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이사 들어와서 살고 있는 이 집은 캐나다에 와서 세번째로 구입한 주택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타운하우스 콘도 이지요. 10년전 런던에 도착하자 마자 들어간 곳은 6층짜리 오래된 아파트. 그 당시 여름은 요즘보다 훨씬 길고 더웠는데 집에 에어콘이 없어서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참다못해 창문형 에어컨을 사다 침실 창문 밑에 설치했지만 어마어마한 소음 때문에 차라리 더운게 낫다 싶어서 그냥 안 켜고 살아냈지요. 그 뒤에 이사간 곳은 타운하우스 렌트. 이곳도 에어컨이 없었고 겨울엔 단층유리 창문 안쪽에 얼음이 얼었는데 그게 집안 온도 때문에 녹아내리곤 했습니다. 그렇게 몇년을 살고 나서야 주택을 구입해서 이사갔습니다. 물론 에어컨이 확실히 돌아가는 곳으로…
주택으로 이사간 뒤에 생긴 변화가 많지만 그 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잔디깍기였습니다. 한달에 한 두번씩 Lawnmower Man 이 되어했지요. 마당도 좁진 않았지만 요즘 최근 지은 집이 아니라서 땅이 넓은 편이었고 동네 안의 사거리에 위치해서 집 앞과 집 옆을 모두 깍아야 하기에 풀 깍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더운 여름에 땀뻘뻘 흘리며 거의 한시간 작업을 해야했지요. Lawn Mower 기계가 Self Propelled 방식으로 바퀴를 스스로 구동해 주기에 그나마 덜 힘들었는데 그게 아닌 일반 Mower 였다면 더더욱 힘들었을겁니다. 수동식 잔디깍기로는 절대 불가능할 것이구요. 엣지를 넣어주기 위해 Trimmer 까지 구입했습니다. 그건 한번쓰고 차고에 쳐박아 놨습니다만.. 근데 넓은 마당을 수동 잔디깍기로 온몸으로 밀면서 깍는 분도 보긴 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중국분 같았다는… 캐나다 온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그러다 얼마 후에는 틀림없이 엔진 달린 론 모어를 구입했을 것이라고 나름 생각을 합니다.
별로 바쁘지 않던 시절엔 직접 잔디를 깍는게 그리 부담스럽진 않았지만, 사업이 바뻐지다 보니 그것도 몸이 힘들어져서 그 다음부터는 사람을 사서 잔디를 깍게 시켰습니다. Henry 라는 이름의 혼자 사는, 아니 고양이 대여섯마리랑 산다는 중년남이었는데 한달에 두번 와서 잔디 깍고 트리밍도 해줬습니다. 한번에 30불씩 줬고요. 그러다가 런던 북쪽 동네에 집을 사서 들어갔고 그 뒤에 또 이사를 갔는데 이때부터 다시 타운 하우스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다시 이사를 왔구요. 역시 타운하우스입니다.
타운하우스 콘도. 집 앞 뒤로 잔디 깍을 일 전혀 없습니다. 관리비 (Condo Fee) 에 조경비용이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겨울이면 집앞 단지내 도로의 눈도 다 치워줍니다. 차고 앞에 차가 주차되어 있지 않으면 드라이브웨이 위에 쌓인 눈도 적당히 밀어주고 갑니다. 아쉽게도 우리집은 차가 3 대라서 안 치우고 그냥 갈 때가 많지만요.
잔디 깍는 일. 처음 해보거나 직접 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면 그저 낭만스럽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직접 하기시작하면 노동의 압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잔디를 깍다가 부상을 당하기도 하고요. 뒷마당이 꽤 넓은 집은 할 수 없이 타고다니며 깍는 Riding Lawn Mower 를 쓰게도 되구요. 마당이 그리 넓지 않아도 잔디 깍는 일 자체는 힘이 듭니다. 그 다음에 다가오는 일이 장비의 유지보수 입니다. 요즘엔 전기모터 방식도 많아졌지만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잔디깍기 기계는 휘발유를 태워서 힘을 얻는 내연기관이 달려있습니다. 기름통을 따로 마련해서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 넣으면서 그것도 함께 채우던지 그것만 위해서 주유소를 방문해야죠. 그런데 휘발유만 넣느냐? 그게 아닙니다. 자동차처럼 엔진오일을 넣어줘야하고 때가 되면 오일교환도 하고 또 에어필터도 갈야줘야합니다. 엔진에는 점화플러그까지 달려 있어서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그것이 고장날 수도 있구요. 그리고… 한참 쓰다보면, 잔디를 깍는 블레이드 칼날이 무뎌져서 잔디가 잘 깍이지 않아 숫돌 같은걸 사용해서 갈아줘야할 때가 옵니다.
여기까지 오면 어지간히 핸디맨이며 기계 만지는걸 좋아하는 스타일인 저도 지칩니다. 그래서 전기 론모어로 선수 교체를 합니다. 그래서 구입한 전기 론모어는 파워가 휘발유 엔진보다 좀 약한 편이지만 소음도 작고 이전에 신경쓰게 만들어던 휘발유, 엔진오일, 에어필터, 점화플러그라는 것들에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런데 이제.. 25 미터 길이의 코드를 매번 감고 풀어야 하는게 귀찮아집니다. 잔디를 깍으면서 전선줄을 잘 관리해 가면서 마당을 돌아야 합니다. 잘못하면 칼날에 전선이 끊어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뒷마당을 깍고나서 집 옆을 깍으려면 파워코드를 빼서 다른 콘센트에 연결을 해줍니다. 집앞을 깍으려면 또 그걸 되풀이합니다. 풀 깍는답시고 작업복과 작업화를 따로 입기도 뭐해서 외출복을 입고 깍으면 바지와 신발에 푸른물이 들어버립니다. 여전히 풀깍는 칼날은 여러번 쓰고 나면 무뎌자기 시작해서 점점 풀깍은 자리가 듬성듬성 거칠게 됩니다. 이것 말고도 할일이 많은 이걸 신경쓰기 시작하면 만사가 다 귀찮아지고 잔디가 웃자라는데도 방치하기 시작해서 격주 행사였던 풀깍기가 이제 격월 행사로 바뀝니다. 그러다가 빨리 가을이 오고 겨울이 되면서 더 이상 풀도 안 자라고 엉망이 된 마당도 빨리 눈이 와서 덮어주기를 기다리게 됩니다. 아예 뒷마당도 다 보도블록으로 다 덮어버려? 인조잔디를 깍아버려?
이런저런 경험 끝에 지금 살고있는 곳을 선택해서 이사를 왔습니다. 풀 깍을 일 없이 여름일 지내고 눈 치울 일 크게 없이 (조금은 치워야하지만..) 겨울을 지나고 이제 봄이 오고 여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앞문 뒷문 밖으로 나갈 일이 없습니다. 풀밭은 그저 강아지 산책시킬 때에나 접하는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원래 식물 키우는 취미는 전혀 없었으니 집 안에 화분 하나 없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참 좋다 싶었는데.. 한동안 이렇게 살다보니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뒷마당 데크 위에서 바베큐를 해 먹는 것도 이젠 없고 강아지를 풀어놓고 뛰어놀게 해주지도 못하고, 새가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새끼가 자라면서 떠나가는 모습도 더 이상 없고, 펜스를 따라 여러가지 꽃들과 덩굴이 올라오는 모습도 없고, 가끔씩이래도 바람쐬면서 가든 의자에 앉아 유유자적 하는 일마저 없어졌습니다. 이제 집을 선택함에 있어서 과연 뭐가 더 좋은건지 아리송해집니다. 내년엔, 혹은 몇년후엔 또 어떤 집에서 살고 있게 될까요..
아래 사진은 2012년 처음 샀던 집의 뒷마당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