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와 귀차니즘

By | 2013-02-19

마누라 차의 운전석 쪽 뒷바퀴가 홀쭉해져 있기에 왠 일로 바람이 빠졌나하고 의아해 했지만 출근시간이 가까와서 그냥 차고 안의 컴프레서를 돌려서 바람을 넣어주었다. 그런데 저녁때가 되어 퇴근한 뒤에 보니 다시 바람이 빠져있다. 자세히 보니 타이어 바닥면에 뭔가 박혀있는 것 같아 플라이어 (뺀치)로 낑낑대며 잡아뺐더니 길다란 드릴 비트였다. 못 같은 종류가 타이어레 꽂히는 것은 가끔 경험했지만 이번같이 길다란 드릴비트의 경우는 처음이다. 어떻게 이런 것이 타이어에 박혔는지… 정상적인 방식으로 때울까 생각했지만 그러다 보니 귀찮아졌다. 예전같으면 이런 일은 신나게 나서서 해치워버렸을텐데 번거로울 것만 같고 영 마음이 안 간다. 그냥 액상 타이어 실란트를 주입해서 땜빵을 해줬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체크해보니 여전히 탱탱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어서 그대로 마누라를 출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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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음은 좀 불안했다. 실란트로 해결하기엔 구멍이 큰 것 같아서였다. 출근 직후에 전화로 물어보니 타이어는 여전히 빵빵하단다. 마음을 놓았는데 나중에 연락이 왔다. 회사에 가서 하루종일 주차해 두었더니 또 바퀴가 찌그려져 버렸단다. 크레딧 카드에서 무료제공하는 긴급서비스를 불러 스패어로 교체해 달라고 해서 트렁크에 싣고 집에 가지고 온 타이어를 살펴보니 특별한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전통적인 방법으로 때우는 수 밖에 없다. 아래 사진에서 내 손에 들고 있는 것이 타이어에 박혔던 드릴 비트, 바닥에 보이는 것들이 타이어 때우는 도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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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며칠이 지나도 전혀 몸매에 변함이 없는 타이어를 보며 안심을 했지만 예전같은 뿌듯함은 없다. 타이어 구멍 하나 때우는 데에 16불 정도 들 뿐인데 그냥 처음부터 카센터에 맡겨버릴껄 싶었다. 재미있게 하질 못하는 상황인데, 얼마를 아끼겠다고 내가 낑낑거리며 수리를 하겠는가. 이게 단순한 권태감인지 아니면 이제 마이 묵었다 그만 집에 가자는 느낌인지는 모르겠다. 하긴 요즘엔 사람들이 전화해서 냉장고 고쳐달라, 오븐 고쳐달라해도 어지간하면 전문 업자를 부르시라고 대답하고 정말 내가 가야만 하는 경우에만 가서 봐준다. 귀찮다. 돈 몇푼 안 되는 일은 내가 가서 즐겁게 할 것 같지도 않은데다가 가끔씩 말도 안 되는 사람들도 봐야하는건 이제 정말 사양이다. 심지어는 우리 집에 할일이 생겨도 이젠 업자 불러서 해결하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다. 바야흐로 뭔가 다른 쪽을 봐야할 시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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