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때 식구들 점심을 먹여야 하는데 특별히 준비해줄 아이디어도 없고 밥솥엔 밥도 남아있지 않고해서 온라인으로 피자를 주문해 놓고 픽업하러 가는데 바로 앞쪽에 이상한 포장을 한 차량 한 대가 특이한 뒤태를 보이며 신호 대기중이더군요.
이렇게 차 전체를 포장하는 래핑 광고야 요즘 워낙 흔히 널려있는거지만 이 광고가 뭘 파는 업체 것인지가 처음엔 판단이 안되더군요. 그 전날엔 팅커벨로 도배한 차량을 봤는데 나중에 조그맣게 적혀있는 문구를 보니 팅커벨이 마법을 부린 것처럼 깨끗이 청소해준다는 주택 청소 서비스 업체의 차량이었지요. 예상을 뒤엎는 그런 광고를 보면 즐거워집니다. 이번 경우엔 어떤 업체인가 살피다가 맨 아래의 범퍼 오른쪽을 보니 Sutton 로고가 보이더군요. 프랜차이즈 리얼터 브로커 회사인데…? 네.. 맞습니다. 어느 리얼터의 차량이었습니다. 처음엔 SUSANCOMERFORD 가 혹시 포드 자동차 딜러였나 했었지요. 하지만 여자 리얼터의 이름이었습니다. 이름은 Susan 이요 성은 Comerford 라고요.
그렇다면 저 커다른 차를 몰고 리얼터 업무를 보러다닌다는 것이겠지요? Luxury 라는 표현을 보면 비싼 집들만 주로 취급하는 리얼터일까요?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또 그것도 아닙니다. 제 마누라가 취급하는 주택들과 별다르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 SC 문자로 로고까지 만들어 차이 턱하니 붙이고 그 비싸고 기름값 많이 들어 보이는 벤츠의 스프린터 풀사이즈 밴 차량을 몰고다니다니요. 한편 생각해보니 저같은 사람의 눈길까지 끌었으니 어쩌면 충분히 그 차 가격과 기름값의 가치는 하고있지 않을까요? 광고효과는 톡톡히 볼 것 같습니다. 저 차에 고객을 모시고 다니면 고객들이 황송해 하게 될지도..?
같은 런던에서 같은 직종인 리얼터를 하는 제 마누라 차는? 아래에 보이다시피 거의 경차 수준에 가까운 Nissan Versa 입니다. 물론 값이 저렴하고 연료비가 적게 들어서 선택한 차종이지요. 바로 옆에 보이는 제 차보다 무게도 절반, 차 가격도 절반인데 연비는 두배가 넘지요.
이 차로 매일 런던과 일대를 종횡무진 누비면서도 기름값 걱정을 별로 안 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물론 단점은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다닐 때 트럭같은 대령 차량 옆에서는 마구 흔들린다거나.. For Sale 표지판 같은 것들을 넣기에도 좁다거나.. 우리 4인 가족을 구겨넣어 탈 수는 있지만 엄청 피곤하다는 것.. 거의 1인용 혹은 최대 2인용입니다. 그런데 한번은 고객분이 이렇게 얘기를 하셨다네요. 다른 한인 리얼터들은 보통은 고급차를 일부러 무리해서라도 구입해서 타고 다니는데 그게 다 광고효과를 노린 것이다.. 나 이렇게 능력있고 잘 나가는 리얼터니까 집을 팔고 사려면 나에게 오시라.. 라는 광고라네요. 실제로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서두. 또 어느 다른 분은 집 구매를 하기 위해 다니면서 본인 차를 타고 그 Showing 할 집으로 운전해서 오시라고 하니까 화를 내시더라는… 다른 리얼터들은 고급차를 가지고 와서 척 태워서 모셔가는데 이렇게 대접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답니다. 그 많고 많은 고객중의 한 두분 경우긴 하지만 그 말도 맞는 면이 있어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마누라는 실/용/적/인/차/량을 주장하며 꿋꿋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물론 일차적인 문제는 차 가격, 즉 돈이지만서두..
자동차 메카닉 일을 하는 Golf Buddy 하나가 제 맘을 어떻게 알았는데 중고로 벤츠 스프린터 하나 사지 않겠냐고 사진을 보내왔네요. 요즘 엔진을 완전 들어내서 거의 새것처럼 고치고 있다더군요. 2014년 형이라고 하지만 달린 거리가 자그마치 80만 킬로미터.. 모양과 색깔로 볼 때 혹시나 해서 이넘이 그넘이냐? 라고 물었더니 그넘이 맞다고 합니다. 로버트큐에서 운영하다가 퇴역시킨 차랍니다. 런던과 토론토, 디트로이트 사이를 얼마나 많이 달렸을까나.. 가격은? 그 마일리지에도 불구하고 17만불이라네요. 여기에 마누라 리얼터 비즈니스 광고 붙여서 나도 한번 칭찬 좀 들어볼까 상상 좀 했었는데, 꿈도 꾸지 않아야겠습니다. 그나저나 리얼터와 자동차.. 이게 그냥 단순히 개인 업무상 이동수단이기만 한건 아닌가 봅니다. 마누라 다음 차는 어떤 것이 될까요. 아마 내년쯤 바꾸게 될 것 같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