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는 싱글맘들에게 주는 정부 지원금이 많아서 일 안하고도 잘 살 수 있다면서요?”
이걸 정확히 어디서 본 글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이런 비슷한 글들을 또는 댓글들을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종종 보고 듣곤 했었다. 정부지원금을 이것 저것 주기는 하는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애들 우유값이라고 부르는 CCB 도 주고, Ontario Works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층 지원금도 준다. 아이가 장애가 있으면 추가로 돈이 더 나온다. 거기에 애들 아빠가 돈 버는게 있으면 양육비 조로 받는 돈도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저소득 가정에서는 큰 기대를 못 한다. CCB 를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나이는 6세 이하인데 만약 연년생으로 5명의 아이를 낳아서 데리고 산다면 어떤 해에는 약 3만불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되는데… 이건 다른 소득이 없을 때의 일이다.
애를 이렇게 많이 낳아서 다 키울 가능성도 거의 없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고 해도 직장 얻을 생각은 하지 못한다.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고모 등을 다 동원해서 애들을 대신 보살피게 한다..? 현실적으로 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사용하는 방법이, 이혼한 남편 (혹은 동거하는 남자친구) 과 함께 살지만 결혼은 하지 않는 상태로, 그리고 일시적인 동거일 뿐이라고 얘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부모가 애들과 함께 살고 있는 가정생활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남편(법적으로는 남남)의 수입이 이 싱글맘이 받는 애기 우유값에 영향을 안 끼칠 수 있다. 물론 모든게 다 완벽하게 계획대로 돌아가기만 하는건 아니지만..
한편, 본인이 신체나 정신 측면에서 장애가 있다고 검증되면 ODSP (온타리오 장애인 지원 프로그램)에서 얼마정도 돈을 받는다. 또 어떤 자료를 보면 Welfare 를 받으면 아이에게 오는 양육지원금이 줄어들거나 없어지기도 한다고 하고, 이것저것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같다. 일단 대략적인 수치를 보면 어떤 싱글맘이 장애가 있어서 ODSP 를 받고, 직업이 없어서 OW 를 받으면 그걸 합쳐서 월 2천불이 좀 넘는 것 같고 자신이 직접 데리고 카우며 살고 있는 6세 이하의 애가 2명 있다고 하면 CCB 로 월 1천불 넘게 나오는게 된다. 이것들을 다 합치면 매달 3천불이 훌쩍 넘어가는 고정 수입을 얻게 된다. 여기에 다른 지원금과 베니핏을 좀 더 받을 수 있다고 하면.. 일단 살만해 보이는가?
하긴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리고 캐나다에 온지 얼마 되는 사람들 입장에선 이 정도면 먹고살만하겠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 경우에 이곳의 싱글맘에 비교할 때 엄청난 차이가 있다. 캐나다에 이민 오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또 특별히 젊은 20대 청년이 아니라면 최소 1~2억원, 그도 아니면 몇천만원이래도 현금 동원 능력이 있는게 보통이다. 그리고 정 안되는 경우에는 한국에 손벌리거나 다시 돌아가서 살 수 있는 능력과 비빌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다. 캐나다에서 바닥권에서 이를 악물고 바둥바둥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그 배경이 다르다. (그게 적용되지 않는 한인분들에겐 미리 사과 드립니다..)
내가 운영하는 비즈니스에서 일하는 10 여명의 젊은 캐네디언 여성들. 어떤 직원들은 부모가 여유있는 부유층이라서 고급차를 가지고 출퇴근한다. 어떤 직원들은 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동동거리며 살며 투잡, 쓰리잡도 하며 산다. 그런데… 직원 중에 싱글맘이 여럿 있다. 은행 통장에 1백불, 2백불 단위가 없을 경우가 자주 있는.. 실수로 급여를 잘못 계산해서 백불만 모자라고 줘도 통장 빵꾸난다며 안절부절하며 연락이 온다. 모든 수입 지출이 미미 계산되어서 철저하게 제로썸 체계로 산다. 매주 반드시 몇시간 이상을 근무해야만 생활이 된다고 한다. 지금은 일하고 있지 않지만 작년까지 오랫동안 매니저로 일했던 직원은 아이 둘 키우는 싱글맘이었는데, 예전에 주유소에서 일할 때에 눈보라 치는 날 영하 20도 추위에서도 주유소 밖에서 급유하고 서비스하면서 일해야했는데 지금은 냉난방 다 되는 실내에서 이렇게 일하고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나에게 얘기를 했었다. 불행히도 40 갓 넘은 나이에 뇌졸증이 와서 그만둬야했지만… 다른 싱글맘 직원들도 모두 힘겹게 아둥바둥 산다. Survival Mode 에서..
요즘 매장 가운데 한 곳을 이전하는 작업을 하면서 새 매장 전체의 페인트 작업을 업체에 안 맞기고 싱글맘 페인터에게 맡겼다. 본업은 페인팅 업체에서 일하지만 그 것도 매일 할일이 있는게 아니라서 세컨드 잡으로 밤늦게나 회사에서 일거리를 주지 못했을 때에 와서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다. 집사람이 리얼터라서 몇몇 고객분들의 집 페인팅을 맡아서 하도록 주선해 줬는데 다들 비용과 결과에 만족한다고 해서 나도 매장 페인팅에 쓰게 되었다. 결과물을 보니 열심히 그리고 질적으로도 잘 칠했다. 캐나다에도 매우 잘 나가는 돈 많고 능력있는 싱글맘들도 적지 않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이런 싱글맘들이 있다. 교육받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물려받지 못하고 애들까지 딸려있고 심지어는 장애까지 안고 있는데. 그들에 대한 오해는 말아야겠고 할 수 있다면.. 품질에 문제가 없다면, 이왕이면 이렇게 일도 몰아주며 돕고 살고 싶다. 혹시나 집이나 비즈니스에 페인팅 일꺼리 없으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