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임대 세입자

By | 2019-06-28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매장의 기간을 만료되면서 다시 재계약을 포기하고 이사가기로 결정을 한 뒤에 아래 사진에 보이는 새로운 매장과 임대계약을 했습니다. 텅 비어있는 이 공간에 바닥을 깔고 벽을 만들고 오피스도 넣고 화장실도 새로 2개 만들고 장비들도 모두 이동시켜야 합니다. 이런것의 공사를 어느 업체에 일임해 맡기면 참 좋겠는데, 그게 안됩니다. 한업체에서 진행을 하면 비용이 거의 2배 가까이로 늘어나더군요. 그렇게 맡긴다다고 해서 더 빨리 진행되는 것도 아니구요. 제가 직접 총대를 매고 설계업체, 플러머, 카펜터, 일렉트리션, 인허가 관련 등을 다 컨택해서 진행하기로 합니다. 캐나다 와서 별 일을 다 하본다 싶습니다. 이런 큰 건물의 주인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제 비즈니스가 제 소유건물에 들어가 있으면 돈 적지 않게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건물주 좋은일만 시킨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지요. 상업용 세입자가 봉이구나 싶은 느낌이 자주 들곤 합니다.

“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의 건물주는 악덕 건물주인가봐요. 왜 건물 재산세를 세입자에게 내라고 하지요?”
어떤 분이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나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그거 당연한건데요? 상업용 건물에서 흔히 말하는 TMI 는 대부분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부과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Tax, Maintenance, Insurance 세가지 말이지요.”
“어.. 그런데 우리 건물주는 건물 보험은 자기가 내고 있던데요? 그럼 악덕 건물주가 아니라 그 반대인 셈이네요?”
“작은 건물 하나에 소매점 하나 들어가 있는 규모라면 거의 개인들이 소유해서 임대를 놓는건데 그런 경우엔 TMI를 대형 임대업체들처럼 세입자에게 모두 부과하지 않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RioCan 이나 SmartCentre 등과 같은 초대형 임대투자업체들은 아주 확실하게 모두 다 받고 있어요. 중소업자들도 주인이 직접 관리하지 않고 업체를 통하게 되면 그런 식으로 가게될 수도 있지요. 그리고 위치가 좋아서 인기높은 상업용 건물들은 더더욱 그렇구요.”

캐나다에서 상업용 건물을 임대해서 사업을 해보지 않는 분들에게 이런 내용들에 대해서 매우 생소한 편지이지요. 위에서 불만을 토로한 분은 이민온지 몇십년된 분이지만 비즈니스라고는 작은 지역에서 편의점 같은 종류만 운영해왔기 때문에 이런 내용에 대해 역시 모르고 계셨던 것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상업용 Commercial 임대를 할 때에도 주택렌트와 비슷하게 세입자 보호법의 적용을 받겠지 생각하곤 하지만, 세입자 보호법은 단지 주거용, 즉 Residential 임대에만 적용됩니다. Commercial 임대에는 그런건 별로 없습니다. 상당히 많은 상업용 임대 분쟁 상황에서 결국은 계약서대로 따라야한다고 결론이 나게 되고 그래서 상업용 임대 계약서는 무슨 책 하나 만들만큼 두껍고 조항도 많지요. 보통은 건물주가 작성해 보내면 세입자는 네~ 하며 싸인하는 걸로 끝납니다.

위에서 얘기한 TMI를 보지요. Tax 는 건물의 재산세입니다. 건물이 크거나 번화가에 있을수록 금액도 엄청납니다. Maintenance 는 유지관리 비용입니다. 건물과 주차공간의 청소, 겨울에 제설작업하는 업체비용, 기타 다양한 관련 시설의 수리비용까지 다 들어갑니다. 천정에서 물이 샌다고 주인에게 연락해서 고치게 시켜도 그게 나중에 추가 비용으로 월세에 매달 나뉘어서 추가되곤 하지요. Insurance 는 건물 보험이구요. 그런데 이 보험으로 다 커버되는건 아닙니다. 건물주는 세입자에게 추가로 자체 비즈니스 보험 가입을 의무조항으로 놓습니다. 제 경우엔 매장 3곳 모두 최대 피해보상액수를 5백만불로 책정되는 비즈니스 보험 가입을 의무적으로 들게 되어있습니다. 건물주가 다 다른데도 동일한 보상액수입니다.

그분에게 이런 얘기도 해줍니다.
“제가 운영하는 매장 세 곳에서 가장 월세가 비싼 매장은 대형 몰에 있는데 그 업체에선 매년 초에 지난해의 매출 실적을 보고하게 되어 있어요.”
“What the… 왜 그런데요?”
“매출이 높아서 장사가 예전보다 훨씬 잘된다 싶으면 월세를 올려받을 수도 있다는 조항이 있거든요.”
“허억…”

제 경우는 아니지만 건물주가 아무때나 들어와서 매출을 살펴보거나 심지어는 금전등록기를 열어볼 권리가 있다는 구절이 들어있는 상업용 임대 계약서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건물주가 건물 안에 관리를 위한 오피스를 만들 경우에는 그 비용을 세입자들이 나눠서 부담한다는 내용도 흔한 경우이고 이건 제 경우도 포함되는걸로 기업이 됩니다. 저의 매장 중 한곳의 계약서에는 5년 계약 기간 중에 건물주가 건물을 재개발하기로 하면 임대 기간이 얼마나 남았던간에 6개월 기한내에 방 빼야한다는 조항도 있지요.

이런 독소조항을 빼고 계약하는 것도 쉽진 않습니다. 그런 요구가 불범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필요한 곳이라면 눈물을 머금고 계약서에 싸인해야지요. 주인이 너 말고도 계약하자는 사람들 많어~라고 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워낙에 목이 안 좋아서 건물주가 약자가 되는 상황에서라면 가능하기도 합니다. 그럴때면 이런저런 점들을 양보받을 수도 있습니다. 첫 두세달 무료 렌트라던가 내부 주요 시설, 즉 에어콘, 바닥공사 등을 주인이 해준다던가하는 것들 말이죠. 하지만 인기좋은 지역에서는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만약 사업이 망해서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폐업하게 된다면 어떻게될까요? 월세를 못내면 건물주는 그 즉시 출입구 열쇠를 바꾸고 진입을 차단할 권리가 있습니다. 내무 시설과 상품들은 일정기간을 주고 그 기간동안 다 빼가라고 통보한 뒤에 남는 물건들은 모두 건물주 소유가 될 수 있습니다. 못쓰거나 버릴 물건들이 있다면 청소업체에게 치우라고 한 뒤에 그 청소비용까지 다 청구합니다. 그런 뒤에 건물주는 남은 기간동안 받을 렌트비용을 다 합한 값을 세입자에게 청구합니다. 세입자는 최대한 다른 세입자를 스스로 구해서 입주시켜야 배상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 그나마도 새로운 세입자가 건물주 맘에 안들면 그도 저도 안됩니다. 세입자 사업이 망해서 돈 없다며 배째라고 하면 어쩔까요?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대다수 건물주들은 해당 비즈니스 업주에게 사업체에 대한 연대보증서에 싸인을 하게 하도록 애초에 계약서 싸인할 때 그 안에 포함시켜놓습니다. 제 경우엔 배우자까지 다 연대보증을 하게끔 되어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사업을 해봤기에 연대보증의 무서움은 다 알고 있었지만 여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대기업 몇곳 다닌 뒤에 집에서 한동안 놀다가 벤처 창업을 통해 사업을 해봤었지만 스몰비즈니스라는게 한국이나 캐나다나 다 쉽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상업용 건물의 임대를 하면서 힘든 점이 많았지만 여기서는 훨씬 힘이 들더군요. 규제사항이 너무 많고 엄격해서요. 노동법 관련도 그렇고 임대관련도 그렇고 온갖 인허가에 있어서 목소리 높이기 힘듭니다. 노동법 관련해서는 직원들 눈치 봐야하고, 임대 관련해서는 건물주 눈치 봐야하고, 인허가에 있어서도 시청 공무원들이 수퍼 갑의 위치에 있으니 말이죠. 아, 수퍼갑 위체에 CRA 도 있네요.

비즈니스라는 것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험남한 과정이 있음을 캐나다 현지 사업 6년차를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매일 매일 새롭게 느끼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최대한 배우면서 일을 추진해야 합니다. 요즘에 이민을 오는 분들은 주로 학교를 다니고 취업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별 해당사항은 없을겁니다. 하지만 일단 사업을 해보겠다, 비즈니스 인수나 투자를 하겠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비즈니스 코치 역할을 할 수 있는 분들과 친분을 잘 쌓으시길 권장드립니다. 어려운 상황서도 성공한 한인 비즈니스 오너들이 여럿 계시는걸 보면서 자극도 받고 배우기도 하시구요. 그리고 성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