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와서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목욕을 한 적은 없고 한참 오래전에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 목욕시킬 때 해줬던 기억이 나네요. 한국에 살고 있을 때 목욕탕이나 찜질방을 갔었던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지금은 오직 샤워만 하면서 살고 있는데 지금 집에 이사를 오니 물이 뜨겁질 않습니다. 그냥 따뜻합니다. 그러나 샤워 막판에 온수로 뒷목과 어깨를 뎁히면서 쾌감을 느낄 수 있을만큼 충분히 뜨겁진 않습니다. 생각난 김에 고쳐봅니다.
캐나다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온수공급장치는 Water Heater 라고 부르는 온수 가열 및 저장탱크입니다. 일반적으로 도시 지역에 있는 집들은 개스를 이용해서 온수를 만들고 이 안에 저장합니다. 가끔 도시개스가 공급이 안되는 곳에서는 전기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요. 용량은 40, 50, 60 갤론급들이 일반적이구요. 집에서 온수를 사용하면서 물의 온도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불꽃이 점화되면서 다시 온도를 높여놓습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의 온수기도 Tankless Water Heater 라는 이름으로 사용되지만 흔하진 않습니다.
이 온수기의 탱크 안에 저장되는 물의 온도는 위 그림의 온수기 아랫쪽에 있는 조절 다이얼을 돌려서 설정이 됩니다. 메이커마다 그리고 모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최대 섭씨 70 도정도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먄약 이걸 60도 정의 온도로 설정하고 그대로 집안의 온수 배관에 연결한다면 집 안에서 손을 씻거나 샤워를 할때 온수만 나오게 수전을 돌리면 거의 그 온도의 물이 나오게 되겠죠. 맨살을 대기엔 너무 뜨겁고 쉽게 화상을 입을겁니다. 실제로는 찬물을 섞어서 조절해서 사용할테니까 보통은 문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위험한건 사실입니다. 가장 흔한 경우가 어린 아이가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목욕을 하는데 역시나 아이답게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다가 뜨거운 물을 틀어버린다거나, 혹은 노약자가 실수로 뜨거운 물을 틀었지만 동작이 느려서 빨리 잠그거나 혹은 피하지 못할 수 있고, 또는 피하다가 넘어져 다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그래서 예전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예 Water Heater 의 설정 온도를 그렇게까지 위험하지 않을만큼 설정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안전문제는 해결되지만 다른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수온이 49도 이하면 레지오넬라 (legionellae) 라는 종류의 박테리아가 온수탱크 안에서 증식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다른 이유는 온수 탱크의 용량부족이 될 수 있지요. 만약 물 온도를 섭씨 43도 정도로 맞춰놓는다면 성인이 샤워를 할 때 찬물은 거의 안 섞고 온수만 틀어서 하게될겁니다. 그러면 물탱크의 온수가 너무 빨리 고갈되어서 다음 사람이 이어서 샤워를 한다거나 그러면 식은 물이 나오게 될 수 있는겁니다. 만약 온수탱크의 물을 43도가 아닌 60도로 맞춰놓는다면 샤워를 할 때 찬물과 섞어서 쓰게 되니까 저장되어있는 온수가 훨씬 적게 쓰이게 되고 온수의 온도가 어느 정도 떨어진다고 해도 샤워를 할만큼의 수준은 충분히 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걸 바라고 안전을 포기한다? 요즘엔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바로 Mixing Valve 라는 것이 필수 아이템이 되어서입니다. 다른 주는 확실치 않지만 온타리오 주에서는 여러해 전부터 새로 짓는 주택이나 레노베이션하는 주택에는 반드시 설치해야하는 규정이 생겼기 때문이죠.
위 사진이 바로 그겁니다. Mixing Valve. 이것의 좌우 양쪽에 각각 Water Heater 의 온수 나오는 곳과 일반수도관을 연결하면 그 위로 중간의 관으로는 냉온수가 섞여서 일정한 온도로 자동 유지되는 물이 집안으로 공급됩니다. 물론 온도는 설정 가능한데 건축법에 의해서 최고 온도는 49도를 넘어가지 않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걸 설치하면 Hot Water Heater 탱크 내의 물 온도는 60도건 70도건 상관없이 온수관으로는 항상 49도 이내에서 설정한 온도로만 나오게 되는 것이죠.
우리집 지하의 Water Heater 로 가서 Mixing Valve 를 살펴봤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였고 플라스틱 캡을 고정하는 작은 스크류를 빼니 캡이 분리가 되는데 온도를 설정할 때에는 이 캡을 완전히 빼지 않고 살짝 본체에서 잡아당기면 밸브를 돌릴 수 있게 만들어져있습니다.
일반 수도물을 틀 때처럼 왼쪽방향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온수 온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선 1/4 바퀴가 좀 안 될만큼만 돌리고 다 캡을 씌웠습니다. 주방에 올라가서 수도꼭지를 온수쪽으로 끝까지 돌려서 더운물만 나오게 한 뒤에 좀 기다렸다가 온도를 재봅니다. 섭씨 42.7 도입니다. 43도를 목표로 했는데 이 정도면 된듯합니다.
이제 샤워를 좀 더 뜨끈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다가 그래도 부족하면 다시 조절을 해 보지요. 다른 분들도 필요할 경우에 이 방법으로 설정을 바꾸셔도 되겠지만, 어린 자녀들이 있거나 노약자가 함께 사시는 경우엔 신중을 기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Water Heater 온수 온도를 높게 설정할수록 그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가 조금은 더 소요되는 것도 참고는 하시구요. 하지만 온수 탱크 내부에서의 박테리아 증식 방지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높은게 좋을듯합니다. 우리집 경우엔 워터히터 온도는 60도, 믹싱밸브 온도는 위에서처럼 43도 정도로 설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