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ve got Mail”

By | 2001-07-11

이번 컬럼의 제목은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주연한 로맨틱 러브 스토리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인터넷을 통해 사랑의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줄거리가 엮이는 이 영화는 특히 필자에게는 가슴에 와닿는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필자도 컴퓨터 통신을 통해서 만난 인연으로 결혼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요즘엔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때를 가리지 않고 메시지를 주고 받곤 하지만 필자가 한참 컴퓨터 통신에 몰두했던 약 10년 전에는 요즘 같은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 그래서 주로 이메일을 통해 여러 가지 깊은 사연들이 오가곤 했다. 물론 위의 영화는 인터넷 시대인 1998년 작품이어서 그때와 비교하기엔 좀 무리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현실로 돌아와 보자. 필자가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나 오전 6시가 좀 넘은 시간에 컴퓨터를 켜고 핫메일에 접속했을 때 새로 도착해 있는 메시지의 숫자는 56개였다. 분명히 어제 모든 메일을 정리했는데도 이렇게 많다. 이 모든 메일이 봐서 즐거운 메일이라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그 중에서 단지 20% 이하만 원해서 받는 메시지이다. 그렇다면 그 나머지는?

진짜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정크메일이다. 보는 즉시 가차없이 쓰레기통으로 옮겨버리지만 그래도 조심해 가면서 지워야 한다. 잘못해서 필요한 메시지를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크메일의 제목도 참으로 가지가지이다. 초기에는 솔직히 어떠어떠한 제품을 사라거나, 무엇무엇에 관심이 있냐는 식으로 제목을 써서 정크메일이 보내졌지만 요즘엔 꽤 지능적이다. ‘당신이 요청한 사항에 관한 답변’이거나 ‘당신 친구가 소개했다’ 또는 ‘공짜로 드립니다’라는 식은 보통이다.

필요한 메시지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들어서 메일을 열어보는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아예 메시지의 제목을 ‘Re:’라고만 써서 마치 내가 보낸 메시지에 대해 답변을 보낸 것인양 가장하기도 한다. 어떤 메시지는 ‘Hotmail 사용자 필독 요망’이라고 써서 어쩔 수 없이 열어보게 만들기도 하고, 보낸 사람 이름을 핫메일 관리자로 가장해서 보내기까지 한다.

이런 정크 메일에 넌더리가 난 나머지 정크메일 제거 장치를 사용해 봤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한동안 사용해 본 결과, 메시지 헤더를 조작을 해서 보내지는 것이 보통인지라 지워야할 메시지를 지우는 이외에도 읽어야 할 메일을 휴지통에 버리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을 써서 그런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메일 주소를 블로킹하게 설정도 해봤지만 대개의 경우엔 주소를 계속 바꿔가면서 그런 정크 메일을 보내고 있어서 효과가 별로 없었다. 대충 어느 경로를 통해서 필자의 메일 주소가 유출되는지 예측되는 부분은 있다.

이런저런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서비스를 받거나 무료 계정을 발급받을 때 메일 주소를 적으라는 난을 항상 보곤 하는데 그런 것을 통해서 유출되는 경우가 가장 많고 또 회원가입을 해야하는 사이트에서도 공개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쨌든 이래 가지고는 인터넷 메일을 통해서 사랑을 속삭이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사생활 보호를 도모하고 메일이 넘쳐나서 뒤죽박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자는 얼마 전부터 복수 계정을 각기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필자 이름으로 만들어진 메일 계정은 여러 개가 있지만 주로 사용하는 것은 3가지이다. 첫번째는 핫메일인데 각종 서비스의 등록시처럼 외부에 어쩔 수 없이 알려줘야 하는 경우에 사용하고 있다. 두번째는 야후 메일로서 회사 업무 이외에 개인적으로 주고받는 메시지는 이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세번째가 회사 메일로서 물론 주로 회사 업무에 이용된다.

물론 두번째와 세번째 계정으로도 정크메일이 전혀 안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에 서너 개 정도에 그치므로 꽤 성공한 편이라고 하겠다. ‘You’ve got Mail’ 혹은 ‘메일이 도착하였습니다’라는 한마디가 영화처럼 정감 넘치는 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짜증나는 문구가 안되게 하기 위해선 이처럼 각자 나름대로의 메일 관리 방법을 만들어서 시행해야 할 것 같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식으로 메일을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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