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가 런던에서 리얼터 일을 시작한 것이 2015년이었고 리얼터 회사 (Brokerage)에 들어가서 일을 시작한 것은 2016년, 그리고 2017년부터 조금씩 뭔가 결과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속도를 내더니 바로 그해 통산 결과를 집계한 결과 회사 내에서 개인부문 거래 실적 1위를 달성했었지요. 그 2017년 결과가 발표된 작년 초에도 상패는 받아왔었습니다만, 부상으로 받은게 별다른게 없었어요. 그래서 기분은 그저 맹숭맹숭했을 뿐인데 작년 2018년 1년 동안의 거래 실적에서도 개인 부문 1위를 했다고 얼마전에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런던 부동산 시장이 너무도 뜨거웠던 재작년에 비해 작년엔 시장 상황이 다소 미지근했기 때문에 거래 건수도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엔 1등이 아니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해내더군요.
그런데 올해는 부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하마로 가는 풀패키지 여행 상품을 받았더군요. 항공편과 호텔 등등이 다 제공되는 것이라네요. 일단 잘됐네 싶긴 한데, 그게 마누라 혼자서 가는 것입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게 웬 떡이냐 싶었지만, 이내 기대감이 업그레이드되어서 왜 부부 단위로 주지 않는단 말이냐 싶었던거지요. 하지만… 설령 부부가 함께 무료 여행을 갈 수 있게 상품을 줬다고 해도 이 몸은 갈 상황이 안되는 것을… 그게 현실입니다. 1년 중에 겨울과 봄 4~5 개월 돈을 벌고 나머지 기간에는 매장들이 파리 날리면서 겨울에 번 돈을 다 쓰게 되는 이 비즈니스에서 하루 이틀 비우기도 힘든데 자그마치 8일간 떠나있는다는 것은 정녕 불가한 일이지요. 매일 매일 해결해야되는 일들이 생깁니다. 인터넷으로 원격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매장에 가서 해야할 일들, 그리고 집의 오피스에서 서류더미 뒤지면서 해결해야 하는 일들… 마누라는 혼자 떠납니다, 바하마로. (정확히는 다른 부문 상을 수상한 몇몇 회사 동료들과 함께)
캐나다에서도 리얼터는 대부분 자영업자입니다. Realty Firm 에 소속되어 있어도 그게 고용된 것은 아니지요. 한국에서 보험중개사들이 보통 자영업자로서 일하면서 개인사업자 번호를 받아 활동하는 것 처럼 말이죠. 여기선 CRA 에 Business 등록을 하고 번호를 받아서 세금을 납부합니다. 그와 함께 자신이 속해있는 리얼터회사에도 수수료를 매년 납부해야 하고 또 온타리오 리얼터 단체인 OREA 와 캐나다 광역 리얼터 단체인 CREA 에도 회비를 내야하고 만약의 사고를 대비한 리얼터 보험에도 돈을 내야 하며 기타 다양한 제반비용을 내면 매년 소요되는 비용이 그리 만만치 않은 액수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리얼터 자격을 따고 난뒤에도 한동안 기존의 직업을 유지하고 그러다가 실적이 없으면 그냥 리얼터로서의 비전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는겁니다. 이때멘 처음에 아내가 리얼터가 되겠다고 할 때 좀 염려는 되었습니다. 자격증을 따는 데 드는 비용만 해도 6천불쯤 되고 그 뒤에 이 사람이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 나갈수 있을지 아주 좋은 쪽으로만 전망된게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결과는 이렇게 나왔지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중개인으로서의 자질도 있지만, 또 달리 중요한 것은 시기적으로 운때가 맞은 것도 있습니다. 리얼터로서의 첫해에는 많은 거래가 있진 않았지만 트레이닝을 받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었고, 그 다음해인 2017년에는 캐나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광풍이 불면서 아주 많은 거래의 기회가 창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운7기3까지는 아니래도 리얼터 역시 운5기5는 되어야 하는 것 같더군요. 이렇게 기반을 닦아놓으니 그 뒤로는 비교적 안정된 비즈니스를 해내갈 수 있게 된것이구요. 고객들 대다수가 한인들인데, 무교라서 교회에도 다니지 않는 사람으로서의 실적이 이 정도면 대략 만족스럽지 않을까 싶습니다.
며칠 전에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지난 2년간의 수입을 1주일에 40시간 일하는 시급 근로자 경우처럼 계산해 보면 시간당 60불 내외에 해당한다구요. 이렇게 시급을 받는 피고용자들은 세금을 그만큼 또 많이 내겠지만, 리얼터 경우에는 개인 사업자라서 많은 부분에서 업무 비용으로 떨 수 있어서 최종 Net Income 은 더 많아진다고.. 이게 바로 내가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미국 CPA Certificate 이 있지만 그걸 일정 과정을 거쳐서 캐나다 CA (CPA) 로 바꾼다고 해도 그만큼 벌 수 있게 되지 않았을테니까.. 그리고 매일 책상 앞에서 앉아서 일하는 것은 싫기도 하고.. 맞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결과도 좋으면 계속 해야죠. 그래서 지금도 계속 자기 계발을 하면서 업그레이드를 하는 중인가 봅니다.
그나저마 혼자 지내게 될 8일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