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캐나다 런던에 와서 얼마 뒤부터 집사람은 조그만 회계 회사에 다니고 나는 다세대 주택 (4-plex) 사서 관리하면서 리모델링도 직접 하면서 업무상 필요해서 픽업트럭을 하나 샀었지요. 그러다 보니 픽업트럭을 활용해서 작은 이삿짐 운반, 딜리버리, 출장 핸디맨 일도 하면서 살다가 지금 하고 있는 Indoor Tanning 업체를 인수해서 지금까지 낑낑거리며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가끔 만나는 한인분들이 저에게 직업이 뭐냐고 묻곤하면 스몰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대답을 하고 그러면 상대방 반응은 편의점 말이죠? 어디에 있는 건데요? 그게 아니라고 하면 식당? 세탁소? 등이냐고 되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런것 외에 다른 업체를 운영한다는 것을 상당히 드문 것으로 알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다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그냥 런던에 막 온 분들에게 바로 보이는 것이 그럴 뿐이지요.
처음에는 5 개였던 매장 가운데 좀 멀리 Woodstock 에 있던 매장은 처음 예정대로 바로 닫아버렸고, 두번째로 남쪽에 있는 매장은 쓸데없이 너무 넓기도 하고, 주변이 황폐화해가면서 더 이상 예전의 지역적인 잇점이 없어지기도 했고, 게다가 리스 기간이 끝나기에 가까운 미래를 기약하면서 작년 여름에 문닫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런던 북쪽에 있는 매장을 남쪽으로 옮기게 되었지요. 기존 고객들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작년에 닫은 매장의 고객까지 다 흡수하는게 목표였고, 또한 너무 넓은 자리와 월세를 내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한 이유가 있습니다. 일년 총 매출의 3분의 2 정도를 렌트로 내 버리면 너무 심한게지요. 비즈니스는 항상 위험부담이 있는거라서 아직 확신은 못하는 중이고 올 겨울의 성수기를 지나봐야 과연 잘한 선택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겁니다.
돈많고 사람많은 중대형 업체라면 모를까, 스몰비즈니스 혹은 우리같은 구멍가게들에게는 비즈니스 장소를 옮긴다는게 참 어렵습니다. 지금 운영중인 사업의 종류가 좀 특이해서 더욱 그러합니다. 무슨 공장도 아닌데 한 대당 4백킬로그램에 달하는 10여 대의 Tanning 장비를 옮겨야 합니다. 한대당 방 하나씩 만들어 넣어야 하고, 또 각각의 전원도 일반 전기가 아닌 230 볼트를 공급해야하기에 아예 전기회사에서 전체 용량을 2배로 증설해야 했고 각 기계마다로 공금되는 전기선도 고용량으로 만들어줘야 했습니다. 각 기계마다 제어를 위한 통신망도 설치해줘야 했구요. 그런데 태닝 장비를 옮겨놓는 것 이외의 셋업은 거의 나 혼자 했습니다. 업자를 시켜봤자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은 더 걸리고, 비용도 적지 않게 들거든요. 힘들어서 거의 죽을뻔 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것 까지는 괜찮은데… 시청의 인허가라는 것이 또 다른 식으로 죽여주더군요. 얼마전에 지인이 자기 소유 땅에 카센터를 오픈하려다가 시청에서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바람에,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는데도 결국은 1년 반만에 포기한 것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와했는데 정작 나도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시청 인허가 부서에서는 NEVER 라고 얘기 안 합니다. 그냥 어떤 CONDITION 을 주면서 그게 해결되면 건축허가, 사업 허가를 내 준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CONDITION 을 충족시키면 또 다른 CONDITION 을 제시하면서 그걸 해결하라고 다시 똥개훈련을 시작합니다. 비즈니스에만 그런게 아니지요. 제가 얘기를 나눴던 또 다른 캐네디언은 자신의 오래된 집을 좀 큰 규모로 리모델링하는데 도면 승인 받는데만 세번 빠꾸맞았다고 울분을 토로하더군요. 마지막 거절의 사유는… “프린트 잉크 색깔이 지정된 것이 아니므로 맞는 색으로 다시 프린트 해오라”는 것이었다고.. 왜 이전에 다른 이유로 승인을 거절하면서 그 사항을 함께 지적하지 않아서 또 다시 똥개훈련을 시켰냐고 말이죠..
캐나다가 자랑하는 장애인을 위한 배려 시설. 좋습니다. 나 또한 적극 찬성입니다. 은행에 가도 백화점에 가도 큰 식당에 가도 장애인을 배려하는 시설들이 충분히 보입니다. 역시 캐나다! 그렇게 정부가 규정을 만들어놓으니까 역시 기업들이 따라가는구나, 돈 많이 버는 기업들은 그런 곳에 돈을 써야하지 않겠는가. 그렇죠. 그런데 스몰비즈니스들은 숨이 막힙니다. 얼마전에 새로 작은 리테일 매장을 오픈한 분은 쪼끄만 화장실 하나 만드느라고 2만불이 더 들어갔다고 말합니다. 휠체어에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도 자유롭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충분히 넓은 공간, 변기 앞과 옆에 있는 손잡이 (Grab Bar), 버튼을 누르면 전동문이 열리고 닫히는 시설, 휠체어에서 떨어졌거나 갑자기 몸이 안 좋아졌을때를 위한 비상 버튼 (이걸 누르면 화장실 문밖에 있는 장치에서 비상벨과 점멸등이 켜집니다), 최소 36 인치 폭의 넓은 문과 복도 등등… 그런데, 우리같은 영세업체들은 그걸 자기 돈으로 설치하라고 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합니다. 기존에 오랫동안 한군데서 장사하던 사람들은 괜찮지만 위치를 옮기면 예전에 없던 시설 규정들이 마구 모습을 나타냅니다.정말 좋은 나라, 좋은 정부라면.. 영세업체들이 그런 시설을 만들거나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조금이라도 지원해주는게 맞다고 봅니다.
무슨 새 건물을 짓는 것도 아니고 빈 공간에 화장실 두 개 더 만들고 조그만 오피스 공간 추가하는데에도 무슨 새 건물 짓듯이 온갖 도면을 요구하는 것도 별로 맘에 들지 않더군요. 주택을 고치면서 인허가를 받을 때에는 집주인이 펜으로 종이에 간단한 컨셉을 그려서 신청해도 되지만 일단 비즈니스라고, Commercial 이라고 딱지가 붙으면 정식 라이센스가 있는 설계사가 그런 도면만 신청가능합니다. 그냥 평면도만 내면 되는게 아니고 Architectural, Plumbing, Mechanical, Electrical, Structural 도면을 다 구비하라는군요. 고치지 않고 그냥 기존 시설을 이용한다고 해도 규정상 다 내야한다는 대답.. 처음에 컨택한 곳에서는 도면을 그리는 것만 2만불을 달라더군요. 여기 저기 수소문해서 절반 값에 만들어주는 곳을 찾았습니다. 런던은 모든 것이 다 비싸지만, 이것마저 토론토 지역보다 비싸더군요. 토론토에는 절반도 아니고 거의 4분의 1 가격에 해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어째됐든.. 이제 거의 다 끝나갑니다. 아니 그렇게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어떤 지뢰가 발목을 잡을지 모르니까요. 예상치 못하고 당한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토탈 솔류션을 다 제공해주는 업체를 쓰면 거기서 인허가까지 다 스무스하게 해결해주지만, 그런 업체를 쓰는 곳은 이런 영세, 소규모 비즈니스들은 아니지요.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것인데 온갖 인허가 관련 때문에 비용이 훌쩍 더 들어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요. 그런데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과 들어가고 말았어요. 결과적으로 혹때려다 혹붙인 꼴이 되지 않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아래에 현재의 사진을 올리고 보니 아직 큰 작업이 또 하나 남았군요. 입구 윗쪽의 간판 올리기… 간판 설치 인허가 승인만 해도 3~4개월 걸릴 수 있다는 간판 업체의 설명입니다. 허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