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죽는 집

우리 집은 원래부터 그랬다. 14년 전에 한국을 뜨기 전까지의 4년여는 양평 산 속 마을에서 살았기 때문에 집 둘레가 온통 숲이었으니까 따로 집 안에 식물을 들여놓을 이유는 없었는데 (콩나물 재배한건 빼고..) 캐나다 런던에 자리를 잡고 10년째 살면서 집 안에 화분 같은 것을 장기적으로 유지한 적이 없었다. 몇번 화분이 존재한 적은 있었는데 다른 이로부터 선물로 받았거나 물 안 줘도 잘 안 죽는다는 조그만 선인장을 아이들이 사왔던 것 뿐이었다. 그 선인장도 말라죽었고 남으로부터 받은 화분은 물을 주고 말고도 없이 소멸되어서 기억 속에 남지도 않았다. 우리집은 그렇게 꽃이건 나무건 안에 들어오면 생존하지 못하고 죽어나가는 집이었다. 물을 안 줘서인지 집안 공기가 나빠서인지 관심을 못 받아서인지는 모른다.

그런데 내가 어릴 때 아버지는 화단 가꾸는걸 좋아하셨던 것 같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넓직한 마당 한가운데 동그란 화단을 만들어 놓고 벤치도 놓고 이런 저런 꽃들을 심어 가꾸셨다. 사진 속에는 나를 비롯한 누나 동생 들이 강아지 한마리씩 안고 있는 모습. 아버지는 몇년전 돌아가시기 조금 전까지도 아파트 베란다에 발 디딜틈 없이 화분을 들여놓고 매일 가꾸고 계셨다. 그때는 그런 아버지와는 참 다른게 나의 모습이다 싶었다.

그런데… 올해 들면서 문득 내 몸이 세월이 충분히 흘렀다는 것을 알려주기 시작해서인지, 생명이라는 데 대해서 더 생각을 하게 되면서인지, 또는 더 이상 삭막한 집안 환경을 버티지 못하겠다는 작은 감성이 반항을 해서인지 이웃집 현관 앞에 있는 꽃들이 자꾸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아내 역시 공감을 한다고 했다. 그런 것에 워낙 관심이 없었고 살아있는 식물 키우는게 싫다면서 자신은 ‘생화’보다는 ‘조화’가 더 좋다고, 꽃을 선물 받으면 이걸 어찌 해야 하나 싶어했던 아내까지 그런 생각을 한다면 결론은 한 가지. 다시 꽃을 키워보는 것.

그래서 들여온 것이 바로 이것. Raised Garden 이라고 하던가, Flower Bed 라고 하던가.. 암튼 이걸 한인 분이 운영하는 화원에서 맞춰온게 두달쯤 전인가. 집안에서 키울 자신은 아직 없기도 하고 또 우리집을 방문하거나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그리 삭막하진 않다는 느낌을 주고자 해서 현관 앞에 둘 수 있게끔 이걸 선택했다.

위의 사진은 꼭 한달전에 찍은 모습인데 지금도 여전히 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적당히 비료도 주고 이삼일 동안 비가 안 내리면 물을 길어다 주기도 하면서 잘 키워보려고 나름 노력하는 중이다. 다행히 아직 살아있다. 더 이상 꽃 죽이는 집은 아닌듯 싶다. 물론 실내에서 키우는건 아니지만. 내년엔 실내에서도 도전해 보련다.

집 안에서는 그냥 화분을 하나 두기로 했다. 이메일로 구독중인 사이트에서 우연스럽게도 Best Indoor Plants For People Who Kill Plants 라는 기사에 대한 링크를 보내왔다. 한국에서도 돈나무, 고무나무가 잘 안 죽는 화분 식물이라고 했는데 그것들이 그 목록에 들어가 있다. 이것도 하나 장만해서 열심히 물을 주고 있다. 내년엔 좀 더 크고 많은 꽃과 나무를 키워봐야지. 그런데 이건 정말… 우리가 나이가 먹었기 때문인가보다. 예전에 아버지가 꽃 가꾸시던 모습이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닌가보다.

https://www.popsci.com/best-indoor-plants-for-people-who-kill-pla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