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마친지 여러 날이 지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방 3개 가운데 Master Bedroom의 오르내리창 (Hung Window)은 열리긴 하지만 손을 떼면 그대로 내려와 버린다. 할 수 없이 나무조각으로 받쳐서 열린 상태를 유지시켰다. 아파트 관리인에게 수리를 요구했더니 이 창은 수리는 어렵우므로 교체해야하지만 너무 오래된 종류라서 교체할 물건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만 했다. 물론 비용을 들이면 새것으로 통째 교환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 아파트 관리회사에서는 그런 돈을 들일 생각은 없을 것이다. 같은 단지의 다른 집들을 보면 해준다 해준다 하면서 한달, 두달 지나 1년씩 방치해 놓기도 한다니까 말이다. 토박이 캐나다인들은 이런 경우에 대처할까 궁금하다. 아마도 오래된 타운하우스를 이정도 렌트비에 살고 있으므로 그냥 알아서 고쳐쓰던지 그냥 참고 살 생각을 하는게 아닐까도 싶다.
실내 조명은 정말 40년전에 처음 설치했던 것으로 보일만큼 오래된 것들이다. 이것들을 교체해주긴 했는데 한국에서는 실외등이나 창고 안에 씀직한 것들로 바꿔줬다. 전구는 기존에 내가 새로 달아놓았던 전구형 형광등을 빼고 일반 백열등을 달기에 내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전구형 형광등을 달아야한다고 했더니 기존 것보다 더 소형의 전구형 형광등들을 잔뜩 가져다줬다.
이사온지 며칠 안되어 싱크대 아래의 수납장에 물이 새는걸 발견했다. 머리를 넣고 살펴보니 싱크대 상판의 Sink Bowl 테두리 부분이 다 썩어서 그리로 물이 흘러내려오는 것이었다. 수납장에 넣어두었던 그릇들을 다 치우고 관리인에게 수리를 요청했더니 며칠뒤에 사람을 보내와서 기존 상판을 떼어내고 새것으로 달았다. 말만 새것이지 스타일은 원래 있던 것과 똑같아서 40년전에 설치한 것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아래의 왼쪽 사진이 기존에 있던걸 떼어낸 모습이다.
이사오자마자 죽은 쥐를 발견한 것은 지하 세탁실의 세탁물 건조기 (Laundry Dryer) 배기구 안에서였다. 이때문에 배기구를 집 안팎에서 살펴봤는데 집 밖으로 열풍을 내보내는 덕트 관에 덮개가 달려있지 않았다. 아마 이곳을 통해 쥐가 들어왔다가 연통 아래로 떨어지면서 꼼짝달싹 못하게 되었고 건조기를 가동하면서 그대로 미라 (Mummy)가 되어버렸나보다. 아래 왼쪽이 우리집의 배기구 상태이고, 오른쪽 사진은 덮개(Dryer Vent Hood)가 달려있는 옆집의 배기구 모습이다. 이것도 일찌감치 관리인에게 설치를 요구했지만 지금도 덮개 없이 사용하고 있다.
아직 수리할 것들이 많지만 그일들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 가족들이 정상적인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내부정리와 설치작업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이제까지 아파트에 살면서는 지하실이 없었지만 이제 타운하우스로 이사를 오면서 지하에 세탁실과 함께 다용도로 쓸 수 있는 방이 하나 더 생긴 셈이라 그것들을 제대로 활용해 보기로 했다. 우선 지하방은 주로 작은아이의 놀이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장난감들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소파를 놓고 오디오 설치를 해놨다. 기존에 사용하던 TV는 1층 거실에 놓았고 지하방에선 오디오로 주로 음악을 듣는 용도이다. Bell TV 위성 수신기가 2개인데 그 중 하나는 TV용으로, 나머지 하나는 여기 지하방의 오디오에 연결해서 24시간 아무때나 장르별로 채널을 선택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몇개 채널을 시험해보니 분위기상 재즈 음악 채널이 가장 어울리는듯했다. 집에서 안 쓰고 있던 노트북 컴퓨터도 여기에 연결했다. 내가 수집했던 MP3 파일들을 모두 그 안에 복사해 놓고 원하는 음악을 선택해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지하의 절반은 세탁실 겸 창고이다. 세탁기, 건조기, 온수탱크 등과 함께 선반 등이 들어가 있다. 아내는 집안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들어와 있는 것에 대해 꽤나 좋아한다. 아파트 살던 시절에는 엘리베이터를 통해서지만 그래도 6층에서 1층까지 세탁물을 들고 오르내려야 했고 한번에 할 수 있는 양이 너무 적어서 많은 경우엔 하루 3 번을 해야하는 때도 잦았는데 이젠 그런 고생을 안해도 되서다.
비록 손바닥만한 크기지만 그래도 명색이 뒷마당인지라 그 공간의 활용도 필요하다. 마침 JYSK 에서 Sun Shade를 25불에 할인하고 있어서 그걸 사다 설치했다.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각 모서리를 Fence 에 일일이 묶어뒀고 콘크리트 바닥에도 드릴로 구멍을 뚫어서 Anchor Bolt를 끼운 다음, Sun Shade의 다리를 고정해줬다.
펜스로 둘러쌓인 자그마한 뒷마당이 있는 덕분에 전에는 실내에 두어야했던 접이식 빨래걸이를 밖에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집에서 얻어온 어린이용 장난감 파라솔-의자 셋트도 가져다 두었고, 내친김에 개당 7불짜리 플라스틱 의자 2개와 15불에 세일을 하는 Garden Table도 하나 사다 놓았더니 제법 구색이 갖춰져 보인다.
아파트에 살던 시절에는 Satellite Dish를 달 수 있는 장소였던 베란다가 북쪽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쪽을 향해 Dish를 달아야하는 위성방송을 이용하지 못했다. 이제 새집에서는 Bell 위성방송을 가입할 수 있게 되어 2년 사용 약정 조건으로 2개의 위성단말기를 무료로 받고 최초 6개월은 무료로 사용하는 서비스에 가입했다. Bell 위성 TV 용 접시 안테나는 그 회사에서 와서 설치했고… 나는 조그만 에어컨 하나를 사와서 작은 방 창문에 설치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너무 더운 날이 있는데 그때는 가족들이 이 방에 한데 모여서 잠을 자고 있다.
물론 아직 할일들, 해결할 것들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래도 이젠 어지간히 안정되게 생활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이곳에서 1년을 살지 몇년을 살게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래도 최소한으로 어느 정도는 꾸며가면서 나름대로 번듯하게 살아야겠다는게 우리 가족의 생각이다. 어디가서 살더래도 단순 생존 모드보다는 알찬 생활 모드를 추구하며 살 일이니까.
여기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입니다. 인구는 35만이라구도 하고 최근덴 45만으로 늘었다고도 하더군요.
2-bedroom 아파트는 600불대에서 1천불대 정도가 보통입니다. 저희가 한달전까지 살았던 2-bedroom 아파트는 월 800불에 전기,난방,수도,온수가 다 포함되어있어서 추가 금액은 없습니다. 단, 실내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없어서 1층 세탁실에 내려가 동전을 넣고 해야하는데 그게 돈이 꽤 들어갑니다.
현재의 타운하우스는 3-bedroom 이며 월 999불이고 수도, 난방이 포함된 가격입니다. 전기요금은 쓴만큼 내야합니다. 아파트도 지역마다 다르고 시설 차이에 따르고 오래된 정도에 따라 값이 이삼백불씩 차이 날 수 있습니다. 타운하우스도 마찬가지구요. 아파트보다 반드시 더 비싼 곳만 있는건 아닙니다. 타운하우스도 마찬가지로 차이가 많이 날 수 있습니다. 저희 동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다른 타운하우스 단지의 월 렌트비는 저희보다 100불 이상 싸더군요…
상세한 내용 잘봤습니다. 저두 캐나다가면 타운하우스에 살고 싶지만 눈치우는 문제랑 정원관리등 신경쓸일들 생각하면 그냥 아파트로 생각을 고치게 됩니다.그리고 무엇보다 금액이 문제구요 ㅜㅠ
실례가 안된다면 자란님이 이사가신곳의 렌트비용을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 아파트보담 훨 비싸겠죠?
누구신지도 모르고, 그냥 과거에 저와 비슷한 일을 하신 분이라고 여겨진 데다, 제가 캐나다 이민 와서 겪은 여러 사연과도 겹치고 해서 불쑥 인사드립니다. 전에 안철수연구소에 계셨던 백건우씨와도 잘 아는 사이인데, 오늘 이메일에서 이 블로그를 알려주신 것도 물론 큰 동기가 됐습니다.
저는 김상현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시사저널, 주간동아, 한경닷컴 등에서 기자 노릇 하다가, 2001년에 캐나다로 이민 와서 대학원 마치고 공무원이 됐습니다. 정보통신 분야와 밀접한 정보프라이버시와 보안이 제 관련 분야입니다.
2001년에 온타리오주의 토론토로 이민 와서 한 8년 살다가, 작년에 앨버타주로 다시 이주했습니다 (제 직장 정보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semi-public입니다 http://j.mp/LNzwC 누구나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개이고, 하지만 정보 폭주속에 묻혀 ‘아는 분만 아는’ 정보라는 점에서는 비공개니까요…^^.
캐나다와 관련한 블로그 몇 개를 읽으면서 웃기도 하고, 제 자신과 관련된 ‘악몽’도 떠올라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특히 로저스는 정말 욕밖에 안나오는 형편없는 삼류죠. 토론토에 살면서 두어번은 해지했다 재계약했다 했을 겁니다. 다른 대안도 오십보백보니 그게 또 비극이었죠. 앨버타주로 와 보니 로저스가 아닌 텔러스와 쇼(Shaw)인데, 얘들도 또 그 모양입니다. 캐나다 정부가 지나친 경쟁을 막는다는 취지 – 도대체 그게 무슨 사회주의적 발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로 지역을 쪼개 놨거든요. 동부 쪽은 로저스와 벨, 서부 쪽은 텔러스와 쇼. 하지만 근래의 미디어 융합 현상 ‘덕택에’, 그런 지역 분할 구도가 깨지고 있긴 합니다만 미국과 견주면 아직도 멀었지요.
런던에 사신다니, 그래도 좋은 동넵니다. 사시면서 이모저모 장점과 미덕도 찾으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한국적 기준으로 본다면 정말 촌구석이지만, IT 쪽으로는 캐나다에서 가장 앞섰다고 평가되는 키취너-워털루가 지척이고, 런던도 나무가 많아 살기가 쾌적하다고들 하지요. 미국과도 가깝고… 앞으로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시기 바랍니다.
저는 주공무원인지라, 개인적으로는 캘거리가 더 좋아보이지만 주도인 에드먼튼 인근에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게 조금의 과장도 없이 ‘일상 다반사’인 곳이지만, 그래도 여름은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에드먼튼 북서쪽으로 인접한 ‘세인트 앨버트’ St. Albert라는 도시인데, 인구 6만 정도의 소도시입니다. 도시 전체가 트레일과 공원들로 연결된, 아주 조용한 곳입니다. 추운 겨울만 아니라면 더이상 바랄 게 없는데, 다 제 뜻대로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초면에 결례가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남겨주시고, 인연이 되면 종종 만나뵙겠습니다.
김상현 올림.
반갑습니다. 양평의 백건우씨가 아직 제 블로그를 가끔 오시는가 보군요. 저도 가끔 그분 블로그를 기웃거리곤 합니다. 제가 요즘에 글은 별로 많이 올리 못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앞으로 가끔 놀러오시구요.. 아무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