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과 A 씨의 고민

By | 200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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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진짜 “나”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고놈의 타임머신 때문에 모든게 다 망가지고 있다.
내가 진짜인지 저 앞에 있는 나랑 똑같이 생긴 녀석이 진짜인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원본과 짝퉁의 구분은 할 수가 없겠다. 둘 다 원본일게다.
내가 걸핏하면 편두통이 있는 것처럼 저녀석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저 녀석도 나를 보며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왜냐하면 걔도 100% 확실히 나니까 말이다.
내 머리 속에서 세포들이 생화학 작용을 하는 방식은 저쪽과 똑같으니까 같은 결론을 내릴거야.
내가 두 카피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난 항상 인간에게는 영혼이란 것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왔다.
그렇다.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로 시계를 돌려 과거로 온 지금, 두 개의 ‘나’가 있는데,
도대체 내가 존재를 믿어왔던 나의 ‘영혼’은 과연 어디 몸뚱아리에 들어가 있는걸까?
저기에 있는 ‘나’일까, 아니면 바로 이 ‘나’일까?
만약 내 안에 나의 영혼이 없다면, 난 가짜 ‘나’가 되는건가?
하지만 난 항상 그래왔듯이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고 있잖아.
그런데 그런 점은 저녀석도 마찬가지겠지.
혹시나 영혼도 카피가 되거나해서 2개로 만들어질 수 있는건 아닐까?
아니다. 그건 말도 안된다. 영혼이 그렇게 간단히 복제가 되리라곤 믿고싶지 않다.

저녀석은 과거의 나다. 나는 저녀석의 현재 시점보다 더 미래의 나다.
따라서 영혼은 더 최신의 나에게 붙어있다고 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정말 너무 이상하다.
혹시나 타임머신은 물질적인 신체는 이동을 시켜주지만 영혼은 옮겨주지 못하는게 아닐까?
타임머신의 설명서에도 분명히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이동시킨다고 적혀있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내 영혼은 어디에 가 있는거지?
지금 앞에 있는 저 몸에도, 그리고 내 몸에도 내 영혼이 없는거라면
내 영혼은 과거의 공간, 아니 미래의 공간에서 떠돌고 있는것일까?
그게 바로 유령이 되는 과정인 것일까?

그게 사실인 것 같다. 내가 이 과거로 온 순간 나와 저 녀석의 공통된 영혼은
다른 차원의 어느 공간에서 실종되어 버렸나보다.
그렇다면 나와 저 녀석에게는 곧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승에 떠도는 영혼은 아주 많은데 가끔 본래의 영혼이 빠져나간 몸뚱이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그래서 가끔 어떤 사람들에게 신들린다는 사건이 발생하곤 한다.
그런 일이 이것과 저것의 2 개의 내 몸들에 생길지도 모른다.
지금 이처럼 생각하고 있는 정신과 이렇게 숨쉬는 신체를
다른 떠돌이 유령이 점유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정말 막고 싶은데 어찌해야 하나.

애초부터 난 그런 식으로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 들어간 또 다른 영혼.
그래서 내가 이 일이 있기 전에도 이중인격자가 된 것일까?
원래 내 것이었던 내 영혼은 공간을 헤매다 다른 빈 몸뚱이에 들어가지나 않을까?
내가 다른 영혼에 휩싸였어도 내 영혼이 들어간 그 누군가의 몸을 알아볼 수 있을까?
아니, 지금 보이는 저 ‘나’에는 어떤 영혼이 들어가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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