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엔진이 꺼졌어요

By | 2019-11-30

큰 아이에게서 긴급 전화가 온 것은 어제 저녁 7시. 런던 동쪽 도로 위에서 갑자기 차 엔진이 꺼지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했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고맙게도 함께 차를 밀어주어서 길 옆의 작은 상가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았답니다. 아들내미 차는 덩치가 아주 작은 Fiat 500 인지라 두 명이 충분히 밀어서 이동이 가능합니다. 만액 제 차(Honda Pilot) 였다면 그게 참…

마침 둘째 아이를 시내 미술 레슨에서 픽업하는 길이었는데 멀지 않은 곳이라 바로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내차와 아들 차를 마주보게 세워놓고 항상 차에 싣고 다니는 점퍼케이블로 부스트업을 해서 시동을 걸어주고 아들에게 10분쯤 그 자리에서 엔진켜진 상태로 있으면서 배터리가 충분히 충전된 뒤에 집으로 출발하라고 얘기한 뒤에 둘째만 태우고 집으로 떠났는데… 1분도 안 되어서 아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차 엔진이 또 저절로 꺼졌어요.”

차를 돌려서 다시 아들 차 옆에 세우고 점퍼 케이블 연결하고 직접 다시 시동을 걸어봤습니다. 엔진 시동이 걸리긴 했는데 역시나 잠시 뒤에 ETC 경고등이 켜지면서 엔진이 저절로 꺼지더군요. 이건 참 위험한 경우입니다. 차 엔진을 공회전 시키지 않고 바로 출발했다면 또 다시 도로 위에서 엔진이 꺼질뻔 했던 것이죠. 배터리 문제일 수도 있고 얼터네이터일 수도 있고 또 ETC 모듈 자체가 고장났을 수도 있겠지만, 직접 해결을 시도할 단계는 넘어선 것 같아서 딜러쉽으로 토잉을 해야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저녁 8시가 가까워오고 날은 어둡고 하니 차를 옮길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일단은 차를 그대로 그 자리에 놔둔 상태에서 내일 아침에 다시 오기로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차 문제를 해결하러 갔습니다. 여기서 견인차를 부를 때 어디로 전화를 걸었냐하면.. 렉카 업체가 아닙니다. 다른 분들이 흔히 가입을 권고하는 CAA 도 아니고.. TD Auto Club 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름과 거주지 주소, 현재 차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었더니 15분쯤 뒤에 Towing Truck 이 도착했고 점프 케이블을 연결해서 시동을 걸어본 뒤에 문제가 파악되자 차를 견인해서 함께 런던 동쪽에 있는 딜러쉽으로 함께 이동해서 수리 의뢰 입고를 시켰습니다.

미국에선 AAA, 캐나다에선 CAA 지요. 우리 가족도 10년전 처음 캐나다로 이주한 뒤에 CAA 에 가입을 한번 가입해서 1년간 멤버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는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은행이 발급하는 특정 신용카드에 Road Assistance 프로그램이 자동 제공된다는 것을 알게되어 CAA 에 다시 가입할 일은 없었습니다. TD Bank 의 경우엔 처음엔 TD Gold Visa 카드에 그런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걸 선택했고 그 뒤에도 신용카드 프로그램이 변경 또는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반드시 Road Assistance 서비스가 포함되는지를 확인해 오고 있습니다. 물론 Cashback 같은 부가 프로그램도 함께 들어가있어야겠죠. CAA 멤버쉽은 일반 긴급 서비스 이외에 다른 혜택들이 많긴 한데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것들은 아니었습니다.

이게 꼭 TD Bank 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TD 말고 BMO 은행에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있다고 하며 더 많은 혜택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은행은 아니지만 Costco 와 Canadian Tire 에서도 이런 Road Assistance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고요. 제 경우에는 기존에 TD Bank 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가 있으니까 그냥 그 은행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일 뿐입니다. 이런 응급 서비스들을 비교해 놓은게 https://creditcardgenius.ca/blog/roadside-assistance-comparison/ 에 나와있습니다.

이 카드 뒷면을 보면 TD Auto Club 이라고 적혀있고 전화번호도 보입니다. 연중무휴 24 시간, 배터리 방전, 타이어 교체, 긴급 주유, 견인 (거리는 일정 한도 내에서..) 등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됩니다. 요즘엔 별로 쓸 일은 없지만 이민 초기 몇년간은 일년에 두세번씩 전화걸 일이 생기더군요.

캐나다에서는 차에 꼭 싣고 다녀야할 물건 중의 하나가 배터리 점퍼 케이블입니다. 특히 겨울에는 차에 쌓인 눈을 치우는 Snow Brush 도 꼭 싣고 다녀야 하고 이동 거리가 길면 여분의 와이퍼 세척액도 함께 가지고 다니는게 좋습니다. 겨울에 왜 워셔액이 많이 쓰일까.. 라고 의문을 가지면 아직 캐나다의 겨울을 겪어보지 않았다는 증거겠죠. 눈이 많이 내리는 시기에 워셔액이 다 떨어지거나 와이퍼가 고장나면 완전 큰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문제를 자체 해결하는 차원의 수단일 뿐입니다. 언제든지 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도랑에 쳐박힐 수도 있고, 기름이 떨어질 수도 있고, 타이어가 터질 수도 있고, 배터리가 방전되어 꼼짝못하는 상황이 될 수가 있습니다. 이럴 때 아무 대책없이 견인차를 부르면 정말 큰 돈이 나갈 수 있습니다. Peace of mind 를 가지고 겨울을 나기 위해, 제 경우처럼 TD Bank 또는 BMO 신용카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CAA 에 가입을 하거나 또 다른 서비스를 가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