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Korean? 이 한국 땅에 파견돼 나와 여러 달 동안 일을 하고 있던 어떤 미국 엔지니어가 필자에게 던진 말이다. 문법적으로 보기에는 의문문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은 그 시점에 그가 느낀 약간의 놀라움을 표현하려는 의도였다.
이 말을 듣기 직전에 필자가 한 말은 “I don’t smoke. I don’t drink.”였다. 그리고 그때 미국인은 내 말에 뜻밖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필자는 그가 약간 빈정거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가졌다. 그리 오래 전의 일은 아니었다.
이른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외국과의 교류가 급증하게 됐고 엔지니어링의 세계에서도 그런 경향이 아주 일반화됐다. 아예 실리콘 밸리 같은 곳에 취업을 해 진출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미국 업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도 하며 서로간에 아주 밀접하게 업무를 진행하는 것도 흔한 경우가 됐다.
또한 외국 기술자들이 한국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함께 일을 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테헤란로에서는 점심 무렵이면 코엑스 몰의 대형 음식점 공간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을 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국제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간의 충돌이 벌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누구는 오른 손을 들어 인사하고, 또 다른 누구는 왼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는 그런 것쯤은 문제도 안 된다.
가령 우리나라에는 개고기가 있다는 점은 전혀 숨길 일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말고기나 고양이 고기를 먹는 종족도 있고, 캥거루 고기나 원숭이 고기를 먹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 ‘문화’라는 것이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문화적 충돌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 미국 엔지니어는 자신이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잘 이해할 수 없었던 몇 가지 사연을 털어놓았다. 왜 한국 사람들은 회사에서 점심 식사 후에 흔히들 책상에 엎어지거나 의자에 뒤로 기대서 잠을 자는가. 그것도 몇몇 사람들은 코까지 골면서 말이다. 철책상이 사무실로부터 없어지고 각자의 공간을 가지게 하는 큐비클(일명 파티션)이 일반화되면서는 근무 시간에까지도 잠을 자거나 졸고 있는 사람이 늘어났다.
필자는 그저 한국 벤처의 엔지니어들이 너무 밤늦게까지 힘들게 일하느라고 그렇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근무 시간이 8시간이라고 규정돼 있어도 점심시간 1시간은 빼고 계산하기 때문에 그 1시간은 개개인이 맘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라고 설명을 했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궁색한 대답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전날 술을 먹었노라며 쾌쾌한 술냄새를 풍기고 다니는 사람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고도 회사에서 해고당하지 않냐고 의아해 했다.
근무 중에 개인업무 보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또한 미국 사람인 자신이 참석한 회의에서도 영어로 얘기하다가도 맘이 안 맞으면 금새 한국말로 자기네끼리만 떠들어대는 경우가 빈번한데 대해서는 모욕감까지 느낀다고 했다. 사실 이런 경우에는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는 한국 남자들은 다들 술과 담배를 즐기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정작 필자가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서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었고, 그래서 “Are you Korean?”이라고 말했던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느꼈던 많은 피곤한 경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한 것이었고 그 사연 중의 일부가 앞서 적은 내용이다.
어차피 선진 외국의 엔지니어들과 경쟁이건 협력이건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좀더 우리가 직업의식과 직장문화 면에서 자신 있게 설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결국은 우리에게 돌아올 이익이 될 것이고 나아가서는 철저하게 실용주의적으로 만들어진 그들의 직장 문화의 좋은 점만을 뽑아내 우리가 더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있게 “Yes, I am Korean.” 이라고 할 수 있을 그 때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