자백했다’라는 뉴스를 보면 고발된 내용이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곳 런던에서의 소년 감금 사건에서는 또 어땠던가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분들이 그럴 리가 없다’며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답니다. 그걸 보면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사는 사람들은 아니었나 봅니다.
뉴욕 사건의 당사자 아이들은 현재 한국에 돌아가서 부모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해피 엔딩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로서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방치해 놓고 신경을 안 쓰는 사이에 남들이 그 현실을 발견해서 지금의 결론이 된 것인데 그 실제 사연은 알 길이 없지만, 분명 정상적인 부모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런던의 소년 감금 사건에 관련해서는 아이가 캐나다에 있는지 한국에 있는지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다들 잊어버렸고 관심이 없어진게죠. 그러면서 미국에서건 캐나다에서건 또 다른 어디에서간 또 비슷한 사건은 벌어질 겁니다. 동네 사람들은 마치 몰랐다는 듯 분노를 표하고 그리곤 다시 조용해 지고 팔은 여전히 안으로 굽을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