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장을 보러 마트에 들어서는데 새로운 아이템이 냉동칸에 잔뜩 쌓여있는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냉동 칠면조 (Frozen Turkey)였어요. 그때 머리속에 퍼뜩 떠오른 것이 “아, 벌써 추수감사절이 다가왔구나!”라는 것이었구요. 정말 세월은 속절없이 빨리 흘러가고 있고 매일 매일 이것저것 쌓인 일들을 처리하느라고 그 시간가는 걸 느끼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9년여전에 캐나다에 처음 발을 내딧고 약간의 적응기를 지나 안정이 되면서는 제법 캐나다 스타일 생활 흉내를 내보면서 2~3년 정도는 저희도 위 사진같은 냉동 터키를 사서 거의 반나절동안 오븐에 구워서 땡스기빙 디너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다른 가족 초대해서 그 시간을 함께 한 적 도 있고 또 다른 가정에 놀러가서 터키 구워먹기도 했구요. 아래 사진이 2012년 9월에 찍은 것이니까 꼭 5년전입니다. 배경에 보이는 곳이 캐나다 와서 렌트만 살다가 처음 구입했던 집이네요. 지금 사진을 봐도 터키가 참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진 것 같지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칠면조 고기는 너무 크고 육질이 뻑뻑해서 비호감입니다만 그냥 캐나다 이민 생활에서의 명절 기분을 즐기는 모습 중의 하나였습니다.
이제 세월은 흘러흘러 더 이상 위 사진에 보이는 집에 살지도 않고 또 Thanksgiving 이라는 날에 칠면조를 구워서 만찬을 즐기는 일도 더 이상 있지 않습니다. 사실 그 당시처럼 한국에서 집 팔고 뭐하고 몽땅 정리해서 가져온 돈이 가정 경제의 주된 수입원이 된 시절이 가장 여유있던 때였던 것 같아요. 바쁘게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은행 잔고는 약간은 여유가 있고 시간적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을 때였지요. 뒷마당 데크에선 수시로 바베큐를 해 먹고, 저는 혼자 이곳 저곳 골프코스를 다니면서 골프도 즐기고…
위 사진의 칠면조가 그런 생활의 거의 끝물이었습니다. 이제는 많은 책임과 의무가 어깨를 짓누르고, 가정에서는 미래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고 아이들도 현실을 준비해야 하는 그런 나이가 된 것이지요. 집도 더욱 실용적인 곳으로 이사를 했고 아내는 밤낮없이 일하고 저도 비즈니스와 집안일을 병행하며 살고 큰 아이는 대학생활과 알바를 뛰고 작은아이는 또 학교생활과 여러가지 레슨을 받으며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투쟁 모드로 들어갔다고나 할까요.
어제 본 냉동 칠면조와 지금 생각나서 찾아본 5년전의 칠면조 구이가 한꺼번에 머리 속에 떠오르면서 앞으로 어떻게 우리 가족의 삶이 진행되어갈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과연 5년 후에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게 될까요? 그때쯤이면 다시 안정되고 여유있는 삶을 다시 갖게 되어 위에서와 같은 넓직한 집에서 터키를 굽는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